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의 간소화

임신하고 체중이 총 7킬로 쪘다. 물론 아직 마지막 4주가 남았으니 좀 더 늘겠지만 평균보다는 덜 찐 편이다. 운동을 엄청나게 한 것도 아니고 군것질 같은 간식을 안한 것도 아닌데 크게 체중이 늘지 않은 것은 한식을 줄인데 있지 않나 싶다. 해외에서 한식 꼬박꼬박 챙겨먹는다는 것은 엥겔계수를 팍팍 늘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외식이 비싼 나라다보니 학교에서 사먹는 구내식당 점심 외에는 최대한 집에서 먹고자 하는데, 해둔 음식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는 거 안좋아하는데다가 음식조리에 시간을 너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만나다보니, 여기 사람들처럼 먹기 시작하게 되었다.

여기에도 건강하지 않고 살이 많이 찌기 좋은 메뉴도 많지만, 대체로 보면 건강하게 먹고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학교에 도시락 싸오는 학생도 많은데 그들의 도시락은 정말 간소한 경우가 많다. 통곡물이 낱알로 들어있는 호밀빵과 얇게 슬라이스된 햄과 치즈, 잎채소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거나 호밀빵과 아보카도 한개를 갖고 와 아보카도를 빵에 발라먹기도 하고, 쿠스쿠스나 키노아, 렌틸콩 등을 삶아서 피망, 브로콜리, 루꼴라, 페스토 등을 섞어 오기도 한다. 간식으로는 당근, 오이, 토마토, 사과, 바나나 등을 주로 싸와서 수업 중간중간 집어먹는다.

오전수업만 있고 집에 오는 길, 귀찮아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을까 하다가 마음을 바로잡고 수퍼마켓에 들러 장을 봐왔다. 얼린 자연산 연어와 방울토마토, 오이, 곡물빵을 사왔는데, 연어를 물에 넣어 삶고 방울토마토, 오이는 그냥 내고, 빵을 곁들였다. 소스로는 집에 있던 디죵머스터드 소스와 그린 페스토를 곁들이고, 호두 몇 알과 사과를 먹었다. 우선 조리 자체가 많이 되지 않고 간이 세지 않아 입맛이 막 더 당겨서 과식하게 되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게 아니다. 신선한 재료를 그때그때 준비해서 먹으니까 맛도 좋다. 예전엔 여기 직원들이나 학생들 먹는 거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비슷비슷한 것만 맨날 먹지?’ 라면서 궁금해했는데, 여기 물가나 여러가지를 보다보니 왜 그렇게 먹는지도 알게되고 그렇게 먹다보니 한국식을 간혹 먹으면서 느끼게 되는 과도한 포만감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가 되었다.

한식 정말 좋아하는데, 우리가 지금 먹듯이 전통적으로 그렇게 간소하게 먹지 않고 간이 세고 양이 많은 외식을 많이 하게 되다보니 자꾸 입맛이 돌아 더 먹고 싶어지고, 먹다보니 위도 늘어나 더 먹게 되고 했던 악순환을 자주 반복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한국에선 다이어트가 엄청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옌스의 말마따나 매일 자주 먹고 기름지게 먹으면 속도 편하지 않고, 재료의 원 맛도 느끼기 힘들며,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감사함도 줄어든다. 실제 이렇게 먹다가 이런 저런 요리를 해서 먹으면 훨씬 더 기쁘게 먹을 수 있다. (간식으로 바나나 한개와 호두 몇알을 집어먹었는데, 두가지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다. 둘을 섞어 얼렸다가 먹으면 호두바나나 아이스크림이 되려나? 예전엔 간식으로 먹으면 과자나 뭐 그런거 먹었었는데… 참 많이 바뀌었다.)

아무튼 이렇게 간소하게 재료 원래맛 중심으로 많이 먹다보니 크게 다이어트 안해도 살 찌거나 그런 문제로 고민하게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산파나 임산부를 위한 정부 발간 가이드라인에도 하루 권장 추가 섭취량이 초기 100킬로칼로리, 중기 이후 300킬로칼로리에 불과하고, 그 이상 입맛 당긴다고 먹는 건 아이나 산모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누누히 강조한다. 그러면서 먹으라고 되어 있는게, 당근, 오이, 토마토, 견과류 등인데, 아마 입맛이 어느정도 바뀌지 않았던 상태로 임신했으면 당기는 한식에 체중 조절하기도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많이 못먹을 거 같긴 하지만,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넣어서 배에 살이 틀때까지 먹지 않았을까?)

잘 차려 먹는 건 손님 왔을 때나 아주 간만에 당길 때나 해먹으면 충분한 거 같다. 식탐이나 식도락에 대한 상시적 욕구가 없는 남편과 사니 이런 식생활이 더욱 빨리 정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서 부부가 닮는다고 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