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4일

아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주말에 친구 두명과 그들의 가족을 초대해서 오후 내내 놀고, 식사도 같이 하는 등 나름 큰 사회활동도 있었고, 여기저기 몇몇 놀이터를 돌아다니며 힘들게 놀아서 그랬는가, 하나가 오늘은 피곤했는가보다. 유치원에서 데리고 오는 순간부터 평소보다는 기운이 덜 넘쳐보였고, 작은 일에도 크게 성질을 내는 것이 피곤한 탓인 것 같았다.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아빠가 집에 와있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회사에 계신다고 했더니, 나보고 갑자기 사랑한다는 거다. 그 뒤를 이어, 아빠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덧붙이며. ”왜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 이야기 들으면 아빠가 슬퍼하실 거 같은데요?”라고 물어봐도 그냥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단다. 집에 올라오는 길에, ”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뭐지요?” 라는 질문에 입을 삐죽삐죽하며 ”손을 씻어야해요.”라고 답을 하더니, 그 루틴 마저도 다 못마땅한 듯,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있기만 하고 손은 안씻는단다. 손 다 씻을 때까지는 화장실에서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나는 빨래를 널러 베란다에 나가있는 도중, 손 씻는 소리가 들리더니 애가 거실로 들어오는 거다. 세면대 물 흐르는 소리는 계속 나는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물을 잠그고 돌아오는데, 이 작은 반항꾼 얼굴엔 심통이 가득나 있다.

빨래를 계속 널고 있으니 나에게 말을 거는데, 이번엔 내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네가 태도가 영 엉망이라서 너랑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 자기는 엄마랑 이야기하고 싶다고 바르게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빨래 너는 것도 돕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와서 나와 놀자고 해서 힘껏 몸으로 열심히 놀아줬다. 이렇게 엄마랑 놀자고 하는 것도 몇년이나 갈까 싶어서. 좀 놀았다 싶었더니 그제사 아빠가 보고 싶다는 거다. 그 참에 왜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느냐 질문을 던지니, 아빠가 집에 없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고 서운했다는 거다. 아… 서운하면 미운거구나. 그걸 잊었구나. 평소에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내가 데리고 오고 해서 아빠가 좀 늦게 오는 걸 당연히 받아들이는 줄 알았더니, 그게 서운하기도 하고 그래서 기분도 나쁠 수 있구나.

막상 아빠가 왔는데, 여전히 엄마랑 놀려는 아이를 보며, 그전엔 이런 아이의 나에 대한 집중과 큰 관심이 버겁기도 했던게 기억나면서, 힘들지만 즐기라는 주변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았다. 정말 이게 얼마나 소중한 관심인가. 그리고 이 시간이 얼마나 짧은 건가. 막상 이러다가도 내가 발레 간다고 집을 나서면 쿨하게 바이바이 하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살짝 서운하려고도 하는 거다. 이 이중적이고 복잡한 기분

오늘은 내 예상대로 애가 피곤했었는지, 평소보다 삼십분 정도 이른 여덟시에 이미 골아떯어졌다고 했다. 잠시 들어가서 자는 모습을 바라보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세상 남부러울 게 없는 가장 큰 보물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애 이마를 쓰다듬었다. 한켠으로는  살짝 꺠어나 나에게 인사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 반, 다른 한켠으로는 푹 계속 잘 잤으면 하는 마음 반으로… 잘 자렴, 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