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낙상 사고

상사와 미팅을 하러 가던 중 사무실 계단에서 굴렀다. 우리 사무실이 1층과 2층 사이의 메자닌같은 층이라 계단이 한 6개, 8개가 기역자 모양으로 해서 총 14개 정도 있는 거 같다. 상사와 잠깐 이야기하고 몸을 돌려 힐끗 계단을 보고 노트에 잠시 눈을 둔 찰나, 난 바닥에 다 내려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느꼈다. 허공에 발을 딛으면서 휘청하다가 발가락 끝이 발레에서 포인트를 하든 다음 계단을 딛으며 빠각 소리를 내며 반대로 약간 꺾어지듯 힘을 받았다. 아마 진짜 꺾어진 건 아니었겠지만 방향은 그랬다. 옆으로 꺾어진 게 아니라 앞으로 떨어지며 사지가 땅에 같이 떨어진 것 같다. 경황이 없어서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넘어진 후 바로 취한 자세가 기어가는 자세였으니 말이다. 마루에 카페트까지 깔려있어서 다른 데는 아픈 곳이 하나도 없었는데 발목이 너무 아팠다. 넘어지면 민망해서 아파도 보통 괜찮다고 뱉고 보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고통을 참아보려 했는데 그게 안되고 상사 앞이라 욕은 안하고 싶었는데 For fanden (이런 지옥같은) 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며칠 전 읽었던 신문기사에 나온 덴마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욕을 하는 게 당근 (Gulerød) 처럼 의미없는 단어를 내뱉는 것보다 고통을 덜 느껴지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래. 그 와중에 욕 안해보려고 당근! 이런 말을 외친다고 생각해보면 짜증만 났을 것 같다.

내가 굴러넘어지는 소리를 들은 위층 사람 한명이 자기 팀에 있는 남자 동료 둘을 데리고 오고, 상사는 응급실에 접수를 해주고 택시를 불러줬다. 건장한 남자 동료 둘이 나를 일으켜 세워서 조금 걸어가다가 바퀴 달린 의자를 옆 팀에 있는 사람이 건내줘서 그걸로 나를 운반해 엘리베이터에 태워줬다. 그리고 택시 타는 데까지는 조금 걸을 수 밖에 없어서 거진 6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나를 양쪽에서 부축해 옮겨줬다. 나도 내가 무거운 걸 한발 띌 때마다 느꼈는데, 그들은 어땠을지 상상이 간다. 감사해라. 초콜렛이라도 사다가 선물을 해야겠다.

회사에서 자동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 응급실에 예약을 넣어뒀던터라 바로 촉진해보고 엑스레이 오더를 받아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정형외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보니 뼈는 부러지지 않았고, 삔 거라했다. 내가 들은 빠각 소리에 대한 설명으로는 어쩌면 발목을 이루는 작은 뼈들 중 실금이 간 게 있을 수 있지만 있더라도 사진에 나오지 않는 경미한 수준이니 사용을 자제하면서 자연치유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 했다. 진통제로 파노딜과 이부프로펜을 주고 압박붕대만 감아준 뒤 집에 가라고 했다. 통증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었지만 삔 것에 불과하다니 너무 감사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병원에서 나를 응급실에서 촬영실로 운반해주는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차분하면서도 에너지가 충만하고 상냥한 사람이길래 잠깐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기분이 좋아졌다. 병원 예산 절감으로 병원 근무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드는데, 어떤지, 일은 마음에 드는지 등을 물어봤는데, 자기에겐 참 잘 맞는다고 했다. 사람들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자기는 긴 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게 적성에도 안맞았고, 그런 포지션에 일하는 건 안맞는다며. 중간중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면 지나가면서 빠르게 도와주는데 참 자기 일에 충실하고 열심히다 싶었다. 하긴. 내가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상냥하고 친철했다. 임신 출산기간에 만난 사람들, 하나 입원했을 때, 시아버지 입원하셨을 때 등등 꽤 여러번 가본 병원들인데 그때마다 마음으로 대한다는 느낌?

사실 더 크게 다쳤을 수 있는데, 삔 것으로 끝나서 너무 다행이다. 거기에다가 동네에 시니어샵이 있어서 옌스가 퇴근길에 바로 사다줘서 발목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보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부러진 거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수술해야 하면 어쩌나, 하나는? 일은? 엄청 머리가 복잡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물론 주말에 하나 발레 수업도 못갔고, 회사에서 하는 아이들을 위한 fastelavnsfest도 못했지만… 그거야 또 다시 하면 되는 것들이니까. 진짜 참 운도 좋다니까…

점심식사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식판에 음식도 받고, 접시도 치우고, 커피도 마실 수 있었다. 타인에게 이런 도움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감사히 받고, 나도 나중에 또 기회가 있을 때 타인을 돕는 것으로 갚아야겠다. 친절한 동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화장실을 가는 길에 그 옆을 지나가던, HR 팀원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보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스키여행이라도 다녀왔냐고 묻길래, 사무실 계단에서 지난주 금요일에 굴렀다고 답을 했다. 그랬더니, 그건 산재라며, 리포팅을 했냐고 묻는거다. 아, 이건 내가 그냥 구른거라 산재는 아닌거 같다고 하니, 사무실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는 다 산재의 일환이라며 조직은 이런 모든 사고를 산재청에 보고할 의무가 있으니 바로 보고하라고 담당자를 친절히 알려줬다. 혹여나 이 부상이 오래 가면 어쩌냐고 하면서 말이다. 아니 이런 철저한 직업의식이라니! 나야 고맙지.

그리고 일요일에 드디어 차를 주문했는데, 다음주 금요일에 차를 인수하면 한동안 출퇴근을 차로 하면서 발에 휴식을 줄 수 있길 기대해봐야겠다. 이미 그때 다 나아있음 어쩔 수 없이 계속 기차로 출근하고. 🙂 차를 샀으니 사무실에 케이크를 또 한번 사갖고 가야겠구나. 좋은 일이 있을 땐 케이크로 기쁨을 나누는 재미있는 덴마크 문화.

임신 후기, 병원 방문 단상

임신 중기 이후, 굳이 심박이 느껴지는 곳에 손가락을 올리지 않아도 심박수를 셀 수 있게 되었다. 심박의 강도가 세졌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간혹 그 심장의 박동이 불편하게 느껴지면서 호흡이 불편해지고 오심이 날 때가 있다. 심박수는 대충 80과 90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으니 특별히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난번 방문 이후로 의사가 좀 이상하다 싶은 건 오라고 했기에 예약을 잡고 병원을 방문했다.

심박이 불규칙한 건 아니고 규칙적인데 불편한 정도로, 어렸을 때 별다른 심장 질환이 없었다면, 지금 검사한 정도로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잠시 누워보라고 할 때 한 다리를 먼저 얹고 다른 다리를 끓어올리는데, 사흘 전부터 다시 시작된 치골통에 약간 신음을 하며 미간을 찌푸리니까 의사가 그렇게 움직이면 안된다고 한다. 양 다리를 벌렸다가 오므리는 활동은 치골통이 있는 경우 이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니 반드시 두 다리를 모아서 동시에 움직이라고 한다. 또한 잘 때 다리 사이에 베게를 끼우고 자라길래, 그건 이미 하고 있다고 답했다.

출산 후 몇 주 안에 없어지는 통증인데, 지금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 정 힘들면 파노딜같은 진통제를 먹으란다. 다 그렇게 한다고. 그런데 이런 치골통이 임신후기에 느껴지는 건 서서히 아이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골반뼈가 양쪽으로 벌어지는 때문이라며 몸이 출산에 준비하는 신호이니 좋은 거라며 위로해준다. 오늘 치골과 그 반대편 허리아래편이 아프던데, 이제 서서히 준비하는 거로구나 싶으니 빨리 이런저런 출산 준비를 마무리해야겠다 싶었다.

다음 주말 크리스마스엔 시부모님이 오셔서 우리 가구 움직이고 하는 거 도와주시겠단다. 난 이제 무거운 거 들면 조산할 수 있어서 안된다며. 칠순이 넘으신 시아버지가 괜히 힘쓰시다가 아파지시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더라. 차라리 옌스 친구를 부르는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한데, 도와주신다니까 우선 알겠다고 말씀은 드렸다.

배가 급격히 나오고 있다. 물론 이틀간 연이은 크리스마스 디너에 변비가 겹쳐 배가 더 나온 것도 있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도 이미 배가 좀 급격히 나왔었다. 11월 하순 이후로 체중은 더이상 안늘고 있는 것 같다. 거의 한달 정도 되었는데. 아무래도 조금만 많이 먹어도 배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냥 임신 전과 다를 것 없이 먹게되는데, 그래서 그런가보다. 그 기간중 애는 1킬로는 늘었을텐데, 내 몸에서 1킬로 정도가 빠진 모양이다.

나와 예정일이 같나, 하루차이인가 하는 지인은 양수가 부족해서 37주에 유도분만이든 뭐든 해서 애를 낳을 거 같다고 한다. 여기에선 딱히 양수를 검사하는 건 아닌데, 촉진을 통해서 자궁 크기와 아기 크기를 판단하니까, 그 두 개가 정상이면 양수도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이제 이번주 수요일이면 모유수유 교육이 있다. 그게 끝나면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3주의 부모준비교실이 끝나는데, 사실 안가도 출산하고 수유하면서 배우게 되겠지만, 미리 알아두면 우리가 뭘 아는지 모르는지를 알 수 있게 되서 조금 더 준비하기 수월해지는 것 같다. 또 책에 써있지 않지만 우리가 궁금해하는 병원의 프랙티스에 대해서는 따로 질문을 통해 배울 수 있고, 다른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질의응답을 통해 들으면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어서도 좋다.

이제 6주도 채 안남았는데, 크리스마스 명절에, 프로젝트 제출 및 시험도 있고 하니 정신없이 지내다가 덜렁 애를 낳을 것 같다. 시간이 어찌나 쏜살같이 흘러가는지. 오늘 병원에서 내 진료차례를 기다리며 여러 꼬마 아기들을 많이 봤는데, 저게 내 미래구나 싶어 새삼 두근거렸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