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엔 몰랐던 임신에 관한 것

임신 전엔 임신에 대해 참 잘 몰랐다. 출산하고 나서는 또 출산에 대해 참 잘 몰랐다는 것을 또 배우겠지. 임신에 대해 나도 많이 물어보지 않았고, 물어보지도 않는데 굳이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일찍 애를 가진 친구들은 뭐 다 그렇게 낳는거지 하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잘 관리하고 운도 따라주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고, 불편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또 예상하지 못했던 점에서 불편하기도 하다.

대부분은 이래저래 들어서 알고 있던 어려움들인데, 아래 두가지는 몰랐던 일이다.

  •  배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는다.

복근, 피부 이렇게 안밖으로 따로 또 같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자궁이 커지면서 임신 초기에 아랫배에 콕콕 또는 쿡쿡 찌르는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피부가 찢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는 별로 못들어봤다. 너무 당연해서 이야기를 안해줬나보다. 1년 새 10킬로 찌거나 빠진 경험이 다수 있어 그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안에 묵직한게 들은 채로 배에 집중해서 체중이 증가할 경우 다를 거라는 것을 몰랐다. 살에 한줄 튼 살이 생겼는데, 실제 이렇게 찢어지는 느낌을 받는 거겠지.

  • 치질이 생긴다.

변비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치질 이야기는 잘 못들었고, 변비 없이도 치질이 생길 수 있다는 건 몰랐다. 치질은 변비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때문에 생기는 것인 줄 알았는데, 임신으로 증가한 복압으로 생길 수도 있었다. 애 낳고 대부분은 좋아진다는 말에 기대하고 있다. 좌욕을 하기엔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건 임신 중 아이에게 좋지 않다해서 패스하고…

소위 후기에 많이 발생한다고 들었던 치골통이나 기타 문제들은  중기에 오히려 미리 겪고, 대부분은 여러가지 대처법을 통해 극복했는데, 저 위의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이 안되고 있다. 막판까지 계속 저럴 듯. 7주 동안 또 무슨 일들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이젠 정말 막바지다.

옌스가 오늘 아침, 처음으로 하나를 만나는 순간을 꿈으로 꿨다는데, 눈을 잘 못떠서 애써 눈을 뜨려고 용을 쓰는 표정을 보았다고 한다. 이젠 실감이 정말 나나보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하나 침대도 들어오고 이것저것 수납용품 등이 배송되는데, 그거 정리하면 진짜 실감날 듯. 식탁도 거실로 나오고… 집에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미니멀한 집은 안녕)

임신에 따른 불편함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향해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던 도중 뭔가 왈칵하고 쏟아지는 기분이 났다. 뭐지? 22주밖에 안되었는데 양수가 터진건가? 피가 흐르는 건가? 큰 길 한복판에 갈 곳이라고는 없어서 그냥 서둘러서 학교로 가야겠다 싶었다. 그런 상태가 조금 더 지속되는가 싶더니 멈춘 것 같기도 하고, 배에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어떻게 되었든 간에 허허벌판 같은 고속도로 옆길에서는 자리를 떠야 했기에.

10분여를 밟아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서둘러 달려갔다. 최소한 혈흔은 아니었다. 딱히 뭐였는지 알수도 없이 무색 무취의 젖은 흔적 뿐이었다. 그냥 물같은 분비물의 경험이 없던 건 아닌데, 뭔가 그 양이 달랐다. 왈칵하는 기분이라니. 시어머니나 시누이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하나? 응급 상황에 연락하라고 산파가 알려준 번호에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책상에 앉아 태동이 있는지 여부를 한 10분정도만 관찰한 후 조치를 취하든 말든 해야겠다 싶었다. 등교전 아침에 바빠서 제대로 앉아있을 수 없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태동을 느낄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다. 괜히 불안했다. 배를 쪼물락거리고 앉아있는데 ‘콩’하고 배 안을 울리는 느낌과 함께 안도감이 몰려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임신 중 흔한 일이라고 한다. 여러 세균으로부터의 감염을 막기 위한 몸의 방어기제의 일환이란다.

저녁에 발레수업들으러 가던 중 옌스에게 전화가 왔다. 잠자리에 들러가는 길이란다. 중국과 이곳의 시차는 한국과의 시차보다 한시간이 부족해 페이스타임을 한다는게 참 힘들다. 이런 일이 있어서 학교 가는 길에 가슴이 철렁했다며, 별 일 없는 거 같다고 이야기 해주었더니 다 지나간 일을 이야기해준 것임에도 엄청 놀랬는가보다. 임신하고 나니 여러가지 일에 엄청 걱정도 하게 되고 놀랄 일도 많다며 너무 과한 걱정을 했나보다고 하니, 늘 항상 조금이라도 걱정은 된다고 한다. 나야 내 몸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태동도 느끼기도 하고 좀 더 긴밀하게 변화 상태를 감지하지만, 그렇지 못한 옌스는 오히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니 더 불안하기도 한가보다. 이런 괜한 걱정은 임신에 따른 하나의 불편함이다.

 

임신을 하고 나니 얼굴이 자주 붉어지고 더워진다. 간혹 이야기하다보면 얼굴이 벌개질 때가 있는데, 수업시간 중 발표나 토론하다가 얼굴이 벌개지면 오해할까 싶다. 뭔가 감정 상했다고 오해할까봐. 그런 생각을 하면 얼굴이 더 달아오른다. 그리고 유독 덥게 느껴져서 나 혼자 창문을 자꾸 열고싶어한다. 요즘 조금 추워져서 그런지 다들 자꾸 창문을 닫으려하는데 말이다. 늘상 환기를 원하는 옌스 덕에 나도 시원함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임신 때문인 것 같다.

 

요즘 걸을 때 치골 부분이 그렇게 아프다. 양 골반뼈를 이어주는 인대가 릴렉신 호르몬에 의해 이완되면서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내가 그 중의 하나인 모양이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 것 같은 이 치골통은 엄마도 느끼셨었다는데. 계속 심한 건 아니지만 간혹 자면서 옆으로 돌아누울 때가 특히 아프고, 한참 앉아있다가 걷거나 뛸 때 아프다. 자전거 탈 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 비가 자주 와서 열차를 타고다녀야 하는 일이 늘어날텐데, 그럴 때가 영 번거롭다. 한참 걸으면 오히려 괜찮은데 움직이기 시작하는 초반에 영 불편하다. 아마 자다가 돌아누울 때 아픈 것도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그 뿐 아니라 나도 모르게 등으로 바로 누워자면 허리 아래쪽이 아파서 깬다든가 등의 이유로 인해 바로 요 몇 일 전부터 잠을 잘 못자겠다. 입덧으로 빠진 4kg도 4.5kg의 체중증가로 원상태를 넘어섰는데, 몇달안에 이렇게 체중이 늘어나니 계단 오르는 것도 서서히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내일이면 만 23주 되는데, 남은 17주동안 5.5kg정도 늘리게 될테니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로 인해 계단오르기도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될 것 같다.

 

이정도 불편한 거 외엔 딱히 아직까지는 심각하게 힘들다는 식의 문제는 없으니, 그냥 아이가 잘 커가고 있다는 것으로 참 감사한 일이다. 열흘 정도 후엔 오래간만에 주치의도 만나고 할테니 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해야겠다.

 

인생 트레이너와 함께한 동네 자전거 여행과 덴마크 삶의 소소한 즐거움

CBS에서 MMPI 과정을 듣느라 6월까지 꼼짝없이 바쁜 옌스의 스케줄로 인해 같이 있지만, 따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덕분에 집에 면학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SNS를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던 나였는데, 옆에 앉은 그가 독서를 하니, 뭔가 눈치가 보이기 시작해서 나도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옌스는 습관의 사람이다. 습관을 잘 만들고, 한번 만든 습관은 잘 유지한다. 뚝심의 인간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뼛속까지 경제학자라 시간 낭비를 하기 싫어해서 자기에게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 시간을 잘 배분한다. 난 습관을 잘 못들이는 사람이다. 중요하다고 하는 순간 마음먹고 집중을 해 원하는 결과를 내는 일에는 강하지만, 인생지사 그렇게 짧고 굵게 살 수 없다. 따라서 난 자꾸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내 스스로 동기부여가 안되면, 옆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두고 스스로를 독려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내가 제일 배우고 싶은 성실함과 뚝심을 갖고 있는 옌스가 내 옆에 있어줘서 참 고맙다.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은 순간, 다시 정진하는 길로 돌아올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옌스가 빠뜨리지 않는 것은 체력관리이다. 아침마다 윗몸일으키기 등을 포함해 15분 정도 꼭 근력운동을 하고, 카약과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꼭 2번씩은 한다. 10kg씩 몸무게가 오르락 내리락 변하던 내가 살이 크게 않고 유지하는 것도 옆에서 운동을 장려하고, 나를 데리고 나가는 그 덕분이다. 걸어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하러 나가자고 한다.

겨울에 한번, 정말 나가기 싫은데 옌스가 산책을 나가자고 하길레 간신히 따라 나선적이 있다. 정말 추웠는데, 조금 걷고 나니 좋았다. 그 날, “앞으로 내가 나가기 싫어해도 사실 나오면 좋아하니까 게으름 피워도 꼭 끌고나와줘.”라고 부탁을 했다. 나가자고 할 때, 기다 아니다는 말을 안하고 미적대고 있으면, “Come on, it’s good to have some fresh air.”라고 하며 독려하는데, 안나갈 수가 없다. 내가 한 말도 있고 하니.

그래서 가급적이면, 나가고 싶지 않아도 옌스가 나가자도 하면, 흔쾌히 좋다고 답을 해버린다. 그러고 나면 이상하게 나갈 마음이 생긴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저녁 먹고 8시가 넘었는데, 바람도 많이 부는데, 자전거 투어를 나가자고 한다. 나가면 좋을 것 같기도 해서 알았다고 했는데, 안나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낮에 비가 많이 오고나서 구름이 이쁘게 남았더라. 자전거를 타고 쌩쌩 움직이니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비포장 산책길이라 중간중간 쿵하면서 튕겨 놀라기도 한다. 갑자기 오리 또는 거위때가 나타나기도 하고, 탁트인 호수가 나오기도 한다. 습지인지라 다채로운 생태가 발견되고, 갈대숲에선 바람에 사라락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천국인가 싶은 그런 느낌.

덴마크의 삶은 한국의 삶에 익숙하고, 그 삶의 패턴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에겐 힘든 것이라 생각한다.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출장온 대기업 중역분들 중엔, 여기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보신 분들도 많았다. “차도 비싸 코딱지 만한 차 사야지, 밥 값 비싸지, 맛집도 적지, 술도 비싸고, 문도 일찍 닫고, 세금 많이 내지, 무슨 재미로 살아요? 한국은 돈만 있으면 살기 정말 좋아. 여긴 재미없는 천국이야.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지만.” 판에 박힌듯한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이 꽤나 있었다.

다행인건 내가 소비보다는 경험 중심의 삶을 원하고, 북적이는 거 싫어하고, 술 집에서 와인이나 한잔 남친과 기울이면 되고, 소소한 즐거움에 행복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IMG_20150530_204655

IMG_20150530_205445 (1)

IMG_20150530_212606

IMG_20150530_203941

IMG_20150530_204341-PANO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