큘로데스타이

Cullotesteg(큘로데스타이)는 우둔스테이크 정도가 되는 음식일 거다. 지방질 부위를 정방형 모양으로 살이 드러나기 직전까지의 깊이로 해서 그물처럼 칼집을 내주고 그릴판에 올려 그 그릴판을 물을 부은 깊은 오븐팬 위에 얹어 오븐에서 굽는 요리이다. 지방질에 후추와 소금으로 잘 마사지를 해주고 물이 고기에 닿지 않게 해서 굽는데, 처음엔 230도의 고온에서 15분 굽고, 고기의 중심온도가 56도까지 될때까지 180도에서 (고기 사이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충) 20-30분 구워주는 게 전부이다. 처음 고온에서 구울 때 지방이 바삭하게 익고, 남은 시간동안 안이 고르게 익는다. 수분은 놀랍게도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굽는데 전반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속 촉촉은 이해가 가는데, 겉이 바삭하게 되는 원리는 찾아보기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고 있다.) 오븐에서 꺼낸 고기는 그릇에 옮겨 담아서 호일로 덮어 휴지를 시켜주는데, 이때 계속 고기가 익기 때문에 오븐에서 레어 온도까지 다 익히고 나면 나중에 휴지 이후에 잘랐을 때 고기가 생각보다 푹 익어 있게 된다.

시댁에 가면 꼭 한 번은 먹게 되는 요리인데, 고기 판매 자체가 아무리 작아도 800그램 단위로 팔아서 세식구 메뉴로는 생각하기 어려워 직접 해볼 일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이틀에 한번만 저녁 요리를 하고, 다음 날에는 전날 음식을 데워먹는 것으로 하면서 과감히 이 부위를 사 요리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너무나 맛있고, 고기도 부드러워서 완전 마음에 들었다. 시부모님은 조금 더 고기를 익히셔서 내 기준엔 조금만 덜 익히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면, 내가 하니까 내 취향에 맞게 레어에 가까운 미디움레어로 구울 수 있어서 좋았다.

오븐에서 조리하니까 기름이 튀는 것이 적고 냄새가 진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가 포인트! 그리고 팬에 하게 되면 주로 굽는 부위들이 – 예를 들어 등심 – 가격에 품질의 영향을 제법 받아서 질기고 아니고가 내가 얼마나 돈을 지불했느냐 아니냐에 영향을 받았는데, 이 부위는 그런 차이가 크지 않아서 좋더라. 또 팬에 브라우닝을 하지 않아도 되니 설거지 부담도 덜고. 비슷하게 조리하는 오븐구이 중에서도 로스트비프처럼 겉을 별도로 팬에서 브라우닝 해주라는게 제법 있는데 말이다.

오늘 다만 뭐가 좀 씌었는지, 희석해서 쓰는 육수(fond)를 희석하지 않고 계량해서 넣는 바람에 엄청 짜져서 와인 넣고 한참 끓인 와인과 발사믹식초 등 와인소스 베이스를 거의 다 버리고, 조금 남은 것에 우유랑 분말 제형으로 된 브라운 소스를 넣어서 소스를 만들었다. 너무 아까운 것. – -; 와인 소스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 뿐 아니라 온도계를 고기에 잘못 꼽아서 온도가 상식과 어긋나게 빠르게 올라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실수를 정정하는데, 230도 오븐안에서 20분 가량 달궈진 온도계를 맨손가락으로 잡아서 당기다가 손을 데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나름 뜨거울까봐 엄지와 검지만 이용해서 가볍게 당겨보려했다는 사실이 더욱 우습다. 기름처럼 들러붙어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바로 손을 떼면서 화상의 정도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손가락이라 화상이 덜했다. 마르고 거칠어진 손가락이라.)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볼만한 사고였다. 여기서 사고는 정말 황당하게 발생한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얻고, 아이를 키울 때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전 발목을 살짝 삐는 사고도 그렇고, 소소한 사고가 잇따르는데,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큘로데가 덴마크어 설명으로 읽었을 때는 대충 엉덩이 부분이던데, 우리말로는 무슨 부위인가 해서 찾아봤더니 우둔이었다. 어째 질기지 않다 했더니 원래 부드럽고 연한 부위란다. 장조림은 연하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물에 넣어 푹 익힌 고기가 그 정도면 부드러운 거지.. 하는 생각에 닿았다. 부드러운 부위였구나. 앞으로 육회나 산적 등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거에 쓰는 부위라 한.

요즘 먹어보기만 하고 직접 해보지 않던 덴마크 요리에 도전해보고 있는데, 그를 통해 우리 음식의 재료에 대해서도 다시 알게 되고, 앞으로 더 열심히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위 명칭이 우리 말로 뭐인지 몰라서 (찾아보면 또 알수 있겠지만, 또 귀찮아서 안찾아보는 성정이라..) 사지를 않다보면 앞으로도 계속 제약이 많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해봐야겠다 싶다. 이제 큘로데스타이는 한국친구 초대 메뉴중 하나로 등록!

아래 링크는 내가 시도해보고 완전 마음에 들었던 레시피! 강추!

덴마크어로 취직을 하기까지

덴마크어를 공부하기 시작한지 4년 4개월. 정말 언제 늘까 하던 덴마크어로 벌써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불과 작년 3월인가 4월인가 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Graduate program (싼 값에 대학원생을 고용해서 2년정도 국내외로 이동시키며 다양한 업무경험을 시킨 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일반적이다.) 에 덴마크어로 처음 지원서를 썼던 게 시작이었다. 영어로 먼저 지원서를 써서 이를 덴마크어로 바꾸어 번역한 뒤 옌스의 첨삭을 받았더랬다. 어찌나 오래 걸렸는지… 하루 꼬박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논문을 쓰던 와중에 거의 막바지 들어 한두개 정도 지원서를 내봤는데, 이렇게 저렇게 작성양식을 바꿔가며 이력서와 지원서를 써봤다. 그때만 해도 내 문장에 정말 자신이 없었고, 한문장 써내려가는게 너무나 힘들었다.

졸업을 하고 1개월 정도 프로젝트 알바로 아주 바쁘던 시기와 한국 방문시기만 빼고 1주일에 한개 정도씩 이력서를 냈는데, 두어개를 내보고나니 지원서 쓰기도 조금씩 손에 익었다. 6월까지 덴마크어 수업도 열심히 듣고 8-9월 중 한달간 바짝 들었던 수업이 그렇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걸까? 첫번째 인터뷰에서 덴마크어로 인터뷰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제없이 하고 나서 나 스스로도 너무 놀랐는데, 덕분에 경쟁소비자청 면접에는 덴마크어에 대한 불안을 상당부분 잠재우고 갈 수 있었다. 논문을 쓰면서 문제제기 부문을 작성하고 관련 정부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덴마크어 자료를 많이 읽은 게 도움이 은근 되었던 거 같은게 일련의 전문용어는 그런 자료를 읽는데서 습득했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쥐가 나는 것 같은 경험은 대학원 1학기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그땐 수업시수와 과제만으로도 치였던 계량경제와 생태학에 덴마크어 수업까지 동시에 들으면서 쏟아지는 자료를 읽다가 머리가 쥐가나는 것 같았다. 지금은 경력직으로 들어가 (낮은 레벨이긴 하지만) 신규 업무를 익히는데 그걸 덴마크어로 해야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다. 회의에 들어가서 설명을 들으면서 질문도 해가며 이해해야해서 그렇다. 엄청난 자료 더미를 받았는데 그걸 제대로 이해하려다보니 그냥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던 단어도 제대로 확인하고 넘어가야해서 시간이 배로 걸린다. 다행인건 페이지를 넘길 수록 이미 찾은 단어가 다시 반복해 나오고 불확실한 단어나 모르는 단어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읽고 이해한 데에 그친 단어면 내 능동적 활용단어에 포함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이걸 미팅에 들어가서 내용을 설명듣고 질문하는데 쓰다보면 머리에 빠르게 남는다. 나에겐 일을 하는 거이자 무료 덴마크어 수업을 받는 거다. 물론 이메일 쓰고 공문 쓰고 하는 일은 심적으로 큰 부담이긴 하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맞닥뜨려야만 한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9월, 덴마크어 수업을 끝으로 수업이고 뭐고 내려놓고 본격적 덴마크어 공부도 손에서 잠시 논 후 잘 다져왔던 문법적인 디테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것 같았는데, 지난 며칠 사이에 이런 모든 게 다 빠르게 돌아오는 기분이다. 결국은 이런 도전의 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 때 정체되어 있던 언어습득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물론 이제 도전의 시작일 뿐이다. 이제 앞으로 내 분야에서 내가 전문가가 되어 덴마크어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야 한다는 게 두렵기만 하지만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차근히 일을 해나가는 수밖에. 직장 동료들도 자기들이 외국에 가서 영어가 아닌 그나라 말로 취직하려면 너무 힘들 거 같은데 어떻게 4년여 시간동안 덴마크어로 일자리를 구했느냐고 묻는다. 왕도는 없다. 그냥 무조건 부딪히고,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새 조금씩 조금씩 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