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vs. 한국] 공공부문 근로문화 비교 – 타부처와 협업

내부적으로 꼭 공문서의 형식으로 남겨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데에 있어서는 이메일이 사용된다. 여러부처가 협업을 해서 통합된 문서를 생산해야 하는 경우,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문서를 생산할 경우 엄청 많은 메일이 오고 간다. 주무부처가 초안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 문서가 오고가면서 관련부서 담당자들이 트랙체인지 기능을 통해 수정제안을 하고 코멘트를 주고 받는다. 물론 해당 코멘트를 담당자 이름으로 보내기까지 상사와 조율을 한다. 그리고 해당 사안이 아주 중요하거나 마무리 단계로 넘어갈 경우 사안에 상응하는 책임자와 조율을 한다. 이 과정이 우리보다 형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이뤄진다. 메일로 상사에게 코멘트를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권한 이양도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협업패턴은 여러 부처가 연관된 법안을 만들때도 마찬가지다.

부처간에 이견이 갈릴 때는 코멘트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주무부서가 총대를 매고 정리를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적극적인 코멘트를 요청하는데, 언어적인 문제도 있고 어떤 포인트를 봐야하는지도 미숙하기도 했다. 덕분에 초반엔 너무 무른사람처럼 보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한국 공공부문에서 일을 중단한지 5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그 새 한국의 공공부문 근로문화도 바뀌었을까 싶지만, 사실 이런 수준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형식주의 탈피에서 느껴지는 생산성 향상이 엄청 크기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캐주얼한 근로문화가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덴마크 주말근무/야근. 외노자의 두려움

뜨거운 감자인 정책을 위한 모델을 만드는 부서에 있다보면 덴마크라고 다를게 없구나. 금요일 늦은 밤에 메일을 보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뭐고, 주말동안 자신이 할 건 뭐고 자기 담당 파트는 월/화까지 준비되는 데 내 파트는 언제까지 될 수 있냐는 메일. 주말에 일을 해서 최대한 빨리 보내야겠다. 안그래도 이미 바쁜 다음 주인데… 겁나게 바쁘겠다. 좀 더 차분히 더 꼼꼼하게 준비하고 싶은데 또 장관님 생각은 다르신거지… 재택근무에 보육원도 닫아서 풀타임 근무하려면 아침 7시부터 6시까지 일하면서 중간에 애도 보고 밥도 해야하는데.

그래도 한국과 다른 건 진짜 응급한 상황이 아니면 야근이나 주말근무에 대한 직접적 요구는 없다는 것. 딜리버리만 맞추면 된다 이거지. 물론 중간중간 유연적 태도에 감사하다며 (미리) 떡밥이 깔리는 경우도 있다.

뭐 근로 문화에 불만은 없다. 그냥 여기에도 바쁠 때는 어쩔 수 없는 걸 아니까. 업무가 늘고 커버리지가 넒어질 수록 로드가 올라간다.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짧은 시간 일하지만 더 갈려들어가고 이 분야에는 내가 전문가가 되는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주변의 뛰어난 동료들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과거 논문 쓸 때는 그냥 분석만 하는 거였다면 이젠 이 내용을 매뉴얼로 만들어 남들이 다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실제 경제에 큰 영향이 가니까 두렵다. 큰 신뢰만큼 두로움도 커진다. 거기에 덴마크어로 일을 하는 것도 미묘하지만 끊임없이 두렵다. 매일 매일 직면하는 두려움이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아드레날린같기도 하다. 중앙부처에서 일한다는 건 그렁 그런 것 같다. 박봉이지만 영향력이 있는 곳에서 일함으로써 내가 한 일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잘 헤쳐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