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에 대한 인정, 앞으로의 노력

우리는 인건비 총액에서 일부를 떼어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다른 중앙부처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기업부 소속 청이나 공기업의 경우는 성과급 도입이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 청의 성과급은 일인당 받을 수 있는 사안이 100%로 정해지고 근로 기간과 성과에 따라 0%부터 100%까지 차등 지급된다. 또한 인트라에 누가 몇%의 성과비율을 적용받아 얼마를 받았는지까지 게시된다.

어제 점심을 먹고 일하려하는데 상사에게 전화가 왔다. 성과급 통보를 위해서 연락했더며 최고등급인 100%를 줬다고 하는거다. 잘했다기 보다는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련다. 지금 걸린 프로젝트도 많고 해야할 일이 자꾸 늘어나니 말이다.

오늘 중요한 발표를 했는데 스카이프 발표를 하며 발표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청중과 교감이 어렵다는 건 긴장되는 상태에선 부담이 덜 되기도 하지만 나도 청자의 반응을 읽을 수가 없으니 불확실성 속 긴장이 더 되는 상황도 있으니.

다른 동료의 지원사격 없이 내 보고서 발표에 대해 방어도 성공적으로 하고 질의에 매끄럽게 응답을 하고 나서 회의를 잘 끝냈는데 옆에서 옌스가 자랑스럽다고 하는 말에 얼마나 뿌듯하던지.

아마 상사도 지난 1년간 내 업무에 있어서 내 오너십과 전문성이 강해지는 것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면에 있어서도 발전이 크게 된 부분을 높이 평가해준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열심히 전문가인 척 하며 열심히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을 엄청하면, 언젠가는 전문가가 되어있겠지. 모르는 건 모른다 하고 열심히 배우다보면 전보다 많이 알고 늘어있겠지.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걸음씩만 조금씩 조금씩…

나의 모습을 그려가기

옛날에 교과서에서 큰바위얼굴을 읽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큰바위얼굴을 닮은 사람을 찾아오던 소년이 나중에 그 바위와 닮은 얼굴을 갖게 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예전의 나는 참으로 내가 아닌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에게 없으면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던 사람을 볼 때마다 내가 작게 느껴지고, 왜 나는 그런 면모를 갖지 못하는가, 왜 나는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버리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으로 나를 많이도 괴롭혔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내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모습에 가깝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고 여전히 많이 멀다. 아니 이제는 이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라는 게 딱히 없어진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에 내가 나를 싫어하던 모습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내 못난 점이 훗날 드러날까 싶어 그런 못난 부분을 미리 한껏 꺼내보이는 것이 하나의 예다. 아마도 일련의 드러낸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왜곡된 마음의 결과였던 것 같다. 내 단점을 굳이 감추자는 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상대가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놔두지 않고 그런 점을 불필요하게 다 미리 볼 수 있게 다 끄집어내서 설명하거나 보여줬다. 이런 내 모습이 참 싫으면서도 그렇게 하곤 했다. 그리고 장점은 항상 겸양의 탈을 쓰고 과하게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말이다. 아마 내가 노력을 해서 장점을 보여줬는데도 거절당하는 상황을 방지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30대 초반까지의 나는 컴플렉스 덩어리였다. 외모도 별로고, 왈가닥에 할 줄 아는 건 일밖에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언어에 감각이 있다곤 해도 해외에서 살다온 사람에 비할 바도 아니고. 뭔가 눈에 띄게 뛰어난 게 없던 것 같았다. 오히려 못난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어려서 들었던 코가 조금만 높았다면 더 예뻤을텐데, 이빨만 교정이 잘 되었어도 (내가 인내심을 갖지 못하고 고등학교 때 관뒀다.) 더 이뻤을텐데. (결국 30대에 들어 턱관절 문제의 악화로 내돈 들여 다시 교정했다.) 주변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만 안들었어도 아마 내 이나 코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성격적으로는 내 왈가닥같은 성격으로 좋아하는 애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그 고민의 결과로 엄마가 성격을 한번 좀 얌전하게 바꿔보자 하고 이야기해주셨는데, 그 성격이 그런다고 바뀔리도 없고, 그냥 내 성격이 단점으로 느껴지게 되는 계기만 된 것 같다. 

그 많은 게 바뀐 건 30대 들어서 심리서에 대해 열심히 읽어가며 나의 감정에 대해 이성적, 분석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옌스를 만나기 시작하면서였다. 외모와 성격을 포함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기뻐해주고, 단점에 대해 조차 장점으로 봐주는 옌스와 함께하며 나에 대한 불안을 떨쳐내기 시작했다. 내 모습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기뻐해주는 사람이 있다보니, 나에 대한 나의 불만족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변화라는 건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도 머리속에서 만이 아니라 마음속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그냥 나는 나의 장점이 있음을 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다 내 것으로 할 수 없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음도 알고. 또 그래서 이제 나를 과도하게 깎아내리거나 칭찬을 과하게 거부한다거나 남을 좋게 평가해주기 위해 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우아함을 항상 갖고 싶었는데, 그건 나와 너무나 멀리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나를 희화화하고 익살스러운 행동을 하면서 그렇게 하는 나를 혐오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에게도 그러한 면이 있음을 발견했고 그걸 평소 생활에서도 체화하고자 노력했더니 나를 익살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예전엔 이런 체화의 노력을 가식이라 평했을텐데, 그렇지 않음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지 말고 노력을 해야 함을 깨달았다. 꾸준함만이 답이다. 그리고 지금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게 출발선이니까. 그렇게 나는 나를 그려가고 있다. 

첫번째 작은 챕터를 무사히 닫고

지난 6개월간 일해온 모델이 원칙적 승인을 받았다. 다음 단계로는 이 모델을 실제 활용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수자원 기업의 투자인센티브 구조변화에 대해 분석하기로 했다. 동시에 실제 이 모델을 활용할 경우 규제당국인 우리와 관련 자료를 보고해야 하는 수자원기업의 행정부담이 얼마나 될 지 현실적 문제에는 뭐가 있을지 등도 조사해야 한다. 기존 다른 유틸리티 섹터 규제에 사용되지 않던 투자수익모델인데다가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방식이라 탐색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대신 이론적으로 우리의 투자수익모델 도입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방식이라 선례를 만든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검토를 시작했다. 아마 모니터링그룹 회의에서도 열띤 토론이 있지 않을까 싶다. 


보고 결과로 청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부청장은 분기 이코노미스트 회의에 사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게 칭찬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칭찬인지 아주 좋은 결과라는 식의 칭찬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었다. 회의 후 동료들이 축하한다는 말도 하고 센터장이 금요일 주간회의에서 박수를 쳐주라며 훌륭한 결과였다고 치켜세워주는데서야 청장과 부청장의 반응이 아주 우호적인 거였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어디가서 발표를 하든 느끼는 거지만, 목소리와 태도에서 나의 긴장감과 떨림을 통제할 수 있어도 손끝에서 보이는 미세한 떨림과 손바닥을 촉촉히 적시는 땀은 통제할 수 없다. 주로 펜을 꽉 쥐던가 컴퓨터 옆을 쥐던가 해야 그 떨림을 감출 수 있다. 어제 회의에서는 센터장과 동료가 바로 옆에 앉아있었어서 그들은 그 떨림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덴마크어라 생기는 긴장감도 크지만, 그냥 발표가 가져오는 긴장감 탓이 가장 큰 것 같다.

열심히 하겠지만 항상 잘할 수 없음을 기억하고 잘하지 못할까봐 움츠러듬 없이 꾸준히 노력하고 도전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노력하자. 이또한 노력하자.

구직기간의 스트레스 관리

실업기간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도 될 수 있음을 마음에 두고 조급함을 버리라는 옌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불안함과 조급함이 끊임없이 마음에 찾아온다. 이 녀석들… 불안함과 조급함은 내가 부족하다 느끼기에 생긴다. 결국 내 욕심에 비해 내 노력이 부족한 탓이겠지. 욕심을 버리거나 노력을 늘리거나, 아니면 둘다 조금씩 조정하거나 해야지 그냥 앉아서 불안함과 조급함에 내 정신을 맡겨두는 건 건강하지 못하다.

항상 하려는 건 많고 그 중 건지는 건 몇 개에 불과한 나이기에 이런 노력이 얼마나 갈 지야 모르겠다. 하지만 항상 이것 저것 해보기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건지는 게 늘어남 또한 알고 있다. 꾸준함이 덜하다면 시도라도 해서 맞는 걸 건져야 할 것.

한국 다녀와서 5주동안 데이터 사이언스 온라인 과정을 들으면서 R에 대한 숙련도도 늘리고, 기타 다른 프로그래밍 스킬을 계발하려고 한다.

그간 풀어진 정신상태도 조금씩 조여서 쓸데없는 넷서핑도 줄이고.

unsolicited 이력서도 조금씩 내보고… 원하는 일자리 자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옌스가 이 전공이 특화된 전공이기 때문에 구직 기간을 비전문 전공보다 더 길게 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별로 나지 않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있다.

그래도 천천히 해보자.

대신 일주일에 한번 정도  평일에 친구를 만나거나 문화생활을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구직기간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