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었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네트워킹을 하고 코스를 듣고 내 의견을 말하고 질문을 하고 내 소개를 하고 하는 과정 속에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가를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말한 것 말이다. 나에게 향했던 내 내부의 시선을 밖으로 돌리고 타인의 발언을 들을 때 그에 100% 집중해 경청하니 상대방이 더 잘보이기 시작했다. 내 결점에 집중하고 그걸 타인이 어떻게 볼까 걱정하느라 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모습이.
언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내 머리속에 자리한 번잡한 생각이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한 것이었다. 테크니컬한 내용의 강의와 토의를 따라가고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내 덴마크어가 부족할까봐 미리 변호하거나 하는 일이 필요없었다. 조금씩 실수하거나 그러면 또 어떠한가. 우리말하면서도 실수 할 수 있는 건데. 저녁 식사하다가 문화간 차이 이야기가 나와서 덴마크 이주시 경험을 이야기하니 언제 왔냐고, 이민온 지 몰랐다고 하는 거보면 작은 실수는 그냥 나만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던 거였던 거 같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건 틀려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는 거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다른 동료가 있고, 나는 그 자리를 메울 다른 것을 갖고 있으며, 나는 계속 배워가고 계속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저런 사람인데… 이런 생각으로 걱정하거나 나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고 그래서 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나다. 이 말이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새롭게 와닿은 순간 이게 정말 나를 자유롭게 하는 말임을 알았다. 나를 어떤 말로 정의할 수가 없고 나는 그냥 내 생각과 행위, 선호, 가치관 등으로 구성된 사람이고 이는 내가 내리는 일련의 결정과 행위로 끊임없이 변하는 동태적인 유기체이기에 나를 어떤 말로 정의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나는 내가 현재 갖고 있는 가치관과 선호, 정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거다. 정보가 추가되거나 가치관이나 선호가 바뀌면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고. 타인이 나를 좋아하건 안하건 나는 나이고 타인의 평가는 나의 어느 일면만을 갖고 평가하는 것이기에 필요한 오해가 있으면 풀고, 그게 아니면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 하고 넘어가는 거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오늘은 스스로에게 정말 칭찬해줄 날이다. 내가 낯선이들 사이에서 나로서 자유롭게 오롯이 선 날이기 때문이다. 잘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