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기는 것들

좋아하던 텔레비전 시리즈들이 시즌을 거듭하며 지루해지고 좋아하던 음악들도 계속 반복해서 듣다보니 질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때마침 눈과 귀에 띄는 것들이 생겼다.

첫째로는 DR에서 새로이 시작한 드라마 시리즈인 Carmen Curlers라고 머리에 고정해두고 기다리면 컬이 생기는 고데기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악셀이라는 사람을 그렸다.

딱히 꼬집어 이야기 어려운데 좀 새로운 방식으로 영상을 담았다. 중간중간 자기 세계에 몰입하는 인물들의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환타지스러운 영상기법이 DR에서 평소에 볼 수 있던 시대극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호기심이 더 가는 극이라고 할까?

둘째로는 Shu-bi-dua의 음악이다. 1970~80년대에 가장 전성기를 구가했던 팝락그룹인데, 사실 그 중 리드싱어였던 Michael Bundesen의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는 게 보다 정확하겠다. 덴마크 어린이 노래는 어른들이 어른의 목소리로 부른 게 많은데 특히 60~80년대 음반 중에 좋은 게 진짜 많다. 그 중 한 노래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 찾아봤더니 말로 엄청 많이 들어봤던 Shu-bi-dua의 리드싱어였던 것. 애들이 들으면 웃긴게 아닌 그냥 노래인데, 어른이 들으면 무슨 저런 걸로 노래를 만드나 싶어 웃음을 터지게 만드는 가사라던가, 아니면 손발가락이 오그라들만큼 찌질함을 너무 편안한 목소리로 불러서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속이 오글거리는 가사라던가 하는게 귀를 즐겁게 한다. 내 귀를 처음 사로잡은 노래는 Røde hunde. 이는 질병인 풍진을 뜻한다. 예비임산부들이 예방접종을 맞는 바로 그 풍진.

나는 풍진에 걸렸어. 나는 꽤나 아파. 내가 너무 불쌍해 라는 가사로 시작해서 중간에 열이 얼마나 나고 진통제랑 페니실린을 먹고 있다는 내용 등 가사를 들어보면 무슨 이런 걸 노래로 부르나 싶은데, 목소리만 들으면 그런 내용일지 모르겠는 노래라는 데에서 컨트라스트가 두드러져 재미있게 들었다.

옌스가 슈비두아를 듣고 마음에 든다면 정말 덴마크인 다된거라 하더라. 사실 한 삼분절은 덴마크인이 되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긴 하다.

또 이렇게 덴마크를 알아가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