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면접 일정이 잡혔다.

덴마크가 요즘 완전고용수준에 달해있다고 하더니만 정말 그런가보다. 어제 이력서를 한군데에 더 냈는데 오늘 전화가 와서 금요일에 면접을 보자고 한다. 8군데 지원했는데 4군데 면접이니 나쁘지 않다. 우리 동기들도 보면 덴마크어와 스웨덴어만 하면 각자 자국에서 바로바로 직업들 잡았던 것 보면 언어만 되면 몇달 안에 자리 잡는게 일반적인 것 같다. 물론 덴마크어가 안되는 친구들은 다 자기 나라로 결국 돌아갔다. 직업을 1년이 지나도록 못구해서… 슬프다.

덴마크도 기업이나 기관간 면접형태나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큰 기업이나 기관의 경우 나름의 공통의 특징이 있다. 기관 소개나 면접관 소개와 같은 것, 우리보다는 면접이 친절한 것 같다. 그리고 면접은 반드시 1인 단독으로 본다는 것. 구직자가 여럿이 들어가는 우리네 대기업 면접을 이야기하면 다들 눈이 동그래진다. 그렇게도 면접을 하느냐며.

그렇지만 또 기관별 특성을 볼 수 있는 점에서 재미도 있다. 여기는 뽑는 부서장의 의견이 일반적으로 제일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노조와 같이 동료의 의견을 반영할 사람이 꼭 들어간다더니 정말 그렇더라. 그래서 부서장과 구직자의 전문지식을 확인할 동료 하나, 동료대표 한명 이렇게 세명이 기본으로 들어오더라. 목요일 2차 면접을 치를 경쟁소비자국에서는 2차엔 HR 담당자 한명까지 추가해서 네명이 들어온단다. 금요일 면접을 치를 에너지/유틸리티/기후부에서도 세명이 들어온다고 하고. 

산별노조가 우리는 직장의 산업에 따라 나뉜다면 여기는 자기가 속한 직종에 따라 나뉜다. 나는 DJØF라고 법률 및 경제 분야에 공부/근로하는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에 가입해 있다. 오늘 여기서 하는 커리어 수업에 갔는데 나처럼 커리어체인지를 하는 사람 같은 경우 미리 커리어와 기관 연봉 통계 분석을 통해 가능 연봉을 확인하고 연봉협상에 임하라고 하더라. 아직 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는 것 같아 내일 전화를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지난 한달 일한 COWI에 가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왔다. 시간이 너무 타이트해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읽기 좋은 형태로 줄 수 없는 건 알지만 시간 여유가 있었더라면 어떤 식으로 줬으면 더 좋았을 지를 설명해준다고 해서 좋은 설명 들었다. 고객 미팅에 내 분석 내용을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형태로 탄탄한 근거하에 고객의 궁금증을 잘 해소해줘서 좋았다고 했다. 태도 및 컨텐츠 모두. 120시간 정도 일했는데 200만원 정도 받기로 했으니 세금 때고 뭐하면 진짜 저임노동을 했지만 그게 나에게 좋은 경력이 되니 불평은 안하련다. 지금 면접보는 곳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그와 관련된 그의 조언도 들었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 추천이 필요하면 이야기 하라길래, 면접보는 곳들에서 요청이 들어올 것 같으니 그럼 잘 좀 부탁하겠다고 했다. 고객의 컴플레인 없이 깔끔하고 빠르게 프로젝트가 정리되어 만족스러웠다고 했으니 추천도 잘 해줄 것 같다. 실제 경쟁소비자국에서 그 짧은 기간이지만 COWI와 일했다고 하니 높게 사줬던 만큼 나에게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였다. COWI는 싸게 내 노동력을 사고 나는 경력을 얻었으니 윈윈이지. 

금요일 면접볼 부처에서는 1차 면접만 있는건지 뭔지 이미 인적성검사를 보고 면접을 보자고 한다. 부처마다 조금씩 다른 듯. 여기는 인적성검사도 다른 회사를 이용하더라. 내일 하나 학부모 면담이 있으니 그거 끝나고 좀 맑은 정신으로 풀어야겠다. 이번건 12분동안 50문제 푸는 적성검사와 (아마 이게 가장 세계적으로는 표준인듯. 지난번 30분 80문제가 좀 덜 일반적이었던 듯하다.) 20분정도 걸리는 인성검사이다. 인성검사는 시간제한이 없고 정답이 없으니 내일 옌스가 퇴근하는 것을 기다려 이해 안되는 문장도 물어가며 해봐야겠다. 

일은 목, 금 면접볼 두 곳 모두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목요일에 볼 곳은 좀 더 스페셜리스트로서 경제학자의 역량을 활용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 같고, 분야는 수자원 관리 분야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내가 논문을 쓴 방법론과는 다르지만, 주제 면에서는 홍수를 다뤘기에 이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 금요일 면접볼 곳은 에너지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 졸업을 하기 위한 전략수립을 위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학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장관 보좌 업무도 들어가있으니 계량적 분석도 필요하긴 하지만 그에 대한 요구수준이 낮은 것 같다. 약간 제너럴리스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국제 협업이 많아서 해외 대사관으로 나가는 업무도 많은 일자리가 제공할 수 있는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외국인으로서 덴마크에 뿌리 내리려는 나에겐 큰 메릿은 아니다. 하지만 2050년 화석연료 졸업을 위한 전략수립이라니… 내용은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이미 면접을 본 곳은 상사가 될 분이 너무나 좋은 것 같고 (아마 나랑 동갑이거나 한살 어릴 듯?) 같이 일하게 될 동료도 좋은 것 같아서 사실 마음이 확 기울어있긴 하지만…

대충 유관분야에 맞아야만 지원하는 대신, 지원한 곳에서는 어디든 받아주면 감사하면 들어가겠다고 했었는데, 여기저기 면접을 보기 시작하니 어디가 나에게 더 맞을까 하며 비교하는 간사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중요한 결정이긴 하니까 잘 생각은 해봐야겠다. 하긴 김칫국을 마시진 말아야하는데… 환경경제학은 아무튼 잘 선택한 것 같다. 수요가 꾸준하고 앞으로 전망이 밝은 곳이니까. 오늘 다녀온 곳에서도 유망 분야라며… 

요즘 입사지원 이외에는 별로 뭐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바쁘다. 다음주말엔 시댁에 다녀오기로 했는데. 갔다 와서 연말 전에 일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경쟁소비자국 1차 면접후기

오늘 konkurrence- og forbrugerstyrelsen에서1차 면접을 보고 왔다. 여기에 center for vand이라고 수자원과 관련된 자연독점형 공기업의 규제를 담당하는 곳이다. 벤치마킹 분석을 통해서 관련 기업의 수익한도를 설정하고 경영효율화 가능 부분을 찾아 평가하고 규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역난방과 전기, 가스는 에너지국에서 모두 담당하는데, 수자원은 경쟁소비자국 산하에 수자원센터를 둬 여기서 관리를 하고 있는게 조금 생소했다. 

면접은 여태까지 본 데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은 곳이었다. 케미가 맞는 느낌이랄까?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은 것만큼 그쪽도 좋은 느낌을 받았나보다. 1차 면접자 5명중 내가 가장 마지막 면접자였다고 했는데 면접을 보고 30분 안에 합격 및 2차 면접 일정을 통보받았다. 일정 리스트를 보아하니 나를 포함 2명이 2차 면접에 든 것 같았다. (1차엔 타임 슬롯이 7개였는데 5명 초대했다고 했는데 2차엔 타임슬롯이 2개였다. 그러니 2명일 확률이…) 면접은 다음주 목요일. 그 전에 아이큐테스트와 인적성검사를 미리 집에서 봐야한다. 인적성검사와 아이큐테스트는 옛날 국민은행 입사할 때 15년 전에나 해본 건데… 그 사이에 머리가 많이 퇴보했을 것 같아 조금 신경이 쓰인다. 

면접 내용은 뒤죽박죽으로 기억나긴 하지만, 내가 왜 오랜간의 경력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공부를 해 커리어체인지를 하는지, 1개월간 했던 COWI에서의 프로젝트를 두고 그 경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전 직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인지,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수리적인 분석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련 분야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 밖에 기타 개인적인 성향이나석사논문 내용, 국민은행에서 했던 일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수자원 기업의 투자 분석도 해당 부서의 새로운 업무 중에 하나거 될텐데 이런 일도 관심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또 하나 재미있던 질문은, 사실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과도 관련있었지만, 내 덴마크어와 관련된 거였다. 경제적 분석을 하고 글을 써야 하는데, 덴마크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내 감정이 어떤지를 물었다. 영어와 달리 쓴 것을 다시 읽어보면서 틀린 것을 찾고 교정할 때, 완전히 다 잘 고쳤는지 확인을 했다는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 그래서 실수 없이 글을 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답을 했더니, 덴마크 사람도 글을 쓰면 실수를 하고, 내 덴마크어는 아주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내가 글을 쓰는 자체에 부담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교정은 동료들이 봐줄 수 있는 부분이니 그런 문법적 실수는 크게 괘념치 말라면서. 그래서 글을 쓰는 건 좋아하고, 덴마크어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점에서 난 오히려 너무 좋다고 했다.

내 논문 내용에도 관심을 갖길래 간단히 설명을 했더니, 이 부처 업무와도 관계가 있고 내용도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기뻐했다.

덴마크 에너지 협회가 뭔가 직원들관 화합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져있던 것 같은 느낌이라면 (모두 장기 근속하는 사람들이고, 서로 협력이 중요해서 너무 경쟁적인 것 같은 사람은 자기네랑 안맞는다며, 내 학점이 너무 높은 것에 대해서 다소 우려를 하며 관련 질문을 했었다.) 여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나 서로 협력한다, 이런 분위기였다. 분위기는 너무 좋아보였다. 일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

우선 인적성 검사 및 아이큐검사를 어느정도는 잘 봐야할 것 같은데, 덴마크어로 봐야해서 짧은 시간안에 얼마나 빨리 풀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언어 부분도 평가를 하는데, 덴마크어의 부족으로 인한 부분도 있을테고… 뭐 걱정해봐야 소용은 없으니까.

지난번 덴마크 에너지 협회 면접은 너무 바빠서 아무 준비를 못하고 봤다면 이번엔 통보받고 너무 짧은 기간 후에 면접이 있었고 사이에 미리 잡아놓았던 일정들로 너무 바빠서 준비를 별로 못했다.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도 있던게 원래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요청하는 거 아니면 통역 안하는데, 덴마크에 계시는 동안 나를 잘 챙겨주셨던 연대 선배님이 계셨다. 여기 국립박물관에 교환큐레이터로 나와계셨던 분이었는데, 그분 소개로 국립박물관 지방분원에 관장님 및 큐레이터 분들 이렇게 세분이 오셨다. 당초에 이걸 맡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화요일에 금요일 일정을 통보받고 보니 통역 끝나고 아슬아슬하게 가야 간신히 면접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의 일정도 길어져서 마지막엔 너무 초조했는데, 속도제한 110에서 140으로 달려가며 시간을 아주 조금 남겨두고 도착해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하나의 동영상을 보면서 너털웃음을 지으며 긴장을 싹 풀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공채 면접 외에는 면접을 본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1인 면접에 평균 한시간 가까이 면접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보고 면접관이 조직에 대해서 왜 채용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될 건지, 자기는 무슨 공부를 했고 어디서 사는지 같은 것에 대해서 먼저 소개하고 시작한다. 면접자도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할 기회를 받는다.

나는 연식이 오래되서 그런지 옛날 취직할 때 같은 긴장감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내 소개도 따로 준비하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상대방의 소개에 비슷한 레벨로 맞춰서 진솔하게 내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게 내가 면접을 본다면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일 것 같기도 하다. 정답은 없겠지만.

우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테스트를 봐야겠다. 다른 곳에 지원서도 써야 하고. 

아… 취직이 얼른 되면 좋겠다. 벌써 졸업한지 3개월이 거의 다 되어가네…

두 군데 1차 면접 후기

지원서를 낸 5 곳 중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집에 돌아가면 쓸 한 곳이 더 있는데, 아직 그 곳은 쓰지 않았으니. 한 군데는 덴마크 에너지협회, 다른 한 군데는 코펜하겐이코노믹스라는 이코노믹스펌(컨설팅펌이 아니라 자기네는 경제학만 컨설팅하니 이코노믹스펌이란다.). 둘다 정확히 내가 제일 가고 싶은 직무는 아니다. 각자 조직내에 내가 하고 싶은 직무의 일이 없는 건 아닌데, 오프닝이 난 포지션은 내가 100% 하고 싶은 일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떨어져있다.

에너지협회 포지션에 관련해서는 수업을 하나 듣긴 했는데, 내가 논문으로 판 분야가 아니다. 그렇지만 모델링과 프로그래밍이 많은 경제학 컨설팅 직무라는데에서는 마음에 든다. 코펜하겐이코노믹스에서는 얼마나 모델링과 프로그래밍을 쓸지 잘 모르겠다. 그들의 환경경제학 직무에서는 많이 쓸테지만 이 통상 직무에서는 말이다. 수업 하나 들은 게 그나마 연관이 있지만, 내가 좋아했던 수업은 아니었다. 기존 코트라에서 쌓아온 경력을 매우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높이살만하나 환경경제학과는 아예 트랙이 다르다는 점에서 매력이 많이 떨어진다.

에너지협회 면접은 1시간 5분동안 진행되었다. 협회 꼭대기 뷰가 아주 좋은 회의실에서 시니어 컨설턴트와 팀장과 만나서 면접을 했는데 순수히 덴마크어로 진행되었다. 전날 옌스에게 뭐 아무거나 물어보라고 해봤다. 바쁜 프로젝트 탓에 아무런 준비를 못했던 탓에 영 신경이 쓰여서 잠깐 연습이나 해볼까 하는 거였는데, “네 강점과 약점에 대해 말해봐라”라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못하겠더라. 결국 강점에 30초 쓰고 단점에 2분을 써서 어찌어찌 대답을 했더니 옌스가 별로 성공적인 세일즈 방식은 아닌거 같다고 했다. 덴마크어라서 할말이 없거나 그런건 아니었는데, 덴마크어라 더 어려운 거 같기도 했다. 그래서 혹시 아이스브레이킹만 덴마크어로 하고 면접은 영어로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는 건 어떨 것 같은지 옌스와 상의를 했는데, 그것도 괜찮을 거 같다고 옌스도 생각하길래 그러려고 했다.

다음날 교수와 만나서 프로젝트 회의를 좀 하고 막바지 프로그래밍에 박차를 가하다가 면접을 보러 걸어갔다. 학교 도서관에서 15분 거리에 떨어진 곳이라 마음도 정리할 겸 걸어갔다. 내 강점과 약점이 뭔지 좀 생각해보면서. 너무나 오래간만에 신은 힐에 (제일 편한 낮은 힐이었는데도…) 발바닥이 영 불편했다. 준비한 게 없으니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또 생각해보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뿐인 자리이고 덴마크에서 첫 인터뷰이니 경험삼아 하는 것 뿐이지, 기대하지 말자면서 편한 마음으로 가려고 노력했다. 출산때 써본 날숨을 길게 내쉬는 복식호흡법도 써가며… 결국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정시에 나를 데리고 올라갔다.

정말 내 생애에 가장 편하게 본 면접인 거 같다. 이렇게 준비를 안한 면접도 없었는데 어쩌면 그랬기에 미리 준비해 둔 모범답안도 없었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아둥바둥 준비해야하는 면접은 나에게 안맞는 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내가 야심없는 타입이라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애써 그냥 팔게 아니라 자리가 나에게 맞는 자리인 지도 알아보고 서로 자연스러운 상태로 교감하고 탐색해야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안맞는 자리 가서 고생해봐야 나도 상대도 좋을 게 없지 않는가.

내 장점, 단점, 여러가지 생각에 대해서 솔직히 이야기했다.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어쩌다보니 그냥 면접을 덴마크어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큰 무리없이 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뇌가 긴장의 끈을 붙들고 자기를 풀가동해 준 덕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에 물어볼 거 없냐는 질문에 몇가지 물어보면서 덴마크어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지금 정도 하는 거면 나중에 일하면서 느는 정도로 충분히 괜찮을 거 같다고 했다.

면접에 대한 느낌은 나는 나쁘진 않았는데, 상대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2차 면접에 대해서는 가을 휴가 이후에 답을 주겠다고 했다. 부협회장이 보는 면접이 되는 거라 일정 잡는 일이 자기네도 그렇게 빠르게 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2차 면접을 이미 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하는 건지, 아직 그건 정해지지 않았지만 보게 된다면 일정이 그 뒤에 잡힌다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물어보진 않았다. 나중에 어차피 알게되겠지 하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자기네와 같이 일할 문화 면에서 부딪힐 면이 많이 없는 사람인지 보는 게 가장 중요해보였다. 물론 업무역량은 최소한의 것은 맞춘 후에지만. 예를 들면 만점에 거의 가까운 내 학점에 대해서, 완벽주의가 있는 건 아닌지를 물어보았고, 그게 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는 거라며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답을 했더니 후속 질문으로 다수 프로젝트의 데드라인과 완벽주의가 상충할 때 어떻게 할 지 등을 물어보았다. 심리분석을 자기네 기준에 맞춰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대답을 통해 나도 나에 대해 별 생각없었던 부분에서 조금 더 잘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좋은 경험이었다.

코펜하겐이코노믹스 면접은 1차 스크리닝면접을 외부 컨설턴트를 통해 진행하는 모양이었다. 그들과 6년간 같이 일해왔다는 컨설턴트는 알고보니 옌스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스카이프를 통해 면접을 했는데, 전화를 끊기 직전에 “내 남편이 네 이름 이야기를 듣더니 흔치 않은 이름이라며, 자기 고등학교 동창인거 같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 이름을 말해보라기에 알려줬는데, 자기가 그 동창 맞다면서 세상 참 좁다는 거다. 진짜 세상 참 좁다.

여기는 영어가 공용어라 영어로 면접을 봤다. 1시간 15분에 걸친 면접이었는데, 면접을 하면 할 수록 이 일이 내 일이 아니란 생각이었다. 세일즈에 대한 강조가 엄청난 포지션이었다. 일을 10이라 하면 이중 4가 세일즈라니… 시니어 포지션이라 그렇다는데, 기존에 유럽에서 쌓아온 네트워크가 없는 나에게 바로 세일즈가 중점인 포지션은 아닌 거 같았다. 세일즈나 네트워킹과 관련된 인성 쪽을 파보는 질문이 너무 많았다. 면접 마지막 무렵에 “너와 면접을 할 수록 이 일은 나와 맞지 않는 일인 거 같다.”라고 하니 자기가 너무 겁을 줬나보다면서 휴가기간 중이라니 그 기간중에 잘 생각해보고 다음 면접 때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이 일은 아닌 거 같다. 내가 이 직종에 엄청 꽂혀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손을 뗀지 3년반이나 흘렀고, 네트워크를 갖고 들어오는 시니어를 뽑는 자리에 유럽내 네트워크라고는 제로인 내가 세일즈를? 내 역량에 맞지 않는 자리다. 이건 그냥 내려놓는 게 맞다.

나에 대한 탐색 및 사고와 두 회사에서 일련의 면접을 통해 느낀 건 내가 야심은 별로 없는 사람이라는 것, 코트라 직무처럼 여러방면에 걸친 일보다는 전문적인 일을 잘 해내고 싶어하고 잘한다는 것 정도인 것 같다.

옌스가 면접 볼 때 입으라고 사줬던 가을 신상 정장이 있었는데, 과연 이 정장을 입을 일 없이 겨울을 맞이할까 (물론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정장이긴 하다.) 싶었더니 다행히 한번은 입을 일이 있었다. 좀 살이 쪄서 무리가 있으려나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고. 흠흠…

지금 프로젝트 하고 있는 회사에 포지션이 하나 나서 거기를 지원할까 하는데, 사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진짜 싼값에 좀 부려먹는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면이 있어서 다소 망설여지는 면이 있다. 이 프로젝트만 아니면 엄청 열정적으로 지원했을 거 같은데… 옌스는 어디나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있고, 내가 정식직원이 아니라서 과하게 부려먹으려는 면이 또 있는 거 같다며 그 경험을 토대로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일해본 (10년전 이야기지만) 바에 의하면 조직 분위기는 참 좋다며. 우선 이번 프로젝트는 가을 휴가가 끝난 후 다시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 그거를 잘 하면서 지원서를 써봐야겠다. 이 프로젝트 경험이 회사 지원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벌써 10월 중순이다 실업 기간이 벌써 한달 반이네.  얼른 취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만약 취업이 될 거라면, 조금만 쉬고 취업이 되었으면 하는 게 간사한 사람의 욕심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한국방문 직전 급히 바쁜 근황

일주일동안 한국에 다녀올 예정이다. 가을방학 기간에는 휴가를 내는 부모들이 많아 이때는 휴가를 내는 게 옌스에게 그닥 어렵지 않기도 하고 한국에 날씨가 좋은 이유도 있고 등등해서 이때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때엔 직장을 구했을 확률도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이유였다. 너무 짧은데다가 병원 검진, 작은 지방종 절제 (여기서는 미용시술이라 안해줄 그런 작은 거지만, 이마에 있는데다가 조금 커지는 거 같아서 괜히 늦어지기 전에…), 가족 행사 등이 많아서 전적으로 가족방문의 기간으로 삼게 될 것 같다.

한국에 다녀오기로 해서 그런가. 2주짜리 프로젝트가 딱 한국가기 2주 반전에 잡혔는데, 나를 단기로 고용하기로 한 컨설팅펌에서 발주처와의 계약 문제로 계약이 1주일이 밀렸다. 2주짜리 프로젝트를 1주일 반 안에 해야 하는 상황. 오늘은 더이상 일 할 수 없을만큼 오래 일했으니 이제 접어뒀지만 중간에 하나가 아픈 일이 있으면 절대 안되게 타이트해졌다. 짐은 주말 저녁에 싸야한다. 옌스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밤 늦게까지 출장을 가는터라 주말 낮엔 싸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나 거 중심으로만 싸야지. 시부모님이 금-토 이렇게 오신다니까 그때 좀 봐달라고 하고 짐을 싸던가 해봐야겠다.

면접이 하나 잡혔다. 졸업하기 직전부터해서 이력서를 몇개 썼더라.  5개를 썼구나. 2개는 거절당했고, 세번째로 쓴 곳에서 면접이 잡혔다. 나머지 2개는 아직 서류전형 중이다. 2개 거절당하고 나서 (사실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음에도) 그 충격이 생각보다 컸나보다. 마치 10번은 거절당한 듯한 기억이었던 것을 보면. 하필이면 일분일초가 귀한 타이밍에 면접을 보러 가야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물론 당연히 면접을 보러가야지.

잘되면 좋은 거고, 안되도 면접 연습을 한 셈이니 좋은 거다. 안그래도 제일 가고 싶은 회사 (지금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에 오프닝이 하나 났는데, 여기 면접 기회가 올 지야 모르지만 온다고 하면 이곳을 위한 면접 연습도 되는 셈이니…

프로젝트는 정말 재미있다. 진작에 데이터 프로그래밍 쪽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싶을 정도로. 배우는 것도 많은데 돈도 주고!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싸게 나의 고급노동력을 이용하는 거다. ) 논문을 GIS와 R을 많이 써야 하는 주제로 정한 덕에 나도 모르게 이 두 프로그램과 많이 친해져있었다. 2주동안 빠른 속도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 같다. 직장이 빨리 안잡히면 Datacamp 등을 통해 프로그래밍 공부도 좀 하고, 부동산 시장도 들여다볼겸 (집산다는 친구도 있고 등등) 데이터 놀이도 해볼까한다.

내일 또 일하러 나갈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물론 일과 육아 및 가정생활을 병행하려다 생기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지만, 그거야 내가 가정주부로 내 재량이 아주 많아지는 경우를 제외하고서야 어떤 경우에도 있을 거 아닌가.

이제는 자러가야지. 내일은 내일의 코딩이 기다리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