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집 찾기 시작

지금 사는 집이 사실 여러모로 괜찮긴하다. 거리도 도심과 매우 가깝고 아파트지만 동간 거리가 충분하고 고속도로, 기차역 모두 가깝지만 소음은 없다. 주변에 좋은 공원과 자연이 많고 놀이터도 자그맣게 여럿이라 애가 놀기도 좋다. 보육원은 바로 내려다보면 애가 노는 것도 보이는 바로 코앞이고 애도 아주 만족하고 아주 가까운 친구들도 여럿이다. 학교는 학군이 좋아서 전국 학교에 50위권에 드는 학교도 지근거리다. 아파트에 있는 잔디밭은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애들이나 조금 이용해서 우리 것 마냥 즐기기도 좋다. 거기에 아파트 부족으로 딸린 문달린 큼직한 차고를 월 400크로나 정도에 함께 텐트치고 있으니 이런 조건에 이런 가격의 아파트는 찾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할 집을 찾기 시작한 것은 집이 한국 기준으로 30평에 조금 못미치는 크기이다보니 아이가 크면서 불편해질게 뻔히 보이고 있다. 물론 못할 일은 없고 달라면 오래 살 수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데이트를 하거나 아이가 시대에 들어설 때 좀더 사생활이 보장되는 독립 공간을 주는 문제 등에 있어서 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특히 부엌에서 수납이나 조리공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학군이 평균보다 조금이라도 나으면, 대중교통이 편했으면, 시끄럽지 않으면, 통근이 너무 멀지 않으면서 예산은 450만 크로나 아니면 좋겠다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맞추기 어렵다. 옌스에게 오늘 대중교통 근접성 요건을 조금 완화해 보는 건 어떠냐고 물었더니 가능성은 열어두자고 한발 물러섰다. 너무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는데 소음이 생각보다 심한 지역이라 관두고 나니 더이상 찾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러니 뭔가 타협해야하는데 교통에서 타협을 보는게 제일 나을 것 같았다. 이미 차도 한 대 샀겠다, 한 대 더 살때 심리적 저항은 첫 한 대보다 낮다. 지금 보고있는 타운하우스들 중에서 참고가 있거나 설치가 가능한 곳들에서는 충전기도 설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 제일 싼 전기차로 15만 크로나로 가성비가 아주 괜찮은 차가 새로 출시된 모양이다. 좀 멀리가도 가격이 낮아지니 차한대 더 사면 어떤가하는 제안에 옌스도 딱 잘라 안된다고 하지 않았으니 그만큼도 장족의 발전이다.

사실 이렇다가도 언제 집을 사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사하려면 최소 삼개월은 걸리니까. 은행은 서류 준비는 끝났으니 컨택만 하면 된다. 거래만 성사되면 주식을 좀 팔고 다운페이를 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삼십년 상환하는 거다. 장기간의 투자이니 신중히 잘 결정해야한다. 여긴 애들이 전학을 잘 안하고 어릴적 친구가 오래 가는 탓이 학교 입학 전 이사하고 거기서 오래 사는 게 거의 보편에 가까워서 더욱 그렇다.

과연 우리는 언제 집을 살 수 있을까?

끝내주는 요즘 날씨

요즘 날씨같은 날만 이어지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물론 그러면 가뭄으로 이 모든 풍경이 유지될 수 없겠지만. 동네 산책길에서 아름다운 길을 새로이 또 걸어보았다. 갠토프트 호수에서 항상 한쪽편만 걸었었는데 이번에 반대편을 걷다보니 작은 습지내 산책길이 있는 게 아닌가. 날씨가 좋으니 풍경도 아주 아름다웠다. 저녁 아홉시 열시 사이의 풍경. 이처럼 좋은 시기가 연중에 또 없다. 누리고 또 누려야지. 지금. 할 수 있을 때.

보육/초등교육 우선정상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골자는 그대로 유지하되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보육원과 유치원, 초등학교 5학년까지의 아동 보육/교육 정상화가 시행된다. 부활휴가 이후 하루의 준비기간을 거쳐 당장 다음주 수요일부터 시작이다.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심하지 않게 넘어간다 하니 옌스와 나는 사실 하나에 대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총리의 발표를 듣자마자 만세를 불렀다. 회사가 닫지 않는 이상 일은 일대로 해야하고 애는 봐야 하니 24시간 중 애보고 밥해먹이고 자는 시간 제외하면 계속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니 지난 삼주간 다들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선 숨통이 터진 거였다.

각자 입장마다 생각이 다를 거다. 이번 조치가 너무 이르다는 사람, 사회 개방이 너무 느리다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뭐가 정답인지 알 수도 없는 탓에 어찌보면 그냥 따를 수 밖에 없다. 전세계가 동시에 휩쓸려 그 누구도 계획했던 일들을 원하는 대로 제대로 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참 어렵고 힘들다. 뭐가 더 중요하다 급하다 이런 판단을 하기 힘들다.

오늘 하나에게 다음주에 보육원에 갈 수 있다 하니 너무 좋아한다. 거의 한달 가까이 못 본 친구들을 보려니 얼마나 좋을까. 일말의 걱정은 있으면서도 우선은 보낸다. 정부 방침은 나에겐 고용주의 방침이기 때문에, 애가 아플까봐 걱정된다고 애를 집에 두고 나에게만 업무적 비효율성이나 비유연성을 배려해달라고는 할 수가 없다. 그냥 잘 건강히 다녀주길 바라는 수 밖에.

이 모든 게 끝나고도 사람들간에 거리를 두는 새로운 습관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네 생활 방식에 흔적을 남길 것 같다. 정말 이상하고 적응 안되는 의식적 거리두기… 이 순간 같이 나와 살을 부빌 수 있는 딸과 남편이 있다는 게 얼마나 안도가 되는 지 모르겠다. 올해 한국은 가볼 수 없겠지? 이미 이 또한 마음을 거의 접었다. 마음 아프지만… 언제 우리는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셀프커트

머리를 스스로 잘랐다. 머리가 많이 길어졌고 미용실은 문을 닫았고… 마침 옌스 머리를 잘라주기 위해 가위를 샀었던 바, 옌스 머리에 손을 대기 전에 내 머리부터 잘라봐야겠다 결심을 했다.

비싸게 주고 산 가위는 아니었다. 숱가위랑 일반가위가 한 세트로 되어있는 가위였는데 두 개 합쳐 4만원 정도였으니 말이다. 딱 봐도 집에서 엄마가 쓰시던 좋은 가위랑 달라보였다. 뭐 어떠랴. 부엌 가위보다는 잘 들테니 말이다.

분명 부엌 가위보다는 잘 들었을 거다. 그래도 내 머리가 확실히 두껍다는 게 느껴졌다. 서걱서걱 소리와 함께 머리가 잘려나가는데 뭉치로 자르기엔 참 힘겨울 정도로 두꺼운 머리였다.

대충 제일 긴 머리를 기준으로 7센치 정도를 잘라낸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층이 많이 나있는 머리라 그런가, 길게 자른 머리의 양은 많이 되지 않았다. 커트의 길이는 대충 길지 않았고 숱을 좀 많이 쳤다. 다 자르고 나서 보니 딱히 미용실 가서 10만원 (비싼게 아닌 그냥 미용실 가격) 주고 자른 머리와 크게 다른 점을 모르겠더라.

앞으로 내 머리는 내가 자르리가 결심했다. 특별히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한.

아래 링크된 영상을 보고 했는데 너무 쉽게 설명이 되어 있고 따라하기에 어렵지도 않았다. 해외에서 특히 이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상황에서 머리는 너무 무겁다 싶을 때 너무나 유용한 영상이 아닌가 싶다.

성과에 대한 인정, 앞으로의 노력

우리는 인건비 총액에서 일부를 떼어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다른 중앙부처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기업부 소속 청이나 공기업의 경우는 성과급 도입이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 청의 성과급은 일인당 받을 수 있는 사안이 100%로 정해지고 근로 기간과 성과에 따라 0%부터 100%까지 차등 지급된다. 또한 인트라에 누가 몇%의 성과비율을 적용받아 얼마를 받았는지까지 게시된다.

어제 점심을 먹고 일하려하는데 상사에게 전화가 왔다. 성과급 통보를 위해서 연락했더며 최고등급인 100%를 줬다고 하는거다. 잘했다기 보다는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련다. 지금 걸린 프로젝트도 많고 해야할 일이 자꾸 늘어나니 말이다.

오늘 중요한 발표를 했는데 스카이프 발표를 하며 발표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청중과 교감이 어렵다는 건 긴장되는 상태에선 부담이 덜 되기도 하지만 나도 청자의 반응을 읽을 수가 없으니 불확실성 속 긴장이 더 되는 상황도 있으니.

다른 동료의 지원사격 없이 내 보고서 발표에 대해 방어도 성공적으로 하고 질의에 매끄럽게 응답을 하고 나서 회의를 잘 끝냈는데 옆에서 옌스가 자랑스럽다고 하는 말에 얼마나 뿌듯하던지.

아마 상사도 지난 1년간 내 업무에 있어서 내 오너십과 전문성이 강해지는 것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면에 있어서도 발전이 크게 된 부분을 높이 평가해준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열심히 전문가인 척 하며 열심히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을 엄청하면, 언젠가는 전문가가 되어있겠지. 모르는 건 모른다 하고 열심히 배우다보면 전보다 많이 알고 늘어있겠지.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걸음씩만 조금씩 조금씩…

[덴마크 vs. 한국] 공공부문 근로문화 비교 – 타부처와 협업

내부적으로 꼭 공문서의 형식으로 남겨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데에 있어서는 이메일이 사용된다. 여러부처가 협업을 해서 통합된 문서를 생산해야 하는 경우,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문서를 생산할 경우 엄청 많은 메일이 오고 간다. 주무부처가 초안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 문서가 오고가면서 관련부서 담당자들이 트랙체인지 기능을 통해 수정제안을 하고 코멘트를 주고 받는다. 물론 해당 코멘트를 담당자 이름으로 보내기까지 상사와 조율을 한다. 그리고 해당 사안이 아주 중요하거나 마무리 단계로 넘어갈 경우 사안에 상응하는 책임자와 조율을 한다. 이 과정이 우리보다 형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이뤄진다. 메일로 상사에게 코멘트를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권한 이양도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협업패턴은 여러 부처가 연관된 법안을 만들때도 마찬가지다.

부처간에 이견이 갈릴 때는 코멘트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주무부서가 총대를 매고 정리를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적극적인 코멘트를 요청하는데, 언어적인 문제도 있고 어떤 포인트를 봐야하는지도 미숙하기도 했다. 덕분에 초반엔 너무 무른사람처럼 보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한국 공공부문에서 일을 중단한지 5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그 새 한국의 공공부문 근로문화도 바뀌었을까 싶지만, 사실 이런 수준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형식주의 탈피에서 느껴지는 생산성 향상이 엄청 크기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캐주얼한 근로문화가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덴마크 주말근무/야근. 외노자의 두려움

뜨거운 감자인 정책을 위한 모델을 만드는 부서에 있다보면 덴마크라고 다를게 없구나. 금요일 늦은 밤에 메일을 보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뭐고, 주말동안 자신이 할 건 뭐고 자기 담당 파트는 월/화까지 준비되는 데 내 파트는 언제까지 될 수 있냐는 메일. 주말에 일을 해서 최대한 빨리 보내야겠다. 안그래도 이미 바쁜 다음 주인데… 겁나게 바쁘겠다. 좀 더 차분히 더 꼼꼼하게 준비하고 싶은데 또 장관님 생각은 다르신거지… 재택근무에 보육원도 닫아서 풀타임 근무하려면 아침 7시부터 6시까지 일하면서 중간에 애도 보고 밥도 해야하는데.

그래도 한국과 다른 건 진짜 응급한 상황이 아니면 야근이나 주말근무에 대한 직접적 요구는 없다는 것. 딜리버리만 맞추면 된다 이거지. 물론 중간중간 유연적 태도에 감사하다며 (미리) 떡밥이 깔리는 경우도 있다.

뭐 근로 문화에 불만은 없다. 그냥 여기에도 바쁠 때는 어쩔 수 없는 걸 아니까. 업무가 늘고 커버리지가 넒어질 수록 로드가 올라간다.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짧은 시간 일하지만 더 갈려들어가고 이 분야에는 내가 전문가가 되는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주변의 뛰어난 동료들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과거 논문 쓸 때는 그냥 분석만 하는 거였다면 이젠 이 내용을 매뉴얼로 만들어 남들이 다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실제 경제에 큰 영향이 가니까 두렵다. 큰 신뢰만큼 두로움도 커진다. 거기에 덴마크어로 일을 하는 것도 미묘하지만 끊임없이 두렵다. 매일 매일 직면하는 두려움이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아드레날린같기도 하다. 중앙부처에서 일한다는 건 그렁 그런 것 같다. 박봉이지만 영향력이 있는 곳에서 일함으로써 내가 한 일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잘 헤쳐가야지…

직장 생활 속 내 안에 느껴지는 소소한 변화

지금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어느새 열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다니.
요즘 들어 내 안의 소소한 변화가 느껴진다. 

1. 업무적으로 팀 안에서 내 위치가 확고해졌다. 원칙적 승인을 받은 모델을 모니터링그룹에 발표했는데 큰 호평을 받았다. 센터 안에서도 크게 칭찬을 받고, 발표를 들은 타부처 동료들에게도 내가 큰 전문성을 갖고 해당 모델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는 평을 직접 또는 센터장을 통해 들었다. 2021년 입법을 위해 내년까지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모델이 구체적 형태를 띄기 시작하니 다른 업무와 연계되는 부분에 대한 협의도 늘어나고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자연히 내 위치도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2. 직장 동료들과 친해지고 내안의 내가 만들어낸 소외감이 사라졌다. 사실 업무하느라 바빠서 점심시간이나 회의시간 이외에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간간히 잘 맞는 동료끼리 커피를 내리러 같이 캔틴에 가곤 하는데, 나는 그냥 혼자 내려가는 편이라 기회가 더 적은 편이다. 딱히 누가 날 소외시킨 것이 아닌데, 내가 스스로를 조금 소외시켰다. 별거 아니지만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사실 실수 해도 될텐데)이 마음속 깊은 곳에 스몰토크에 대한 불편함을 심어준 것 같다. 그냥 시간이 지나서인지, 업무적으로 내 영역이 확고해지면서 내 소속감이 강해진 게 기저의 이유가 된 것인지, 뭐가 계기가 된 지는 모르겠지만, 직장동료들과의 관계가 편해지고 다 가깝게 느껴진다.

3. 언어문제가 많이 흐려졌다. 보고서 작성, 내외부 프레젠테이션, 내외부 회의 및 토론, 유무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점심시간이나 다과회에서 일어나는 다대다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상황에 끊임없이 노출되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엄청 흐려졌다. 말로 인해 긴장하는 게 많이 흐려지다보니 어디 가서도 크게 위축될 일이 없다. 어쩌면 좁은 네트워크 속에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서로 잘 아는 사람이 한둘씩 끼는 상황들이라 위축이 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황별 프로토콜에 대한 문화적, 직업적 이해가 늘어나고 언어 문제가 거의 흐려졌다. 특히 어제 회식에서 시끄러운 와중이 이런저런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하는 와중 나도 ‘이게 무슨 이야기지? 나는 어디에 있는거지?’ 하는 백지같은 상태에 빠지지 않고 다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뭐랄까… 언어면에서 궁극의 테스트를 통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어의 발전은 역시 선형적이지 않고 계단식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 한동안 발전이 안느껴졌는데, 지난 일이주 사이에 비약적 변화가 느껴지는 거 보니 말이다.

어제 회식간 레스토랑에서 옌스와 하나와 잠깐 통화한 후 한장

거의 올해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의 총평은 여기서 일하게 되서 너무 다행이라는 점, 이건 나에게 큰 네트워크를 선물해주고 성장하게끔 해준 아주 긍정적인 일년이라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에 지원서를 써내고 서류전형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사실 채용되면 일은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성장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런 연유로, 공무원이 급여가 높은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만 보람도 있고, 훌륭한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이곳에서 나는 그냥 오래 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옌스에게 이야기를 했다. 옌스도 자기 일이 업무적인 스트레스도 더 크고 바쁘고, 우리는 애도 있고 하니, 아무래도 업무강도가 컨설팅 같은 사기업보다 낮은 공무원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물론 여기도 승진하면 바쁘긴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인 것 같으니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고. 내년이 지나고 나면 더이상 내가 외국인이라 느껴지는 나만의 핸디캡 같은 건 완전히 떨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How wonderful!

발레, 발전

일주일에 두번 수업을 듣기 시작한 후로 발전이 느껴지고 있다. 동시에 유튜브로 발레강의 동영상을 꾸준히 듣고 거기서 배운 팁들을 활용한 것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골반 중립에 대해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서는 다리에 주저앉지 않으면서 수평 골반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코어근육 중 속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알게 되면서 그간 잘 이해되지 않던 고관절을 분리해서 사용하라는 말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풀업도 그렇고.  그와 함께 발레 턴을 위한 중심 이동에 대해 저 위의 문제가 해결되고 동시에 턴과 관련된 몇가지 나쁜 습관을 고쳐가면서 턴도 많이 좋아졌다. 앞뒤와 옆으로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도 좋아졌고. 

여러가지 집중해서 신경쓰던 일에서 자유로워지자 선생님의 동작을 보고 세세한 디테일이나 포드프라에 신경을 쓰는 게 조금 더 쉬워졌다.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겼다고나 할까? 그리고 오르쪽 방향으로는 여러 안무에서 춤을 추는 게 좀 더 춤 다워졌다. 

그런 이후 포인트슈즈 클래스가 열리고 두번의 수업을 들었는데, 처음 포인트슈즈를 신는 거지만 그래도 이제 취미발레로나마 춤을 춘 기간이 제법되서 그런지 포인트슈즈를 신고 를르베로 균형을 잡거나 파세를 하는 것, 에샤페를 하는 것 등이 생각처럼 어렵지 않았다. 데미포인트로 발을 꺾을 때 슈즈가 꺾이는 점의 발등이 조금 아픈 것이 가장 힘들지만 그것 빼고는 좋았다. 

언젠가는 작품 연습도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겠지? 

토슈즈

어제 발레 수업 중 선생님이 토슈즈 신어본 사람 몇명이나 있는지 물어보셨다. 덴마크에 와서 발레 다시 시작하고 일년 쯤 지났을때인가? 그때 선생님이 토슈즈 클래스를 듣는 걸 권유하셨는데 왜 그때 안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부상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만이었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을 조금 쉬었었는데 왜 그때 쉬었더라…?


그러나 이제라면 토슈즈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올 초에 다시 발레를 시작하면서 쉬는 기간동안 잊어버렸던 것들이 머리와 몸에 서서히 돌아온 것도 있고, 또 그간 이해가 안되서 잘못하던 것이 선생님의 몇마디와 함께 많이 고쳐져서 최근 좀 많이 는 덕도 있다. 그간 그렇게 이해가 안되던 고관절 균형자세와 복근을 풀업하는 방법, 턴아웃 근육을 쓰는 법, 한발로 서서 탕듀나 기타 자세를 할 때의 고관절 모양 등 많은 부분에서 이해가 늘었다. 발레 동작이 안정되고 부상이 없어지는 등의 수확이 있었다. 취미발레인으로 휴식 포함 7년의 기간, 휴식 제외하고 한 4년 정도 열심히 발레를 한 것 같은데 이제는 토슈즈를 시도해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 일상은 발레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주중에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발레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고 주말에는 하나와 함께하는 발레 클래스도 있어서 주말까지 발레가 많은 시간을 채우고 있다. 일요일이면 월요일에 있을 발레가 기다려져서 얼른 월요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이니 말이다. 


출산 후 발레 클래스 시간이 맞지 않아 미뤄두는 동안 몸의 라인이 영 별로였는데, 서서히 살도 빠지기 시작했고 온 몸에 다시 라인도 생기기 시작했다. 팔뚝 살도 없어지고 가슴팍에도 근육이 단단하게 붙고 복근도 단단해지고 있다. 등근육도 붙기 시작했지만 이건 따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다리도 다시 많이 강해졌고. 코어근육 중 다리를 턴아웃해서 드는데 관여하는 장요근 강화가 중요하다. 그래야 부상 없이 다리를 더 많이 들 수 있으니까. 


토슈즈라.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발레샵에 가서 신어보고 천천히 골라봐야겠다. 꼬매고 손질하는데도 시간이 걸릴테니까. 아… 발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