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야근, 근로문화, 생산성

덴마크라고 야근이 없을리가. 빈번히 야근을 하는 옌스를 봐서 야근이 없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청에도 야근이 있다. 우선 기본으로 한분기당 20시간은 기본으로 깔고 가서 급여에 반영이 되어 있다. 이보다 적게 일한다고 토해내지는 않는데, 이 이상을 안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 같다.

직장에 따라 탄력근무의 가능 정도는 다른데 내가 일하는 곳은 탄력근무가 가능하다. 우리 청 같은 경우 근퇴규정에 따라 9시 이후 출근의 경우 직속상사에게 사전 보고를 해야하지만 그 전에는 개인 상황에 맞춰 시작하고 퇴근하는 게 가능하다. 주 평균 37시간을 일해야 하지만 해당 월에 부족한 시간은 다른 달에 채우면 된다. 야근을 하면 그걸 모아서 휴가로도 쓸 수 있는데, 그 쌓을 수 있는 한도가 있다. 그걸 넘으면 해당 센터장과 협의해 휴가를 실제 사용해야 한다. 물론 이 또한 회사나 부서마다도 다른데, 옌스네 같은 경우 야근한다고 우리처럼 휴가일수를 쌓을 수 있고 그런 건 아니다. 급여가 높은 만큼 결과를 기준으로 일하는 거다보니 근무 시간은 별로 신경을 안쓴다. 야근을 안하고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구조이니만큼.

우리 청 시스템 중 근로 시간관리 시스템이 있는데 매일 써야하는 시스템 중 하나이다.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내가 일한 시간을 사업이나 활동별로 나눠 분배해 입력해야 한다. 그걸로 해당 조직의 인력자원이 어떤 사업에 얼마만큼 배분되었는지를 보게 된다. (우리 조직은 진짜 사업예산이라고는 거의 인건비 예산이 대부분이다.)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긴 하지만, 부서장의 허가를 받아 집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고 야근한 내역도 집에서 해당 시스템에 입력하면 된다. 가벼운 시스템이라 입력하느라 번거로운 것도 없다.

요즘 바로 이 시스템에 야근을 꽤나 자주 넣고 있는데, 이번 금요일에 있는 모니터링 그룹 회의 준비 때문이다. 내가 현재 시작한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대충 한달-한달 반에 한번 정도 청장, 부청장, 센터장, 담당자로 구성된 모니터링 그룹 회의가 진행된다. 세 개의 세부사업이 모여 하나의 큰 분석사업을 이루고 있는데, 각 담당자 세명까지 하면 총 6명이 참석하는 회의이다. 회의 자료는 항상 회의가 있는 날 전날 낮 12시까지가 데드라인으로 잡혀있으니 내일 오전까지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오늘 오전까지 우리 센터장에게 넘겼고 센터장이 내일오전까지 검토를 해서 넘길 예정이다. 그 과정까지 우리 청 내외부 유관담당자들과 회의도 있었고 내부 사업 착수 보고에 대한 협의를 거쳐 보고서 초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고, 1차로 이번주 월요일 부청장 보고회의를 했다. 그 이후 회의 결과에 맞춰 보고서를 최종 작성한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금요일에 모니터링 그룹에 착수보고를 하게 된다. 일 시작한지 4주 되었으니 꽤나 가쁘게 뛰어온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저녁에 퇴근 직전에 일을 지시 받아 아침 9시까지 모여 회의를 할 일도 여러차례 있었고 나도 보고서를 보내면 상사나 선임 컨설턴트가 저녁에 읽어보고 오전에 회의를 할 일도 있었다. 서로 야근에 대해서는 안되는 상황을 특별히 제시하는 게 아니면 쉽게 기대하는 문화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애가 있으니 집에 가면 애 픽업해서 밥 하고 집 좀 치우고 먹이고 씻기고 재운 이후 8시 쯤부터 일을 시작하는 거 같다. 그 때쯤부터 이메일이 오고가는 거 보면 말이다.

사회의 평균으로 보면 이렇게 야근하는 게 일상은 아닌 거 같다. 그렇지만 여기도 대학원 나와 큰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단순 행정직 이상의 일을 하는 경우는 야근이 일상으로 기대되는 경우가 많다.

나같은 경우 오전 7시 반부터 일을 시작해서 점심시간 30분 포함해 하루 8시간을 회사에서 일한다. 7시~7시 반 사이부터 일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대충 3명. 점심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동료들이랑 같이 서둘러 밥 먹고 올라오는 게 일상이다. 회의에 잡담은 없고 미리 정해진 시간 이내에 맞춰 회의하는 걸 매우 중시한다. 업무용 전화로 아이폰을 모두 받는데, 따로 전화 부스가 있다. 업무 전화가 와도 대부분 자기 컴퓨터를 들고 이 전화 부스로 들어가서 전화를 한다. 사무실에 대부분 적막이 흐르고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사무실을 채운다. 자리에서 받아도 되는데 이 적막을 깨는게 좀 어색한 모양이다.

생산성은 꽤나 높은 것 같다. 그 이유로는 한국에서보다 형식적인 요소들이 일에서 크게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고칠 게 있으면 구체적인 피드백이 문서에 코멘트로 오고 사전에 작성에 대해 큰 틀을 명료하게 지시해 주기 때문에 버전이 늘어지는 경우가 적다. 그리고 최종으로 부서장이 수정하는 경우는 나에게 이렇게 저렇게 고치라는 대신에 직접 고치기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가 줄어든다. 적은 시간을 일해도 자원 낭비 요소를 줄여 같은 성과를 내는 게 가능해지니 생산성이 높은 나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아직 청장회의는 참석해 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부청장과 회의를 해본 결과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시도 명료하고 여러가지 좋은 인사이트와 인풋도 받아왔다. 여기도 조직서열은 느껴지는 게 아무리 수평적이고 서로 성 없이 이름만으로 부르더라도 태도면에서 선임컨설턴트가 부청장을 대하는 것과 센터장을 대하는 게 미묘하게 달랐다. 조금 더 조심스럽고 깍듯한 느낌.

오늘은 자료를 이미 센터장에게 넘겨둔 터라 간만에 야근에서 해방되었다. 아… 조금 쉬어야지. 주말에 못본 드라마도 한편 보고. 뉴스도 보고. 포스트 한편 더 쓰고. 🙂

[덴마크 vs. 한국] 탄력근로제

덴마크에 있는 모든 기업이 탄력근로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는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많은 경우 9시부터 3시 정도까지는 사무실에서 있는 것으로 하되 그 외 시간은 주당 37시간을 채우도록 앞뒤 시간을 개인 사정에 맞추는 것이 흔하다. 9시보다 늦게 출근해야 하는 경우는 별도의 승인을 받게 하는 경우가 흔한데, 회의라던가 공동의 작업에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야근에 대해서는 전문직일수록 별도의 수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평소 8시 반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을 한다. 출산 전엔 6시 반 정도에 퇴근했는데 지금도 평일 저녁에 이틀 정도는 몇시간씩 일을 하고 주말 저녁에도 하루 정도는 일을 한다. 점심을 30분 이내로 짧게 쓸 경우 점심시간을 안쓴 것으로 간주하기에 평소에 점심을 30분 이내로 먹거나, 앞뒤로 연이은 미팅때문에 10분동안 샌드위치를 입에 우겨 넣곤 하는 남편은 주당 50시간 정도 일하는 것 같다. 주당 37시간이 기준 시간이지만 그 이상 일한다고, 툭하면 주말을 껴서 가는 출장의 경우 사무실을 비우는 기간 동안 쌓일 이메일을 비운다고 저녁에도 일하고 집에 와서도 며칠 바삐 야근을 해도 딱시 야근 수당 같은 건 없다. 이는 애초에 직무와 연봉에 이런 초과근무에 대한 고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부처라고 모두 일관된 출퇴근 정책을 갖는 건 아니다. 부처의 특성을 고려해서 각자에 맞는 정책을 갖게 되는데, 경쟁소비자청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다. 분기별 20시간은 야근을 할 수 있도록 급여에 야근 수당이 이미 책정되어 있다. 업무시스템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기준으로 추가시간과 부족시간을 분기당 산정해서 네팅한 순초과시간이 20시간을 넘지 않으면 야근수당을 주지 않고, 이보다 부족하다고 해서 토하지는 않는다. 물론 최소 근무시간은 근무해야한다. 물론 여기도 특정 직급 이상의 경우 야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chefkonsulent, specialkonsulent, chef 이런 사람들은 근로 상한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정의되어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일할 때도 탄력근로제가 있었다. 마지막 해외파견 전 새로이 도입된 나름 현대적인 정책이었다. 육아가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 조금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조금 특별한 것이라 신청한다고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에 따른 인력 조정이 쉽지 않은 터였다. 물론 여기서도 풀타임 채용인 자리에 파트타임으로 해달라고 하는 건 쉽지 않다. 만약 일찍 근무하고 실제로 일찍 퇴근하는 게 가능했다면 이를 쓸 사람들도 제법 있었을 것 같은데, 일찍 근무를 시작한다 해도 일찍 퇴근하는 게 불투명하고, 늦게 출근하는 걸 신청할 경우 야근을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까 싶어 그렇게 신청하는 사람도 없었다. 따라서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쓰는 게 탄력근로제였다.

남편과 나는 아마 내가 일찍 출근해서 남편이 애를 보육원에 드롭하고 내가 일찍 퇴근해 애를 픽업하는 식으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기왕 일찍 일을 시작하는 게 아침에 조용한 때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출퇴근 혼잡을 피할 수 있으며, 저녁 장 봐서 밥 하기에도 수월할 것 같기 때문이다. 7시 반 출근으로 잡으면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반 사이에는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켜주는 정책 덕이다. 물론 아마 저녁에 집에서 일을 해야하는 날들이 제법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런 게 되니 둘이 다 일을 하면서 주변 가족의 도움 없이 애를 키울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애 낳는다고 한차례에 그치는 출산수당, 애 키우면서 조금씩 나오는 양육수당은 애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전체 사회가 이런 유연성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증가하는 사회 전체 비용 증가를 개개인이 용인해 줄 때 애 낳을 마음이 나는 것 아닐까? 옌스와 나는 이런 여건 속에서도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생각인데 한국이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 같다. 풀타임 근로자의 탄력근로제야말로 한국 출산율 증가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시간외 수당이라는 신선한 충격

이번 프로젝트는 시간당 페이를 받게 되어 있었다. 난 당연히 칸설턴트식 페이를 생각하고 그냥 시간 곱하기 계약된 시간당 페이를 주려거니 했다. 일한 시간 내역과 일의 내용을 정리해서 보냈더니 야근과 주말수당을 고려해서 주는 게 아닌가. 시간당 근무하고는 해본 적이 없고, 법적으로는 야근 수당과 주말 수당을 주게 되어있어도 은행이었든 공기업이었든 한달에 줄 수 있는 주말, 야근 수당이라는 게 9시간, 10시간 이런 식으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내가 일한 대가는 다 월급에 포함된 걸로 하고 야근으로 인한 (대중교통이 끊겨 생기는) 택시비는 내 월급으로 내곤 했는데… 그냥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여기도 딱히 야근수당 없는 건 같다. 다만 그렇게 초과근무를 하면 휴가로 돌려준다. 뭐가 되었든…. (매년 넘쳐 다 못쓰는 옌스의 휴가를 보면 그냥 다 부질없긴 하다. 전문작은 어딜 가나 그냥 과잉 노동이 당연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