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MUS (Medarbejderudviklingssamtalen, 직원계발면담). 쥐에 해당하는 단어인 mus와도 발음이 같아서 처음엔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MUS는 덴마크 직장 생활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MUS와 mini-MUS, 임금협상*은 하나의 사슬처럼 얽혀서 굴러간다. 연초에 MUS를 하고나면, 반년뒤에 mini-mus가 있고 오래지 않아 그 뒤로 연봉 협상이 따른다. (*민간에서도 비슷하게 굴러간다하지만, 나는 덴마크에서 민간 경험은 없으므로 중앙부처에 해당하는 Staten만 보자면 우리 사무관급에 해당하는 Fuldmægtig는 거의 개별 협상을 하지 않는다. 수당 정도만 협상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속한 노조가 협상한 결과를 그냥 받아들인다. 자신이 특별하게 더 잘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개별 협상을 물론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 난 딱히 내가 더 특별하게 잘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MUS는 Kompetencehjul이라는 툴을 통해 개인 역량 계발을 돕고자 하도록 하는데, 우리 조직같은 경우 구술커뮤니케이션, 서술방식 소통, 협업, 사회성 (사회성이 포함되어있다!), 직무전문성, 창조성 및 발명능력, 업무수행력, 생산성, 수용력 등 9개 분야로 계발분야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면 mini-MUS를 통해 반년 후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임금협상에서는 이걸 토대로 평균보다 잘하고 있을 경우 역량수당 분야에서 개별 협상을 할 수 있다.
먼저 개인이 매뉴얼 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나면 그걸 토대로 상사와 면담을하고, 내가 생각하는 중점 계발 분야가 뭔지, 상사가 생각하는 건 뭔지, 그걸 어떻게 계발할지 (연수, 업무 수행, 기타 구체적인 사항 등), 그걸 계발해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등 양측에서 합의된 내용을 계발계획양식에 채워넣고 사인하고 나면 MUS가 끝난다.
예전엔 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작년 MUS 이후 이를 내 일과에 적극 반영하고 난 후에 이게 중요한 툴이란 걸 알게 되었다. 작년에는 구술 및 서술방식 커뮤니케이션 분야와 직무전문성 분야의 계발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내 계발분야를 내 업무시간에 평소에 녹여넣으면서 커뮤네케이션 부분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 교육도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서 가서 듣고, 평소에도 이를 활용하다보니 조직내에서 내 위치와 내 스스로 평가하는 내 모습이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조직내 성장보다는 전문가쪽 역량을 키워가는 쪽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커리어 방향도 설정할 수 있었고, 내가 관심있는 직무에 대해서도 이야기함으로서 향후 기대되는 프로젝트의 참여에 대해서 나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좋다.
한국의 인사고과는 정치적인게 컸다면 지금 소속된 조직에서는 MUS를 통해 자기가 능력을 계발, 성장하고 연봉의 형태로 그 보상을 받는 형태로 크게 정치적인 요소가 없다는데서 속이 아주 시원하다. 내가 남보다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내 현재에서 필요한 역량과 그에 맞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되는 거니까. 올해 농사를 또 잘 지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