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과 자연선호의 상관관계

오래간만에 한국에 왔다. 부모님이 계신 홍천까지 공항에서부터 방역콜밴(이라 쓰고 운전자석 옆으로 비닐천막 하나 친 콜밴)을 타고 오느라 22만원이 들었지만, 중간중간 졸기도 하면서 왔다. 우리는 아침에 도착했지만 늦은 오후부터 펑펑 내린 눈으로 서울 교통이 마비되었다니 얼마나 운이 좋으냐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라 자가격리 2주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가격리가 끝나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지금보다 훨씬 야외활동과 신체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시간이었다. 눈이 오면 눈도 쓸고 (퍼내고), 건조해서 뭉쳐지지 않는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삼촌집과 우리집을 빙글빙글 돌며 뛰어다니고, 숨바꼭질도 하고. 겹겹이 둘러싼 산자락을 우리 눈으로 가득히 담아보다보면 가슴이 뻥 뚫어지는 기분이다. 막힌 것도 없었지만 그냥 아주 시원한 기분.

난 정말 도시녀였다. 지하철 환풍기에서 올라오는 바람마저 때로는 도시의 숨결이라며 좋아했던 시기 마저 있었다. 광화문 빌딩 사이로 차갑게 부는 겨울 바람을 맞으며 스타킹에 펌프스를 신은 다리로 벌벌 떨고 코트깃을 여미면서도 광화문 지역의 붐빔을 사랑했었다. 모든게 집적되어 있어서 어디고 사람이 미어터짐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어깨를 밀치며 사람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생명력을 느꼈더랬다.

그랬는데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며 갈 수록 그런게 싫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은 나이들어감과 자연에 대한 선호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 어른들이 자연자연할 때, 자연의 풍광은 잠깐이 좋지 도시가 좋다 생각했었는데, 이게 반대가 되었다. 건물숲속을 잠깐은 다닐 수 있어도 그 속에서 살기는 싫어지는 거다. 서울로 들어가는 길 꽉 막히는 길에서 가슴이 꽉 막힌다. 실내에 들어가면 널찍하고 쾌적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오면 답답하다. 그래서 자꾸만 실내생활만 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님이 홍천에 오셨을 때 좋았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땅뙈기는 아담하지만 내 눈과 내 마음이 품을 수 있는 면적은 내 시야가 닿을 수 있는 모든 곳까지이고 그 사이를 가로막아 답답하게 하는 고층건물의 황량함이 없으니 어찌나 좋은지.

나이가 들 수록 자연에 가까워지고 싶어진다. 하나가 마당에서 뛰어노는 모습이 마음을 간질인다. 자동차 사고 날 걱정없이 여기에서처럼 그냥 문 열고 나가게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아파트를 뜨고 싶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집이 나서 옌스에게 링크를 보냈다. 웬만해서는 퇴짜를 놓고 회의적인 표현을 하는 옌스가 집 자체만 놓고 보면 사진상으로는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주말에 예약하면 집을 볼 수 있다고 했더니 나 돌아오면 같이 보자길래, 우선 가서 보고 마음에 들면 같이 보자고 했다. 혹여나 마음에 드는 집인데 늦게 가서 혹시 놓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지금 사는 곳보다 살짝 외곽으로 나가는 게 마음에 살짝 걸리는 모양이지만, 그 동네에 사는 이전 상사가 그 동네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던 것 때문에 집이 나온다면 볼 의향은 있을 정도의 거리다.

그저께 저녁엔 혼자 저녁시간에 자동차를 타고 그 동네를 방문해 저녁시간때 동네 분위기를 살펴보고 왔다는 거다. 자기도 많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는지, 부동산 업자에게 관심이 많이 있다며 집을 보고 싶다고 주말에 예약을 했다. 오늘 저녁 통화에는 내일 뭘 보고 와야할 지 포인트를 찝어달라고 하길래 내가 궁금한 사항들을 전달해뒀다. 나는 이미 집이 마음에 쏙 들어버렸다. 집과 주변환경 모두. 순수하게 학교의 학업평균수준만 놓고 보면 지금 사는 동네가 더 좋다해도 애가 사는 환경은 지금 보고 있는 곳이 더 좋다.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 환경도 그렇고 앞으로 하나가 크면서 집에서 가족 뿐 아니라 친구를 초대하고 할 일도 많을텐데 외곽으로 조금 나가 더 큰 면적을 확보하고 싶기도 하다.

꼭 이 집이 우리가 원하는 그런 집이었으면, 그래서 그곳으로 이사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모님댁이나 시댁을 오든, 우리 집에 있든 언제고 자연을 쉽게 눈과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곳에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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