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정이 향하는 곳에 발레가 있다.

아마 직업이었으면 달랐을 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발레는 취미였으니까.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을지언정 압박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지금 나에게 내가 가장 열정과 애정을 품은 대상이 뭐냐고 묻는다면 지체할 바 없이 발레라고 답할 거다. 나에게 한 주, 한 주를 이끌어가는 그 열정의 원천은 발레니까.

탕듀부터 시작해 쥬테, 롱드잠, 프라페, 아다지오, 그랑바뜨망 등 서서히 템포를 올려가는 바부터 시작해서 가벼운 점프부터 왈츠와 같은 말랑말랑한 춤을 통해 큰 점프로 이어져가는 센터까지 구성 자체가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킨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나간다 할까? 뭐랄까 쫄깃한 긴장감이 사람을 흥분시킨다. 그래서 힘들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아드레날린이 온몸에 퍼져나가는 흥분감이 막판까지 힘을 짜내어 뛰고 돌게 만든다.

165센치미터의 키에 56 킬로그램의 몸무게. 가볍지 않다. 체지방도 있기에 몸이 조각된듯한 근육질도 아니다. 그래도 오랜 기간을 투자해온 탓에 몸에 잔 근육들이 세세히 잡혀있다. 발레를 하지 않던 시기에 없던 그런 근육들말이다. 승모근과 삼각근, 갈비뼈를 둘러싼 코어근육과 그 위를 덮은 복근, 등판의 어깨뼈를 둘러싼 근육, 척추 옆 근육, 그밖에 다리 안쪽 근육, 다리를 들어올리는 근육, 엉덩이 근육 등 정말 많은 근육들이 달라졌다. 상체 44, 하체 66과 같은 불균형이 많이 사라져서 상하의 사이즈도 중간에서 만나게 되었다.

몸이 좋아지니 동작도 좋아진다. 상하체가 연결되어 손부터 발끝까지 긴장감으로 팽팽히 연결시키는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빠른 템포로 움직이는 동작에서는 이를 다 세세히 신경쓰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이 생기지만, 느린 템포로 움직이는 동작에서는 최대한 온 몸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느끼며 동작을 한다. 그런 유기적인 움직임이 느껴질 때면 거울에 비친 내 움직임도 썩 마음에 든다. 나아질 부분이야 좀 많겠냐마는, 또 그 와중에 좋은 것을 찾아낼 수 있어야 더 나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코로나 락다운을 계기로 집에서 파쎄 균형 잡기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춤이란 게 넓은 공간을 필요하고, 같이 상호작용을 할 사람이 있는 사회적인 운동이라서 그런지 혼자서 좁은 공간에서 하기엔 동기부여가 잘 안되더라. 그래서 좁은 공간에서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균형잡기와 턴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아하!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고나 할까. 아직도 끊임없이 교정하고 수정하지만, 근본적인 원리는 조금 알게 되면서 파세에 그전보다 큰 안정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턴도 좋아지기 시작하고.

출산 이후 2년 정도의 공백이후 다시 시작했던 게 이제 대충 1년 반이 조금 넘는데, 그때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 헤매던 나였는데, 이제 틴 학생을 제외하고는 제일 잘하는 학생이 되었으니 그 성장이 크다 하겠다. 작년 10월 하순부터 시작된 포인트슈즈클래스에서 처음 포인트슈즈를 신었던 내가 피케 턴부터 시작해 지금은 5 번 포지션에서의 앙디올 피루엣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발레 선생님도 코로나 락다운이 풀린 6월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내 실력에 큰 변화가 있음을 느끼는 걸 내가 알 수 있었다. 그 전보다 세세한 부분에서 조언을 해주고 내가 바를 하고 있는 곳에 와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주는 데에서.

오늘은 더블 피루엣을 연습하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럴 탈렌트가 느껴져서 하는 이야기라며, 일부러 너무 컨트롤하며 박자에 맞춰 한번만 돌 필요 없다고. 덕분에 한바퀴 반이긴 하지만 더블을 시작했다. 아직 시선 처리가 안좋아서 모멘텀을 상실하는 탓에 두바퀴를 다 돌지 못하는 거다. 이제 그걸 좀 신경써서 연습해야 하겠다.

오늘 수업 이후 이 끓어오르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해서 이렇게 블로그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밤이 늦었으니 이제는 이 흥분을 내려가라앉히며 잠에 들도록 노력을 해봐야겠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니까.

발레 사랑

친교는 역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게 있어야 하는 것일까? 발레를 통해 일주일에 한두번씩 꾸준히 만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부터 그들과 사소한 잡담을 나누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중 한명과는 집에 가는 길을 함께 하면서 친분이 쌓이기 시작했다. 친구가 모자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나와 같이 열정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다. 아무래도 내 발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발레를 하지 않는 다른 친구들이 진정으로 공감해주긴 어려울 것이지 않는가. 발레는 건강 뿐 아니라 나에게 정말 여러가지를 주는 것 같다.

2012년 봄에서 여름사이 어딘가였던 것 같다. 발레를 처음 시작한 게. 어느 학원에서 시작해야할 지 감이 안서서 당시 코트라 다니던 감각으로 우선 발레학원협회부터 찾아본게 시작이었다. 협회에 회원학원 리스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그런 리스트가 있었고, 그 리스트의 무수한 페이지 중 첫 페이지에 국립발레단이 있었던 게 발레와의 첫 인연이었다.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에 성인취미반이 있었는데, 마침 코트라와 그리 멀지도 않았고, 당시 업무로드가 심각하지 않아 야근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은 부서에 있다는 것도 다 잘 맞아 떨어져서 초보로서 아주 좋은 곳에서 발레를 시작할 수 있었다.

스트레칭은 괴로웠지만 수업을 끝내고 나면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신경 쓸 게 많은 동작들과 함께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는 강한 운동수준이 버무려져서 복잡한 머릿속은 깨끗이 비워지고 몸은 한껏 달아올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로 충전된 상태.

주중 평일 2회 한시간 반씩 참석하던 수업이었는데, 주말 클래스에도 신청을 하며 주 4회가 되고, 중급반 참석도 허락받게 되며 평일에는 세시간씩 클래스를 들을만큼 몰입을 했더니 한달에 1킬로그램씩 빠지면서 한국 귀국 후 베이킹으로 찌운 살을 다 떨어냈더랬다. 덴마크에 와서 딱 나에게 맞는 수업을 찾기가 어려워 중간중간 수업을 다녔다 안다녔다 하기도 했지만 임신 후기 및 출산 후를 포함한 2년반 정도의 휴식기를 제외하면 손에서 발레를 완전히 놓은 적은 없었다. 그렇게 2020년 지금까지 해온 발레. 나에게 이렇게 오랜 기간 열정을 투자해온 일은 없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집에서 이래저래 연습을 해보고 배울 게 너무 많지만, 예전보다 테크닉적으로 훨씬 많이 늘고 이제 조금 춤을 춤답게 출 수 있어서 훨씬 더 즐겁다. 스트레칭도 예전처럼 괴롭지 않고 달아오른 몸을 약간 진정시키며 몸을 가다듬는다는 느낌에 시원하고 좋다. 상체와 하체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느끼면서 몸의 근육이 눌린 스프링마냥 장력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꼭 튕겨나갈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너무 좋다. 몸과 표정으로 그 긴장감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사실도 쾌감으로 다가오고, 춤을 추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내 무대의 우아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에서도 설레인다. 높고 딱딱한 토슈즈를 신고 움직이다보면 물집도 생기고, 물집이 생겼음을 알기도 전에 이미 터져있고 하는 통증도 있지만, 사실 그걸 알기도 어려울 만큼 동작 자체에 집중하게 되어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게 직업이라면 다른 일이겠지만, 취미로서 접근하는 나에게 발레란 정말 아름다운 열정의 대상일 뿐이다. 끊임없이 추구해가는 그런 대상.

다음 시즌부터는 고급반에 등록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콤비네이션도 많이 길지만,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이제 거기 등록할 예정이다. 요일이 내가 원하는 타이밍은 아니지만, 이번주 시즌 마지막 수업을 대타로 뛴 분이 고급반 담당 선생님이 될 분인데, 수업이 너무 즐거웠고 몸 뿐 아니라 두뇌적으로도 챌린징해서 희열이 느껴졌다. 이분이랑 다음주 월, 화, 수요일에 썸머 캠프 수업도 함께 할 예정인데 너무 기다려진다. 이제 주말만 지나면 바로네. 아…

코로나 그리고 발레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으로 발레클래스에 가지 못하는 건 정말 슬프지만 그나마 여기저기서 무료 온라인 발레 클래스가 범람하는 덕에 생존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발레를 시작하다보니 잘못된 자세를 취하면 금방 몸의 이곳저곳에서 경고의 신호를 보내온다. 덕분에 몸속 근육과 관절의 구석구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몸을 비자연스러운 형태로 사용하는 발레이기에 잘못 사용하면 금방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에 몸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젊어서는 그냥 살았지 굳이 누가 내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움직이겠는가. 발레를 시작한 때만해도 31살이었으니 여기 저기 조금 문제가 미미하게 생겨도 그러려니 넘기고 말고 했는데 이게 누적되기도 하고 나이도 더 들어 정말 이제 몇달 내 마흔이 되는 시점이 되니 미미한 문제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문제가 금방 커질 수 있으니까.

요즘처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연습 동영상, 발레 클래스 등과 넘치디 넘치는 블로그 등이 아니었으면 일련의 자세교정이 참 힘들었을 것 같다.

상하, 좌우, 앞뒤로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치마나 바지도 안돌아가고 바 없이 파세 발란스를 잡고 몇초 서있는 게 양발 모두로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제 선생님들이 여러번 말씀하셨던 그 느낌이 뭔지도 감을 잡았다. 코로날 수업에 못가는 건 참 안타깝지만 또 그게 계기가 되어 미묘한 교정들도 하고, 턴아웃 근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기간이 된 건 또 나쁘지 않다.

이 코로나 락다운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빨리 끝나서 다시 발레를 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2020년 소망사항

길디 길었던 크리스마스 신년 휴가가 끝나가고 있다. 내일 일요일만 지나면 직장에서의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게 된다.

2020년 한해를 맞아 내가 소망하는 일이 몇가지 있다. 목표나 계획이라기 보다는 그냥 소망하고 원하는 것이라고 해두고 싶다.

살을 조금 빼고 싶다. 외양적인 문제보다는 발레를 위해서. 약간의 무게 차이에도 발목과 골반 인근의 근육에 가해지는 하중이 꽤나 달라져서이다. 특히 다리를 들어 올리고 높이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조금 늘어난 1-2 킬로그램의 하중이 부담스럽다.

스크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책을 보는 시간을 늘이고 싶다. 올 하반기 들어서 웹툰을 보는 시간이 늘어서 스크린 사용시간이 많이 늘었다. 조금 더 선별적으로 볼 것만 보고 내려놓고 싶다.

덴마크어 실력을 한단계 올리고 싶다. 연말 마지막날 과거 학원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개인 교습을 받고 싶다고. 학원 강사일을 관두고 사이드로 운영하던 자신의 개인 교습 학원에 전업으로 뛰어든 선생님인데, 이 선생님과 함께하던 5개월 간 실력이 한층 뛰었던 기억으로 개인 교습을 잠시 받아본 적이 있다.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아 프로젝트 일을 하게 되며 시간상의 문제로 관두었는데, 그 이후 바로 취직이 되면서 개인 교습은 더이상 받지 못했었다. 이제 일을 일년 하고 보니 실력 향상에 정체기가 온 듯한 기분이다. 나도 동료들처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 정체기. 더이상 내 단계에 맞는 학원이 없어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다지고 싶을 때 쉽지가 않다. 불어처럼 C2 레벨 강의나 시험이 없다. C1 레벨 수업도 매우 제한적이고. 그래서 개인교습을 다시 받아볼 예정이다. 한번 수업에 무조건 최소 한시간 반 (2 lektioner)를 해야 하고 1 lektion에 625kr.니 꽤나 비싸다. 그래도 지난번 수업 들을 때는 895kr.였는데 가격을 많이 내리셨다하니 큰 차이이다. 예전에 돈 내고 학원에서 15명 이상되는 클래스에서 수업을 들었을 때 6주에 5500kr. 냈던 거 생각하면 개인 클래스에 저렴하다. 아무튼 주당 1회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상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주일에 하루만 2시부터 한시간 반 수업을 들으려는데 아마 99% 허락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주당 37시간 근무만 채우면 되고 내 일만 마무리하면 되니까. 그리고 업무 역량 향상에 내돈 들이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싶다.

발레를 조금 더 잘하게 되고 싶다. 이건 덴마크어와 마찬가지로 매년 소망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조금 더 새롭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작년 하반기동안 골반 중립과 코어근육 사용방법, 턴아웃 방법, 갈비뼈를 닫는다는 것의 의미, 풀업 등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임신과 출산으로 2-3년 정도 쉬기는 했지만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해오면서 이건가 저건가 끊임없이 고민해오던 이 문제가 올 하반기를 거치며 동시에 풀리기 시작했다. 운동해부학과 발레 관련 동영상과 글을 파고들며 실제 이를 적용한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서. 레티레 상태로 균형을 잡고 서있을 수 있는 요령이 몸에 익었다. 데벨로페 알라세꽁을 90도 이상으로 들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골반에서 소리가 나지 않고 아프지 않게 되었다. 한가지 문제가 아니었었기에 그간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없었던 거다. 이와 함께 턴도 한바퀴 이상을 돌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스포팅이 안좋아서 모멘텀을 금방 상실하긴 하지만. 발레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에 대한 이해가 새로워졌으니 이제 여러 동작들을 조금 더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 같고 새로운 동작들을 더 배우기에 기반이 다져졌다. 이젠 좀 더 예술적인 표현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싶다. 그리고 포인트슈즈 클래스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관계적인 측면에서는 하나에게 조금 더 따뜻한 엄마가, 옌스에게 더 상냥한 아내가 되고 싶다. 나의 예민함을 조금 더 잘 다스리고 싶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내려놓고 효율성 개선을 통해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함으로서 중요하지 않은 일에서 발생하는 갈등요소를 줄이고 싶다. 크게 싸우는 일도 없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말투에 짜증이 섞이는 일은 종종 생기니 그게 싫다.

조금 더 계획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새해가 된다고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중간중간 계기가 있을 때 현황점검을 하고 소망사항을 들여다보는 것이 작년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내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이렇게 또 한번 소망사항을 적어내려가본다.

Rundvisning på Gamle Scene

왕립극장 중 발레공연을 주로 하는 Gamle Scene의 투어를 돌고 왔다. 연말을 마무리하는 이벤트로 계획을 해봤는데 한시간 반에 달하는 오래된 건물 투어에 하나가 매우 순조롭게 협조해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10대 소년 한명 외에는 이렇게 어린 애가 없었는데, 다행히 떠들지 않고 뛰어다니며 시간을 잘 보내주었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내가 왕립극장에서 취미발레수업을 들어서 그런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강추. 남편도 즐겁게 보고 왔고, 하나도 무대와 연습홀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춤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덴마크에 사는 사람이라면 강추. 연말 마지막날이라 극장에 공연도 없고 우리밖에 없어서 평소에는 잘 안해준다는 무대 방화벽 올리기도 해주도 좋았다. 그리고 여왕의 대기실과 여왕이 앉는 좌석도 보고 역사속 그 장소의 이야기도 듣고. 의상이 만들어지는 장소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춤을 추는 B 연습실과 공연무대가 어떻게 연결되는 지도 알게 되었고 그걸 옌스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고.

연말 좋은 이벤트였다.

발레 포인트슈즈로 만든 거대 크리스마스 트리
발콘좌석 앞 리셉션 장소에서
공연 무대 위에서 무대를 향한 방화벽을 열고
공연에 쓰일 옷의 색상을 무대 조명 아래서 직접 테스트하는 용도란다. 무대위에 서있었다.
무대에서 뛰어다니는 하나
무대에 쓰일 배경장막을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이렇게 긴 건 처음본다.
연습실로 가는 길목
연습실에서 엄청 뛰어다니는 하나
발레바를 보면 당연히 매달려야지.
여성무대의상 의살실
무대의상 제작 스케치
하나랑 의상실에서 한 컷
의상 컨셉 스케치 콜라주
과거 무대의상

발레, 발전

일주일에 두번 수업을 듣기 시작한 후로 발전이 느껴지고 있다. 동시에 유튜브로 발레강의 동영상을 꾸준히 듣고 거기서 배운 팁들을 활용한 것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골반 중립에 대해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서는 다리에 주저앉지 않으면서 수평 골반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코어근육 중 속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알게 되면서 그간 잘 이해되지 않던 고관절을 분리해서 사용하라는 말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풀업도 그렇고.  그와 함께 발레 턴을 위한 중심 이동에 대해 저 위의 문제가 해결되고 동시에 턴과 관련된 몇가지 나쁜 습관을 고쳐가면서 턴도 많이 좋아졌다. 앞뒤와 옆으로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도 좋아졌고. 

여러가지 집중해서 신경쓰던 일에서 자유로워지자 선생님의 동작을 보고 세세한 디테일이나 포드프라에 신경을 쓰는 게 조금 더 쉬워졌다.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겼다고나 할까? 그리고 오르쪽 방향으로는 여러 안무에서 춤을 추는 게 좀 더 춤 다워졌다. 

그런 이후 포인트슈즈 클래스가 열리고 두번의 수업을 들었는데, 처음 포인트슈즈를 신는 거지만 그래도 이제 취미발레로나마 춤을 춘 기간이 제법되서 그런지 포인트슈즈를 신고 를르베로 균형을 잡거나 파세를 하는 것, 에샤페를 하는 것 등이 생각처럼 어렵지 않았다. 데미포인트로 발을 꺾을 때 슈즈가 꺾이는 점의 발등이 조금 아픈 것이 가장 힘들지만 그것 빼고는 좋았다. 

언젠가는 작품 연습도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겠지? 

균형골반과 발레

오랫동안 잘못 쓰고 있던 골반. 얼마전 한 다리로 섰을 때 수평이 깨지던 골반의 균형을 수정보며 여러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턴을 할 때 자꾸 등이 뒤로 넘어가려는 것이나, 알라세꽁으로 다리를 들 때 90도 이상으로 다리를 들려할 때 고관절이 아픈 문제 등. 균형골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앞뒤모양을 기준으로 한 균형골반이 어디인지에 대한 걸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던 중 릴드당스라는 발레 스튜디오 페이지를 알게 되고 그 동영상을 보면서 그간 선생님들에게 들어왔던 여러가지 코멘트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파쎄 를르베로 서는 것도 쉬워지고 알라세꽁으로 데벨로페를 하는 것도 좋아졌다. 물론 그 동영상만은 아니고 발레 클레스를 두군데에서 들으면서 최근에 많은 교정을 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 균형골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수평골반 문제 해결과 합쳐지면서 너무 많은 동작이 쉬워졌다. 


등이 뒤로 넘어가는 문제가 골반에서 오는 것임을 알게 되니 그간 등 안뒤집어지게 하려고 노력하던 게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게 해결되니 피루엣이 쉬워지고 피케턴이나 스트뉴턴 등도 다 쉬워졌다. 또한 체중의 중심을 발끝에 싣는 것도 잘 안되다가 해결이 되면서 센터에서 몸의 방향을 돌리거나 뛰는 것도 안정적이 되었다. 


코어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떻게 안정되어야 하는 지를 발레 시작한지 순수하게 춤을 춘 만 4년이란 시간 동안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는 게 놀랍다. 아무튼 이제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제 토슈즈도 곧 신을 것인데 말이다.


발레는 정말이지 중독성이 심한 취미임이 분명하다. 쉰 기간을 포함해 7년을 한 취미인데 지금도 이렇게나 발레 가는 날이 기다려지고 발레를 한 날이면 러너스 하이와 같은 상태를 경험할 수 있고 밤에는 잠이 들기 어려울 정도이다. 만으로 33살이 되면서 늦게 시작한 발레이지만 그때라도 시작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 인생의 취미로 장식될 발레를 이제나마 접했으니 말이다. 

토슈즈

어제 발레 수업 중 선생님이 토슈즈 신어본 사람 몇명이나 있는지 물어보셨다. 덴마크에 와서 발레 다시 시작하고 일년 쯤 지났을때인가? 그때 선생님이 토슈즈 클래스를 듣는 걸 권유하셨는데 왜 그때 안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부상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만이었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을 조금 쉬었었는데 왜 그때 쉬었더라…?


그러나 이제라면 토슈즈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올 초에 다시 발레를 시작하면서 쉬는 기간동안 잊어버렸던 것들이 머리와 몸에 서서히 돌아온 것도 있고, 또 그간 이해가 안되서 잘못하던 것이 선생님의 몇마디와 함께 많이 고쳐져서 최근 좀 많이 는 덕도 있다. 그간 그렇게 이해가 안되던 고관절 균형자세와 복근을 풀업하는 방법, 턴아웃 근육을 쓰는 법, 한발로 서서 탕듀나 기타 자세를 할 때의 고관절 모양 등 많은 부분에서 이해가 늘었다. 발레 동작이 안정되고 부상이 없어지는 등의 수확이 있었다. 취미발레인으로 휴식 포함 7년의 기간, 휴식 제외하고 한 4년 정도 열심히 발레를 한 것 같은데 이제는 토슈즈를 시도해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 일상은 발레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주중에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발레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고 주말에는 하나와 함께하는 발레 클래스도 있어서 주말까지 발레가 많은 시간을 채우고 있다. 일요일이면 월요일에 있을 발레가 기다려져서 얼른 월요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이니 말이다. 


출산 후 발레 클래스 시간이 맞지 않아 미뤄두는 동안 몸의 라인이 영 별로였는데, 서서히 살도 빠지기 시작했고 온 몸에 다시 라인도 생기기 시작했다. 팔뚝 살도 없어지고 가슴팍에도 근육이 단단하게 붙고 복근도 단단해지고 있다. 등근육도 붙기 시작했지만 이건 따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다리도 다시 많이 강해졌고. 코어근육 중 다리를 턴아웃해서 드는데 관여하는 장요근 강화가 중요하다. 그래야 부상 없이 다리를 더 많이 들 수 있으니까. 


토슈즈라.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발레샵에 가서 신어보고 천천히 골라봐야겠다. 꼬매고 손질하는데도 시간이 걸릴테니까. 아… 발레여…

내사랑 발레

발레가 너무 좋다. 정말 정말 좋아서 매주 발레 클래스를 손꼽아 기다린다. 다음주부터는 주 2회로 늘어나니 더 기대된다. 게다가 한번은 로열 발레단에서 개설하는 클래스라서 새롭게 설렌다. 마음에 드는 옷도 새로이 추가장만하고. 아. 이 좋은 걸 이리 늦게 찾게되다니. 그래도 이렇게나마 찾은 것도 감사하지. 러너스하이처럼 발레하고 온 날은 잠에 들기 참 어렵다. 발레가 만나게 해주는 인연들도 소중하고…

발레, 내 몸을 알아가는 여정

올해 늦봄부터 발레를 다시 시작했다. 자동차를 산 덕에 저녁준비를 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도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클래스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신 중기 이후 휴식을 하면서 그 사이 너무나 그리웠는데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2012년부터 시작한 발레이니 발레와 연을 맺은지도 만으로 7년이 되었구나. 휴식을 취했어도 운동을 할 때도 플리에와 탕듀 등 기초 동작을 트레이닝해왔으니 그 끈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정도 뿐이었다. 


거기에다가 중간에 오른쪽 고관절에 문제가 생겨서 물리치료도 받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내 골반이 왼쪽으로 약간 돌아간 탓이었다. 그건 발레와 상관은 없이 오래된 자세의 문제였는데 잘못된 체형에 장기간의 발레와 덴마크 와서 장거리를 뛰곤 한 자전거 페달밟기가 얹어서 문제가 불거진 거였다. 


발레를 시작한 지 오래되면서 내 몸의 목소리가 의미하는 바를 읽기 시작했다. 급성이 아닌 만성 부상은 뭔가 잘못된 자세에 부담이 오랜시간 얹어지면서 발생하는 바, 만성 부상이 생기면 뭔가 고칠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고칠 수 있다는 것도. 


왼다리로 섰을 때 턴아웃이 잘 안되어 자세가 풀리는 것이 왼다리의 문제라 생각했다. 그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드는 자세에서 고관절에 자꾸만 부담이 되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두 문제는 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같이 생기는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오른쪽 골반을 잡아주는 근육이 약해서 그게 밀리니 아무리 왼쪽의 턴아웃을 잡으려 해도 자꾸만 풀리는 거였다. 오른쪽 다리로 서는 건 안정적인데 왼쪽 다리로 서는 건 이 이유로 불안정하고 자꾸만 흔들리고 옆으로 무너지고, 간신히 서게 되도 종아리와 발에 부담을 많이 줘야나 가능했는데, 오른쪽 골반을 안정시키는 데 같이 신경을 쓰니 자연히 왼쪽을 축으로 하는 동작이 안정되는 거다.
남이 몸을 보고 교정해주는 것만으로는 맞는 자세를 찾을 수 없다. 각자 해부학적인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도 보기에 맞아보이는 자세를 찾아주면서도 맞는 동작은 이런 느낌이어야 한다며 움직일 때 느낌을 시각화해서 설명해주는 것이다. 즉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들어맞는 동작의 공식이 아니라 원칙적 공식에 각자 자기의 몸에 맞게 오차 보정을 해야하는 거다. 


여러 선생님을 거쳐오며 선생님들이 설명해준 내용을 조합해보고 내 몸의 소리를 들어가다보니 그간 고생해오던 고관절 부상은 없어졌다. 어깨도 그렇고. 의외로 내 몸의 오른쪽 소속 관절들이 왼쪽보다 불안정한 것 같다. 이런 불안정성을 교정하면 할 수록 몸의 근육부피 차이도 줄어든다. 짝짝이 가슴도 거의 같아졌고.


다른 운동과 달리 발레는 이런 몸의 소리를 세세하게 듣게 만들어준다. 각자 좋아하게 되는 운동과 그 이유가 다르듯이 모두에게 같지는 않겠지만 이런 이유로 나는 발레를 사랑하고 아마 지금 클래스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이가 많이 들어 은퇴할 나이가 되어서도 계속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