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크리스마스는 한국과는 사뭇 다릅니다. 실용주의의 대표주자인 덴마크인이 딱히 종교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전통을 따르는 것을 보면 기독교의 영향이 중세 이래로 유럽 곳곳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크리스마스는 사실 따지고 보면 기독교 전통도 아닌지만 말입니다. (유럽의 파가니즘에 따르면 동짓날이 해가 가장 짧은 날로 빛의 죽음 또는 죽음을 상징합니다. 그로부터 3일 이후에 빛이 부활한다는 믿음을 기초로 명절삼아 지내던 크리스마스를 나중에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 예수탄신일로 정했다고 하죠.)
덴마크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요? 달력시리즈, 율리프로고스트, 독특한 캐롤, 크리스마스 이브 전통 등이 떠오는데요, 오늘은 그중 달력시리즈를 다룰까 합니다.
12월이 되면 덴마크에는 각종 달력이 넘쳐납니다. 초콜렛, 선물, 초, 스납스(감자로 만든 덴마크 전통 독주로 40도에 달합니다. 우리 소주와 비슷하나 독한 느낌이죠.) 달력과는 무관해보이는 이것들은 달력과 함께 소소한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으로 재탄생됩니다.
덴마크 아이들은 12월이 되면 초콜렛달력이나 작은 선물들이 달린 달력을 선물받습니다. 아이들이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목이 빠지게 기다릴 동안, 매일 하나씩 열면서 인내심을 갖게해주는 작은 수단이라고 하네요. 착한 어린이는 하루에 하나씩 열어보고, 그 이상 열어보면 선물은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그 말 잘 듣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나씩 열어보면서 신나한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덴마크에서 맞이하는 첫 크리스마스에 남편이 선물달력을 준비해서 이를 열어보는 소소한 재미를 즐기고 있다 하네요.
아이들을 위해서 초콜렛과 선물이 있다면, 어른을 위해선 스납스가 있지요.
Holmegaard라는 덴마크 유리그릇제조사는 매년 병 오른쪽에 1부터 24까지 눈금이 새겨져 있는 병을 출시합니다. 바로 아래 사진이 2014년 에디션인데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매일 스납스를 한잔씩 홀짝홀짝 마시는 거죠. 저도 벼룩시장에서 몇 개 샀어요.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다르게 나오는 병 모양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초는 온 가족이 어두침침한 저녁을 밝히면서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답니다.
덴마크인이 행복한데는 큰 데서 행복을 찾기보다는 이렇게 소소한데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즐기는 태도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