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다큐멘터리를 봤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시장이었던 사람을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눠 세 편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정치인으로서 성공적이던 매력적인 사람으로서의 한 면, 그 성공적이던 정치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던 시기의 모습 한 면, 아버지로서의 모습 한 면. 그는 분명 매력적인 사람이었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의 방향으로 올곧게 걷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다만 그 방향이 남들이 생각하는 바른 방향과 많이 차이가 있었고 그로 인해 4년의 징역살이를 했지만 말이다. 알콜중독에 오래간 찌들어 있었지만, 자신은 그냥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가졌을 뿐이고 문제가 없다고 믿었던 사람. 마지막에 그를 고쳐보려 노력했지만 너무 늦어서 충분한 의지가 생길 수 없는 상태에 빠졌던 사람. 결국 그 말로는 홀로 있던 아파트에서 맞이한 쓸쓸한 죽음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세 명의 딸과 연인과의 관계.
단편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참 복잡미묘한 느낌이었다. 그 사람이 정치적으로 큰 실패를 했고, 그 경제적인 여파는 이 시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인간적으로 연민도 많이 느껴지고, 가족과의 관계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라. 항상 강하고 문제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치라는 것을 통해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인데, 자신의 문제에서는 객관적이 되지 못하는 점, 직시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점 등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 크기의 문제야 달라도 다들 그런 점들이 있지 않는가 하며 인간적으로 아픔을 느꼈다. 그의 인생의 말로에 대해서. 전두환씨나 노태우씨처럼 누군가를 학살한 사람도 아니니 더 그런 인간적인 연민을 더 느낀 게 아닌가 싶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가장 크게 느낀 건 나를 단단히 하고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아끼는 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거다. 그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리고 나도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나의 문제를 직시하고 회피하지 말자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