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피난생활의 끝

길고 긴 환경개선 공사가 끝났다. 삼 주 라더니 두 달을 꽉 채웠다. 거실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자는 건 그닥 불편하진 않은데 거실을 부엌, 욕실과 침실의 짐으로 채워두고 사는 게 힘들었다. 공사가 끝나자마자 이틀동안 현관복도, 침실 및 부엌 일부를 페인트칠했다. 현관복도와 침실은 구역에 속한 문틀, 걸레받이와 벽, 천장 모두, 부엌은 문틀과 붙박이장 틀, 걸레받이, 배관파이프만 페인트 칠했는데 꽤나 힘들었다. 점심시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씩 쉬는 시간 따위는 없이 노역을 해서 끝냈으니 말이다.

페인트칠에 들어간 자재비용은 삼천 크로나, 공임은 무료. 아니. 무급휴가를 쓰고 일을 했으니 내 일당이 들어간 셈. 옌스는 유급휴가니 그냥 공임없다 치면 이번 페인트칠 공사에 들어간 비용은 약 칠천 크로나. 아마 집 전체를 칠했다하면 이만 크로나는 들었을 거다. 우리 관리인에게 이사나갈 때 페인트칠을 안하고 그냥 나가면 페인트칠 비용에 얼마 드냐고 물어보니 대충 이만에서 삼만 크로나 정도 된다 했는데, 결국 그렇게 드는 게 맞을 것 같다. 순수 인건비는 내 급여보다 낮다 쳐도 이윤이나 부가세 등을 생각하면… 나갈 땐 그냥 나가는 게 맞을 거 같다고 옌스랑 의견이 합치되었다.

힘들긴 했는데, 그렇게 힘들진 않았고,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새로운 걸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좋다. 삶을 살아가는 데 실용적인 힘이 되니까. 시작하기 전에는 두려움이 있고 엄두가 살짝 안났는데, 막상 일을 진행하고 보니 하나하나 진행되면서 결과가 보여서 뿌듯했다.

조금 더러워진 곳들이 보였어도 새로 칠한다고 많이 달라질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살짝 있었다. 그런데 옌스가 지금처럼 짐을 다 뺀 상황을 이용해서 페인트칠 하는 게 좋지 않냐고 해서 어려운 마음을 먹었다. 막상 하고나니 너무 달라보이는 거다. 눈에 살짝 살짝 거슬리던 부분들을 싹 칠하고 나니 완전 집이 새집같아지는 거 아닌가. 물론 거실과 하나방, 부엌 벽은 칠하지 못했지만 그건 살아가면서 차차 해결하기로 하고.

문틀이 완전히 마를 내일까지만 기다려서 나머지 정리 싹 다 마치고 나면 내일저녁부터는 다시 정상적 침실생활이다.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피난생활도 이번 주면 다 끝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