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하나에게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 너는 6개월이 되었구나. 사실 6개월하고도 며칠 지났지. 너는 키도 크고 힘도 세 벌써 기기 시작한 걸 보면 엄마가 아기였을 때와는 참 다르구나 싶단다. 엄마는 팔다리가 너처럼 길지 않았고 한번 기지 못하고 엉덩이로 앉아 손으로 땅을 밀치며 다녔단다. 너는 벌써 머리가 길어서 거의 눈에 닿을 지경인데 엄마는 돌때가 되도록 솜털같은 머리만 있었더랬지. 엄마 어릴 적 사진 보면 그냥 둥글둥글 토실토실 아기라서 귀여웠던 얼굴인데, 너는 벌써 여자애같은 생김새가 또렷이 나타나기 시작해 예쁘구나. 사진으로 봐왔던, 이야기로 들었던 엄마의 어린 시절을 너에게서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의 차이를 발견하며 너와 나는 꼭 같지는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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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10분 뒤의 네 모습은 이랬단다.

네가 몸이나 마음 모두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컸으면 하는게 엄마 마음이지만, 그게 진정 너를 위한 것도 아니니 대범한 마음으로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단다. 기다보면 여기저기 부딪히게 마련이고 멍도 들고 혹도 생기기 마련인데, 얼마만큼을 경험하게 해줘야 하는 건지 고민이 벌써 된단다. 미리 부딪히는 경험을 충분히 해서 조심하게끔 만들어줘야 하는 건지, 얼마만큼이 다쳐도 되는 만큼인지 등 확신이 안선단다. 더러운 것에 노출되는 것도 마찬가지고. 집안 곳곳의 것들을 핧아보고 빨아보고 싶은 너의 구강기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통제할 건 통제해야하는데 그게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하는 것인지도 애매하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닦기도 하고, 닦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은 못빨게도 하지만 너를 100% 쫓아다닐 수도 없으니. 덴마크 아기들은 길바닥도 기어다니고 하던데 나는 그걸 얼만큼 허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단다. 아빠와 상의해서 적당한 범위를 정하려고 하긴 하는데 너를 만나고 나니 그간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는구나.

오늘은 우리가 먹는 저녁과 거의 같은 것을 네가 처음으로 먹게 되서 기뻤단다. 시판 이유식은 맛도 제약이 크고 해서 결국은 엄마가 해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너를 위해 모든 음식을 따로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엄마도 사실 살림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하기가 벅찰 때가 있단다. 한국처럼 싸게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매 끼 다 직접 해 먹어야 하는데 네 음식 따로 준비하기가 마음에 버거운게 현실이란다. 미안해. 그래도 엄마가 너무 힘들면 너에게 마음을 다할 수 없어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려면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하거든. 오늘은 가자미, 새우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네 거 따로 뺀 다음에 고추기름과 소금간만 하는 식으로 너에게도 우리와 똑같은 음식을 준비했단다. 네 걸 스르륵 갈고 맛을 봤더니 참 맛있더구나. 잘 먹어주길 바랬는데 정말 잘 먹어줘서 고마웠어. 앞으로는 좀 더 우리 식사와 같은 것으로 준비해보려고 한단다. 경험이 쌓이면 엄마도 음식 준비가 더 쉬워지겠지.

엄마에겐 집안을 엄청 깔끔하게 정리하고 먼지 한톨 없이 청소하시던 네 할머니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청소년 시기가 있었단다. 나는 그렇게 안치워도 되는데 할머니는 그렇게 치워야 하시니 덕분에 피곤해진다는 생각을 했었지. 사실 내 방 정리하나 하는 건데도 그렇게 피곤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엄마가 얼마나 게을렀는지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런 깨끗한 삶이 몸에 배어서 주변이 지저분하면 참을 수가 없어졌어. 물론 지저분함을 정리해야하는 피곤함과 지저분함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터라 할머니를 따라잡을 수야 없지만 나이가 늘어갈 수록 할머니와 비슷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있어. 다행인 건 네 친할머니도 비슷하셔서 네 아빠가 나와 비슷하다는 점이란다. 내가 조금 더 깔끔을 떨긴 하지만 둘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조금 달라서 오히려 서로 보완이 되는구나. 아무튼 애가 있는 집에서 청결을 유지하려면 바쁘단다. 엄마가 너를 업고 청소기 돌리고 빨래하고 바삐 움직이는 게 다 그래서란다. 사실 그런 이유로 네 음식을 처음엔 주로 사다먹이려 했는데, 몇번 사먹이다 보니 한계가 느껴져서 가족 식단을 준비하게 된 것이지.

널 키우면서 엄마도 너 임신하고 찐 살이 다 빠졌단다. 6개월 전에 살을 빼야 몸이 새로운 몸무게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길래 그때까지 빠질까 살짝 걱정했는데 걱정할 일은 아니었어. 오히려 임신전에 쪄서 다이어트를 해야한다고 벼르기만 하고 빼지 못하던 살을 덜어내고 있는 판이니 말이야. 엄마가 임신 전에 4kg가 쪘는데 그게 참 빼기가 힘든 살이었단다. 그 당시 주체못할 식욕 덕분에 살이 쪘었는데 임신 전에 그렇게 빼려고 해도 잘 안되더구나. 아무튼 너를 낳고 모유 수유하고 바삐 움직여서 그런지 다행히도 다 빠졌으니 너에게 고마워 할 일이다.

나는 그 전에 애들을 보며 열정적으로 웃는 엄마와 아빠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단다. 상상만으로도 진이 다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 사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웃을까 싶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웃는 것도 한계가 있지, 한참을 까르륵 웃으며 애와 놀아줄 수 있을까 싶었단다. 그런데 너와 놀다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구나. 네 웃음으로 여러 힘든 순간이 다 지워질만큼 너의 웃음은 특별하단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른 아이들도 같이 귀해졌단다. 다른 아이들의 웃음도 이쁘고, 너를 지켜주고 싶은 것처럼 그 아이들도 곱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네가 엄마를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 느껴져서 고맙고 기쁘단다. 네가 어른이 되기까지 훈육도 해야 해서 항상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항상 기댈 수 있고,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 변치 않는 엄마라는 사실을 네가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구나. 엄마도 그에 걸맞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사랑한다, 하나야.

 

이유식과 미니멀리즘

글 쓴지가 벌써 두달이 다 되었구나. 어느새 한달반여면 시작할 이유식을 고민하고 있으니 하나도 참 많이 자랐다. 요즘 조금 소원해진 친구에 대해 다른 친구에게 생각을 물어보니 내가 참 바쁘지 않은 모양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조금 해보았다. 내가 몸이 바빠서 그렇지 머리가 참 바쁘지 않았던 게 맞더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왜이리 쓸 데 없는데 신경을 쓰고 있었나? 부정적인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문제에 집중할 일이다. 허구한날 시간이 없어서 뭔가 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엉뚱한 데 쏟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신을 차리게 해준 친구에게 감사를 표하며…

요즘에 신경쓰는 것은 두가지다. 첫째는 하나의 이유식이고 둘째는 단촐한 삶이다. 이유식에 대한 책을 샀는데, 7월 말이면 시작될 하나의 이유식과 관련해 미리 공부해두려 한다. 사개월여에 불과한 육아기간 중 느낀 것은 미리 알아두고 준비해두는 만큼 불안함 없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남의 나라에서 애를 홀로 키우다보니 양쪽의 문화를 조율하는 것과 더불어 초보 엄마로서 이론을 실제에서 경험하고 적용하는 데 미리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어려움이 따른다는 생각이다.

두번째 단촐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이미 조금씩 지향하기 시작했던 바인데, 그 전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것이다. 매번 물건을 정리하려다 보면, ‘아, 이것 그래도 쓰려면 쓸 수 있는데…’, ‘이것 이제라도 써봐야지.’ 등의 이유로 반도 채 못정리하고 끝나곤 했다. 이번엔 정말 최근 1-2년간 쓰지 않은 물건은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이런 결심을 한 것은 둘째 계획과도 연관되어 있다. 특별한 이유로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둘째는 낳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커리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가 (난 엄마지만 나 자체도 중요하다.) 지금도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데, 커리어를 이유로 둘째를 40이 넘어서 갖는다고 하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건강상담사에게 “애를 더 낳는다면 하나를 위해서가 될 것 같다. 애가 외롭다고 할까봐…”라고 이야기하니, “애는 당신과 남편이 원하면 낳아야지, 애 때문에 낳지는 말아라. 어차피 형제를 갖는게 항상 좋기만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 형제가 있어서 좋기만 했는가?”라고 답을 하더라.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결국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을 지고 양육하는 내가 원해서 애를 낳아야 할 일인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달랐을까? 잘 모르겠다. 우선 남편을 늦게 만난 것도, 내 커리어의 방향을 이민와서 튼 것도 이유다. 물론 애를 낳고 나면 나라에서 양육의 많은 부분을 지원해줘서 한국에서보다 수월하게 애를 키울 수도 있겠지만, 결국 엄마가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라 애가 둘이 되면 내가 추가적으로 많은 희생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애가 생기고 나서 정말 매우 기쁜 것도 있지만 옌스와 거의 처음으로 감정 상할 일도 생기기도 하고, 애가 둘이 되면 더 힘든 순간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보다 젊었다면 모르겠지만, 육체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나중에 거의 할머니 같은 엄마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애에게도 어떨지 모르겠고.

아무튼 애를 하나만으로 마무리짓는다고 생각하면 지금 집에서 오랫동안 이사를 할 이유가 없다. 보육원도 코앞에 있고, 교통도 편하고. 수납이 조금 부족한 집이라는 게 딱 하나 불편하다. 벽에 수납 대신 그림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나마 있는 수납 공간에 쓰지 않는 물건이 너무 많이 있는 것도 이유가 된다. 그래서 우선 내 물건부터 시작해서 과감하게 정리하려 한다. 그리고 나서 옌스 물건에도 정리할 게 있으면 정리해달라고 이야기하려 한다. 마음대로만 버리지 말아달라고 옌스가 한마디 하더라. 이 집으로 이사온 이후부터 물건을 별로 사들이지 않았는데, 그러니 돈도 아끼게 되고 참 좋다. 단촐한 삶의 덤은 경제적 여유라고 해야할려나? 좋은 덤이다.

물건을 떠나서 내 인생의 여러가지를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인간관계 및 내가 집중하는 일들까지, 좀 단촐하게, 단순하게 살아봐야겠다. 물론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그걸 줄이려는 건 아니지만, 뭔가 테마가 있는 것에 집중한다던지 말이다. 오늘 큰 봉투로 옷을 두봉투 덜어낸 것이 좋은 출발이려거니 생각한다. 육아휴직 기간 중 정리할 게 참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