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의 내 호불호

만나서 즐거운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고민을 좀 해봤다. 만남이 쌓이다 보면 같이 물려있는 관계때문에 만남을 끊어낼 수 없어 보는 사람도 생기고, 교제는 유지하지만 그 관계를 가꾸어갈 마음이 사라지거나 그러한 노력이 번거롭고 낭비같이 느껴지는 관계가 있다. 각자 자기가 즐겁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다를테니 이건 전적인 나의 나를 위한 견해일 뿐이다.

첫째. 내가 배우고 싶은 흥미로운 포인트가 없는 사람.

모두가 배울만한 점은 다 갖고 있다. 하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잘 보일 줄 모르거나 그걸 폄하하고, 부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상대방이 그걸 찾아내기 어렵다. 나에게 질문만 하거나 자신의 일상에서 불만이나 어려움만 하소연하는 경우, 딱히 뭔가 배우고 싶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게 없어져 관계의 동력이 약해진다. 사실 나도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내 인생의 답을 얻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꼭 나쁜 건 아닌데,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부정적인 에너지를 나에게 주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둘째.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각자 자기의 이야기도 풀고 싶을 것인데 그에 대한 고려 없이 화제의 중심이 자기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 나는 호응을 열심해 해주려고 노력을 하는데, 상대가 그러한 노력을 받기만 하면 살짝 지친다.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면 다른 이야기지만…

반대로 내가 어떤 때 즐거움을 느끼는가 보니, 뭔가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때, 무의미한 수사 없이 딱 떨어지게 탁탁 대화가 통할 때. 자기가 말하는 내용이 뭔지 아는 사람이랑 대화할 때 즐겁다. 결국 자기만의 컨텐츠가 있는 사람. 새로운 경험을 나에게 들려줄 수 있는, 내가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즐기고 화를 내 줄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해주는 사람이 재미있는 사람이다. 나애겐.

아주 중요한 관계를 제외하고는 인간관계를 일부러 딱 자를 필요도, 열심히 붙들 필요도 없다는 게 요즘 들어 느껴지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반대로 이런 즐거움을 주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적극적으로 만남을 추진하는데 요즘 한국인이 늘어서 그런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예전, 한국인이라면 일적인 관게를 제외하고 꺼리던 나의 모습과 참 달라졌는데 이제 좀 해외생활에 속 내 정체성을 찾은 것 같다. 일은 덴마크회사애서 하고 애때문에 이래저래 덴마크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으니 친구마저 덴마크인으로 채울려는 노력을 할 필요도 없고 그렇기를 원치도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 6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젠 진짜 내 생활이 꽉 짜여졌구나. 인생에서 업다운을 피할 수 없가지만, 지금과 같은 좋은 시기가 게속 되면 좋겠다.

해외생활 속 인간관계 맺기

나에게 인터넷에서 우연한 기회로 인사를 나누고 얼굴을 만나는 건 아주 드문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만나고 나서 또 만나고 싶은 연이 되는 건 그보다 더 드물다. 한국에 살았더라면 그런 기회를 만드는 일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해외에 살다보면 그 전에는 안 할 일도 하게 되고, 안 할 일도 하게 되서 그런지 그렇게 만든 연들이 지금의 내 주변을 촘촘히 채우고 있다. 하긴. 내 남편조차 인터넷에서 만났으니 제일 중요한 인연부터 인터넷이 이어주었구나.

해외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주변 관계의 지도가 달라졌다. 한국에서 오래되었고 아주 가까웠지만 자주 연락하지는 못하며 마음에 곱게 담아 종종 생각하며, 매우 드물지만 만남이나 깊은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 적당한 거리의 관계로 온라인에서 즉흥적으로 가끔씩 댓글로 말을 주고 받지만 막상 더이상 만나는 일은 거의 없을 친구나 지인, 그리고 내가 사는 곳에 사는 사람들로 새롭게 사귄 친구. 모든 인적관계를 이 분류로 나눌 수는 없지만 큰 틀로 보면 대충 이렇게 나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시차가 있고 생활의 의무가 있다보니 한국에 사는 사람들과는 내 마음의 크기가 어떻든 제대로 된 연락의 빈도는 아주 크게 낮아졌다. 결국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의 사람을 새롭게 사귀어야 한다.

해외생활을 시작한 초기에는 이런 관계 지형의 변화가 씁쓸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게 친밀함인가에 대해 내가 정의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관계의 변화가 내 거주지의 변동 때문이고, 그 와중에 각자가 많이 다른 길을 걷게 되서 낯설어진 이유도 있을 거다.

이제는 여기서 가까운 사람들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데 나이 들어 새롭게 마음에 맞는 친구 사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느리지만 차곡차곡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교제하고 있다.

온라인에 올라온 질문에 간단한 답을 하고 전화로 대화를 간단히 나눈 뒤 전격으로 바로 만나게 된 사람이 있다. 아직 한번밖에 보지 않은 친구지만 네시간의 시간이 너무나 훌쩍 흘러갈 만큼 반갑고 유쾌한 만남이었다. 살아온 경로가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해보고 비슷한 사고의 변화를 경험해본 그녀와의 만남에 신선한 자극도 되고 앞으로 쌓아갈 인연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며 설레이기도 했다.

코트라 다니는 동안은 해외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는 걸 꽤나 꺼려했더랬다. 한국에서도 아무나 친구가 되는 게 아닌데 단지 해외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알게 되고 지나치다보면 괜한 말이 도는 일도 생기고 그닥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재원이라는 입장과 교민이나 유학생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서로 생활의 준거집단이 다르고 생활방식도 달라서 오해나 감정이 쌓이는 일이 생기기도 한 것 같다.

주재원의 틀을 벗고 나니 내 생각도 행동도 조금 더 자유로워졌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하다보니 관심사도 생각도 많이 바뀌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좋은 경험이 켜켜히 쌓이며, 한국사람 만나는 것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한국사람 모두와 교제할 생각도 없지만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멀리하는 것도 없어졌다.

덴마크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도 줄어들고 내 모국어가 아닌 말로 생활하는 게 더이상 불편하지 않고 덴마크 사람이나 다른 외국 친구와 한국인과는 또 다른 주제로 다양한 대화를 하는 게 매우 즐겁고 좋다. 그런데 나와 맞는 사람이라면 한국사람과 만나는 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사람과만 교제하며 사는 건 이제 답답할 것 같은데 그게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싫은 거다. 그래서 한국사람들과의 교제를 보다 능동적으로 찾게 되었나보다. 새로 만나 인사하고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이 때로는 피곤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처음에 만나 클릭하는 것 같은 느낌의 인연도 이런 시도 없이는 맺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이런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 주변에 생긴 관계의 틀이 만족스럽고 삶을 풍요롭고 내가 일상을 끌어나갈 힘을 내게 해 준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변화에 익숙해지기

손님을 집에 초대하는 일이 예전처럼 부담스럽지 않다.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왜 부담스러웠는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결국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데, 무엇이 익숙하지 않았었나?

여러명을 위해 좁은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부엌은 내가 가져본 것 중 가장 작다. 너비가 1미터도 안되는 공간을 활용해 4~5가지 메뉴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조리법에 숙달되지 않았다. 한식을 준비하는 것은 주로 엄마가 하신 일이었고, 집에서 내가 한 요리라고는 쉬운 단품요리를 제외하고는 다 양식이었던 관계로 재료의 분량을 확인해가면서 만들어야 했다. 특히 한식은 양식과 달리 한상차림이기에 다수의 요리가 제 온도에 맞게 동시에 나가도록 하는 일은 상당히 머리가 아팠다. 좁은 부엌에서 이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손님맞이가 익숙하지 않았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에,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가 완료되기 전까지 손님이 편하게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모르니 마음이 불편했다. 특히 내 손님이 아니라 옌스의 손님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을 맞이하는 것에서 더욱 불편함이 있었다.

무엇이든 자주 해봐야 는다고, 손님을 자주 맞이하다보니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니 또 초대하겠다는 마음도 먹게된다. 물론 손님 초대하는 일도 돈이 꽤 드는 일이라, 이번 달 손님을 너무 많이 초대했더니 생활비를 너무 많이 써버렸으니, 한동안은 초대는 자재해야겠지만 말이다.

현지에 영구 정착할 목적으로 삶을 셋팅하기 시작한지 이제 반년이 되었다. 이국땅에서, 학교가 시작하기 전까지 어디고 적을 두지 않는 생활을 처음으로 해보면서, 외로움도 느껴보았다. 그러나 이제 현지의 네트워크도 조금씩 구축되고, 말도 조금씩 늘기 시작해 주변인과 친밀도도 높아지면서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 여름도 막바지에 접어들어간다.

코트라를 다니며 해외 생활의 햇수가 늘어가면서 내 인간관계의 지형이 이미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곳을 떠나 현지에 정착하면서 그 모습은 더욱 크게 변할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니까. 그래도 좋은 것은 오래 묵을 수록 좋은 것이니,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변함없이 더 좋을 것이고, 새로운 것은 더하면서 가꿔가면 된다. 정리되는 인간관계엔 서운해할 이유가 없다. 그건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니 나에게도 책임이 절반이 있기 때문이고 결국 그 또한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반려를 얻게 되면서 생긴 여러가지 변화는 나에게 모두 중요하고 긍정적인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도 여전히 있지만, 어색하고 힘들었던 손님초대가 반복되면서 즐겁고 익숙해지는 것처럼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변화도 시간이 지나서 익숙해지면 유익할 뿐 아니라 즐거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