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다르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외국 식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치는 기본이고 비빔밥을 좋아한다거나 좋아하는 한식당이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고 김치를 퓨전으로 활용해 메뉴에 소개하는 레스토랑과 까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방송에서도 한국 음식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대사관이나 기관을 중심으로 홍보하는 부스나 이벤트가 소개되는 게 아니라 현지 미디어가 기획을 해서 소개한다는 게 있다. 또 한국 문화가 단지 K팝을 좋아하는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이너하지만 더이상 섭컬쳐가 아닌 주류문화처럼 떠올랐다는 게 있다.
이처럼 변화가 생긴 건 최근 몇년의 일인 것 같다. 덴마크에 왔던 초창기에만 해도 한류는 완전 남의 나라 이야기였고,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K팝 중심의 한류도 그냥 일부 십대소녀들의 팬덤 정도로 보일만한 찻잔속의 태풍이었는데 더이상은 그렇지 않다. K팝 하나로는 이처럼 한국문화가 주류의 하나로 들어서지 못했을 것 같은데, K팝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끈 한국영화나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한강 작가의 소설을 포함해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의 위상을 올릴만한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변화를 주변 동료들도 인지하고 한국문화가 주류로 편입된 것 같다는 코멘트를 하곤 한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소설이 덴마크어로 출간되었고, 주요 일간지인 Berligske에서 이에 대한 좋은 평론도 실었다. 아마 이번 주말에 시부모님이 오시면 이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 한국사람이 늘고,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늘면 이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홍보대사가 되기 때문에 이런 기사가 실리면 주변에 더욱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한국이 잘 알려져야 나에게 좋다거나 한국의 발전이 내 발전이고 하는 등의 나의 정체성에 국가를 일치시키는 감정은 없다. 다만 우리나라가 널리 알려지면 내 배경에 대해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내 배경을 타인이 자연스럽게 이해해 아주 오래된 정보를 배경으로 질문을 해오거나 하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하나가 앞으로 한국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할만한 좋은 동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고.
한국 소설을 덴마크어로 읽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한강작가의 소설도 번역되었지만 이를 읽어보진 않았는데, 이번 소설을 계기로 한국 소설도 한번 읽어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 Pigen fra det store hvide skib이라는 소설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유틀란디아 병원선 내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읽으며 과거의 한국을 다른 나라 사람의 시선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은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덴마크어로 읽는 것도 즐거운 재미를 선사할 것 같은 기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