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지를 팥죽 먹으면서 기념하는 것처럼 서양에는 크리스마스가 있다. 원래 예수의 탄신일과 무관했던 페간 전통인 동지기념일을 해당 지역 기독교 전파를 위해 예수의 탄신일처럼 이용했다는 가설이 있듯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전통은 사실 예수 탄신일 보다는 엘프, 요정 등으로 번역되는 nisse (니써/니쎄)로 가득하다. 애초에 크리스마스의 명칭은 예수의 탄신일과 상관없는 단어인 Jul (율)이다. “Det nordiske ord jul kendes også som urgamle låneord i finsk juhla ‘fest’ og det lidt senere lån joulu ‘jul’. Ligesom det vestnordiske flertalsord jól er de dermed vidnesbyrd om, at man i Norden i førkristen tid havde en festperiode, som blev kaldt jul.” – lex.dk 말그대로 축제라는 뜻의 단어이다.
엊그제부터 출근하면서 정말 어둡구나 생각했다. 날이 흐린 관계로 오전 아홉시가 되어서야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여덟시 반에 일출이 있긴 한데 정말이지 지평선 끝자락에서 떴다가 끝자락에서 지는 해는 그 밝기가 미미해서 조금이라도 흐리면 해가 어느정도 올라오기 전까지는 해가 뜬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을정도로 어둡다. 그리고 일몰도 세시 반이라 세시면 거의 깜깜해진다. 12월 들어서면서 이미 충분히 어둡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어두워지니 어두워도 너무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때 쯤이면 동지가 된다. 와우!!!! 너무 신난다!!!
내가 원할때 불을 켜고 끌 수 있는 시대에 사는 나도 동지를 이렇게 반기는데 옛사람들은 어땠을까? 동지는 정말 기쁜 날이었을거다. 가장 어두운 날, 앞으로 있을 하루하루 밝아질 날들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날 말이다.
안그래도 어두운 겨울날을 코로나로 더욱 어둡게 보냈던 지난 2년을 마무리하고 올해는 좀 밝게 보내나 했더니 유럽에 찾아온 전쟁과 에너지위기로 그 분위기가 이전같지 않다. 에너지위기를 두차례 겪었던 세대는 그 때의 에너지 절약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하던데, 아마 우리 세대도 이런 습관이 깊숙하게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덴마크어로는 “척추에 내려앉을” 것 같다고 하는데, 뭔가 더욱 깊게 그 흔적을 남길 것 같은 표현이다.)
아무튼 곧 동지다. 연말 휴가가 다가오니 조금 더 일하고 휴가 기간을 즐겁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