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를 받아들이는 방법

나는 이방인이다. 훗날 시간이 많이 흘러 이곳의 문화와 생활에 푹 젖어들게되며 이방인이라는 색이 흐려지고, 그래서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타인이 눈치채는데 시간이 걸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내가 이방인인 사실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살면서 내가 이방인인 것 같은 경험은 어디에서나 하게 되지 않던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쭉 자라온 한국에서조차 내가 이방인인 것 같다는 느낌에 고독함을 가졌던 게 얼마나 잦았던 일인지 생각해보면 굳이 내가 사는 곳이 어디인가를 따지지 않고도 나는 영원히 이방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세상이 다른 사람들로 채워진 곳이라 그렇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참 당연한 사실인데 왜 그걸 이제 알게 되었을까?

나는 다른 사람이다.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달리 태어났다. 그리고 내 삶의 궤적이 그리 평범한 편도 아니다. 설령 내 삶의 궤적이 아주 평범하더라도 그냥 달라도 된다. 내가 어디 살 든 나와 같은 사람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덴마크에 산다 해서 덴마크 사람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 완벽한 통합은 이상도 아니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나는 내가 남들과 다른 사람이라서 사회에 새롭게 기여할 게 있다. 내가 사회의 부담이 아닌 이상 그 이상 덴마크인처럼 생각하고 같아져야 할 필요가 없다. 그 같아져야 할 대상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다.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왔다갔다 하는 대화가 잘 안들려 이를 완벽하게 따라잡지 못해도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다 좋아질 일이고, 한국에서도 잘 안들려 못알아 듣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그걸 다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도 기억한다.

그리고 뭔가를 잘 못하는 나도 나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머리로는 그래야 하는 걸 아는데 마음으로 와닿지 않던 것이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고 그게 발전의 원동력이기에 이를 버리려는 건 아니다. 다만, 잘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에 격차가 있을 때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못해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걸 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못해도 괜찮다. 그냥 지금을 즐기고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거다. 그러면 어느새 그 차이가 줄어들어서 더욱 즐길 수 있게 될 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움추러드니 성장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하나에게도 그걸 끊임없이 알려줘야할 것 같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건강한 거고, 좋은 거지만, 못해도 괜찮고, 그렇게 배우면서 느는 거라고. 현재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