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아이, 내가 사랑하는 아이

원래도 애정표현이 많은 아이었지만 요즘 부쩍이나 사랑한다거나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세살 반만 지나면 정말 사람이 되서 육아가 쉬워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요즘 들어서 그 말이 부쩍 와 닿는다. 애하고 크게 씨름할 일도 없고 애가 짜증을 내는 타이밍에도 쉽게 진정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밤에 악몽을 꾸더라도 그걸 현실과 구분을 해서 말로 차분하게 애를 진정시킬 수 있게 되었다.

오랫만에 신생아때부터 사진을 찬찬히 둘러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힘든 건 거의 다 잊혀지고 좋은 기억만 남아있다. 옌스가 마흔 일곱에 나도 마흔인지라 이제와서 둘째를 낳을 생각은 없지만, 왜 사람들이 그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째를 낳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맞은편 집 윗집에서 딸아이를 낳았는데,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얼마나 설레고 이쁘던지. 그 당시의 기쁨과 체력적 피로에서 오는 애환이 동시에 기억나서 부모들의 다채로울 감정을 미루어 짐작해보기만 한다. 하나는 지금도 냄새를 맡아보면 어른과 달리 좋은 냄새가 나는데 애가 나를 사랑한다면서 나에게 몸을 던져 파고들을 때면 이럴 시기도 얼마 안남았을 것 같아서 얼른 나도 살을 부벼가며 냄새를 흠뻑 맞곤 한다. 이렇게 나에게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어 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하나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더욱 더 힘껏 안아준다.

하나는 내게 가장 완벽한 아이이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그런 완벽한 아이. 요즘은 그래서 네가 나에게 심통이 나있을 때도, 나쁜 일을 했을 때도, 그래서 내가 혼을 내거나 화를 내게 되더라도 나는 너를 그대로 사랑한단다… 라고 자주 말해준다. 또 잘하는 걸 너무 당연시 생각하고 잘못하는 것만 훈육을 위해 지적하면 자기가 잘 하는게 없다고 내가 생각한다 오해할까 싶어 잘한 건 잘했다고 담백하게라도 칭찬해주려고 노력한다.

밤에 잠든 얼굴을 보면 많이 없어진 것 같은 아기때 얼굴이 아직도 보인다. 이 아이는 아마 내가 여든살이 되어도 나에겐 아기이겠지? 애 키우다보면 마음 철렁할 것 같은 아찔한 순간들이 간간히 생기는데, 그럴때마다 큰 사고 없이 나와 함께 인생을 나눌 수만 있으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건강하게 자라줘 하나야…

2 thoughts on “나를 사랑하는 아이, 내가 사랑하는 아이

  1. 존재만으로 완벽한 아이.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요즘 시안이도 부쩍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자기 전엔 엄청난 뽀뽀 세례를 나에게 퍼부어 주는데,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네 말처럼 이럴 시기가 얼마 안 남았을 것 같아서 나도 온전하게 누린다. 진짜 힘들어 하던 예전의 내가 부끄럽기도, 시안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너와 내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네 ❤ 코로나가 우리를 덮치면서, 앞으로 우리가 가슴 철렁할 순간이 사고만이 아니고 이런 팬더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요즘 더 진하게 들면서, 더 많은 작은 것, 일상적인 것에 감사하게 된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평온한 삶을 누리고 갈 수 있기를.

    • ㅇㅇ 그러게. 코로나뿐 아니라 이런 팬대믹이 또 올 수도 있을텐데 그럴때마다 가슴 철렁할 일이 더 느는구나. 네 말대로 사실 작고 일상적인 게 참 소중하고 감사할 일이지. 없어지면 그 자리가 더 또렷이 드러나는… 건강하자. 그리고 사랑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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