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기관 부모회의 참석후기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보육원이 있는 관계로 하나는 큰 고민없이 이 보육원에 보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6개월 영아부터 학교 입학 직전 유아까지 받는 큰 보육원이라 더 좋다고 생각했다. 어디고 좋은 점만 있는 보육시설이 있겠냐마는 이정도면 만족하고 다닐만한 보육원이라 생각하고 보내고 있다.

보육원에 애를 보낸지 거진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대충 이맘때쯤 연간 부모회의 총회가 열리는 것 같았다. 이때쯤 해서 총회를 열고 부모회의 이사진을 선출해야 그 이듬해 이사회에서 매월 모여가며 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전달하고 보육기관의 입장도 듣고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보육기관장이 무슨 이유인지 해고되고 그 이유는 공유가 되지 않았다. 신규 기관장을 채용, 선임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보육원과 학부형 간의 공식적 의사소통이 좀 원활하지 않았다. 개별 선생님과 부모 사이의 의사소통이야 항상 문제 없긴 했지만. 알고보니 선생님들이 마음 고생도 심하셨고 했던 모양이다. 기관장의 빈자리를 보육교사들이 채워가면서 보육업무도 봐야하다보니. 해당 기간 중 육아휴직, 병가 등 선생님들의 빈자리도 중간중간 생겨서 더욱 그랬던 거 같다. 그 와중에 자리를 잘 지켜주고 애들 잘 돌봐주신 선생님들이 참 고맙더라.

신임보육기관장의 인사 및 비전 등을 듣는 자리가 있었는데, 참 연륜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보임 후 보육원이 조금씩 다시 제자리를 찾는 거 같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후 한시간동안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는데, 참 재미있었다. 보육교사 및 학교 선생님 자격이 다 있고, 교육쪽 박사학위에, 오랜 기간 교육 프로그램 컨설팅에 종사한 이력이 화려한 분이었다. 이력이 화려해도 강의가 꼭 재미있다는 보장은 없을텐데, 어찌나 이분 강의가 재미있던지 간간히 눈물이 날만큼 웃어가면서 강의를 들었다. 나도 하나 궁금했던 것에 대해 질문도 해보고 알찬 시간을 보냈다.

끝나고는 각자 앉았던 의자를 정리하고 돌아가는 거였는데, 한 엄마랑 엄마그룹 모임에서부터 알고 있어서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도 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다다음 주말에 가족 플레이데이트도 드디어 해보기로 했다.

옌스말로는 덴마크의 전형적인 부모모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그런데 그래서 그런가, 외국인 부모들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덴마크인을 한쪽 부모로 둔 가정 말고도 완전 외국인 부모들도 소수 있는데, 아무도 오질 않았다. 나야 거울이 있는게 아니면 내가 보이질 않으니 다 비슷한 덴마크인들 속에서 딱히 느낄 이질감도 없지만 간혹 그런 걸 인지하는 순간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가만 보면 상당수의 외국인 부모들도 덴마크어로 다 이야기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하던데. 애들 보육기관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어라기 보다는 가서 다 알아듣지는 못할런지 어색하지는 않을지 등등 여러 이유로 안오는 것 같았다. 막상 와서 보면 정히 다른 부모와 어울리지 않아도 그냥 앉아서 듣다가만 가도 이상할 것도 없고 괜찮다는 걸 알 수 있을텐데. 반대로 이런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부모들을 두고 사회통합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옌스가 바빠서 내가 갔던 거지만 재미있었고, 조금 애가 더 크고 나면 이사회에도 참석해볼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달에 한번 만나고 조금 일 더 하는 거라면 봉사활동으로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썸머타임이 끝나서 일찍 피곤해진다. 이제 가서 자야지. 하나도 얼른 시차적응이 끝났으면 좋겠다. 좀 적응되나 싶었더니 썸머타임 끝으로 추가 한시간 적응이 더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