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람들은 가까워지기까지는 좀 무뚝뚝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알고 보면 참 진솔하고 담백한 사람들인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첫인상이 무뚝뚝해 보인다는 생각도 다 없어졌다. 그냥 참 솔직하고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첫인상에 대한 인상이 무뎌진 건 그냥 너무 다 익숙해져서 이렇다, 저렇다 생각이 아예 안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건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곳에서의 인상이었고 서로를 알고 지내는 조직내에서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관계를 맺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보니 여기 사람들은 상냥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있는 것 같다. 갈등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하고. 채용 단계에서부터 “유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라는 조항이 없는 공고를 못 봤다. “다른 조직원과 협력을 잘 할 수 있어야 하고”와 같은 조항이 꼭 있는 걸로 보아 팀웍에 저해가 되는 사람들 받는 걸 지극히 꺼려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 일하면서도 보니 서로 바쁜 와중에도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도와주려하고 바쁜 티를 간혹 내더라도 미안해하면서 비는 시간을 따로 알려준다거나 하는데 항상 서로 웃는다. 그게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는 인상이다. 물론 사람 사는 곳 어디나 같은데 여기라고 이상한 사람이 없겠는가? 그런데 그런 사람을 받는 걸 제일 무서워하는 것 같다. 부정적인 사람은 경쟁력이 없다는 걸로 인식된다고 한다.
올해 있을 하수도사업자 예산규제틀 제정에 앞서 올해 바뀐 규정 등을 안내하고자 설명회가 개최되었는데, 현재 우리와 행정소송이 계류중인 없체에서 날이 날카롭게 솟은 질문(의 탈을 쓴 거센 비판)을 한 모양이다. 그거에 감정이 상한다기 보다는 그 감정을 이해한다면서 그 정도는 예상할만한 것이었다고, 서로 그러면서 배우는 거 아니겠느냐고 하는데 좀 색달랐다. 우리 센터장님은 ‘어우 왜 저래? 약간 정신이 이상한거 아냐?’ 이렇게 생각했다면서 깔깔 웃고 넘어가는데 놀라웠다. 여기 사람들은 참 이성적인 것 같다. 우리 같으면 좀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도 ‘뭐 그럴 수 있지.’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흘리는 것 같고. 자기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싶으면 그런 일을 흘려보내는 것에 익숙한 것 같다. 개인주의의 영향일까? 그렇게 커와서? 사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는 순간이 많았거늘… 그런 당황스러운 순간에 주변 시선 의식하지 않는다면 나도 별로 흔들리거나 감정 상하지 않고 웃으며 상황에 대처하고 흘려보낼 수 있을까? 좀 그렇게 해봐야 할 거 같다. 나도 올 해 공청회 실시하면 그런 상황들을 조금 맞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성토의 장이 되더라도 내 덴마크어에 민망해하지 않고 웃으며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