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거의 십년 가까이 하게 되며 내 몸의 사용법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너무나 많다. 상하 좌우로 비틀어진 균형을 맞추는 것은 가장 큰 것중 하나인데 그 덕에 상하체 불균형도 사라지고, 짝짝이 가슴도 없어지고 두 다리간의 두께 차이도 거의 없어졌다. 중립 골반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고, 등판의 근육을 사용하는 법도 배워 더이상 상체가 앞으로 말리지 않게 되었고, 어깨를 내리는 법을 배우면서 목도 길어지고 어깨도 떡대같은 느낌이 사라졌다. 흉곽을 사용하는 방법도 배우면서 폐활량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목을 길게 세우는 법을 배워서 턱의 이중턱이 사라졌으며, 바른 자세를 통해 목과 어깨의 뭉침과 결림 등도 없어졌다. 이 밖에도 내 몸의 사용법에 대해 배운 것이 너무 많다.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원포인트 레슨 등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다. 평생 써오지 않던 근육은 여러번 자극을 이래저래 받지 않으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것이기에 한번 말해준다고 쓸 수 없다. 계속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하면서 틀린 근육도 써보고, 그러면서 주변 근육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서 또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하다보면 여러 근육 사용법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거다.
내가 얼마전 곰곰히 생각을 해본 결과 나는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운동을 머리로 하는 편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을 참 헤매면서 배우는 편이었다. 그냥 난 운동 신경이 좋다고 착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나는 참 오랫동안 씨름을 하면서 배우는 편이다. 다만 나는 정확히 하는 것을 좋아해서 테크닉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엔 남들이 쉽게 배우는 것을 헤매다가도 대충 즐기면 되지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과 달리 뒤늦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지난 1년간, 아니 특히 지난 3개월간 테크닉적으로 크게 성장했음을 나뿐 아니라 우리 반 선생님, 주변 학생들이 여러번 언급할 만큼 두드러지게 느끼고 있다. 이젠 손끝과 상체 사용에 집중을 할 수 있게끔 말이다.
이를 통해 배운 건 조금씩 하면 좋아질 수 있고 나아질 수 있기에 나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계속 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할 수 있었다. 말이 쉽지 속으로는 계속 의심의 소리가 울려오는 사안에 대해서도 항상 이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인생의 어떤 측면에도 적용할 수 있는 레슨이다.
나는 못한다고 생각해온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이런 마음의 연장선상에서였다. 달리기와 수영은 내가 잘 못하고, 노력했어도 제대로 된 적이 없다 생각했는데, 그 어느 것도 발레만큼 노력한 바가 없는데 조금 해보다가 포기해놓고 어쩜 노력했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을까?
폐활량은 이제 충분하다 생각한다. 6킬로를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으니 수영을 위한 폐활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상하체의 유기적인 사용도 가능하고, 팔이 아닌 어꺠로 움직일 준비도 되었다. 8월부터 발레를 1회 더 하는 대신 수영을 하루 하기로 결정해서 수업도 등록했다. (생활 체육에 대한 나라의 보조금 덕에 1년 시즌 수업권을 끊었는데 22만원 정도 하는 거가 참 놀랍다.) 하나가 11살이 되면 온가족이 같이 카약을 하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옌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라도 수영은 꼭 해내야겠다. 카약을 하려면 600미터를 쉼없이 수영할 수 있어야 하기에…
지금 이미 하나가 그렇긴 하지만, 하나가 나와 옌스를 보면서 운동은 생활속에 항상 하는 거라 생각하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활동적인 아이로 클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