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정이 향하는 곳에 발레가 있다.

아마 직업이었으면 달랐을 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발레는 취미였으니까.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을지언정 압박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지금 나에게 내가 가장 열정과 애정을 품은 대상이 뭐냐고 묻는다면 지체할 바 없이 발레라고 답할 거다. 나에게 한 주, 한 주를 이끌어가는 그 열정의 원천은 발레니까.

탕듀부터 시작해 쥬테, 롱드잠, 프라페, 아다지오, 그랑바뜨망 등 서서히 템포를 올려가는 바부터 시작해서 가벼운 점프부터 왈츠와 같은 말랑말랑한 춤을 통해 큰 점프로 이어져가는 센터까지 구성 자체가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킨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나간다 할까? 뭐랄까 쫄깃한 긴장감이 사람을 흥분시킨다. 그래서 힘들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아드레날린이 온몸에 퍼져나가는 흥분감이 막판까지 힘을 짜내어 뛰고 돌게 만든다.

165센치미터의 키에 56 킬로그램의 몸무게. 가볍지 않다. 체지방도 있기에 몸이 조각된듯한 근육질도 아니다. 그래도 오랜 기간을 투자해온 탓에 몸에 잔 근육들이 세세히 잡혀있다. 발레를 하지 않던 시기에 없던 그런 근육들말이다. 승모근과 삼각근, 갈비뼈를 둘러싼 코어근육과 그 위를 덮은 복근, 등판의 어깨뼈를 둘러싼 근육, 척추 옆 근육, 그밖에 다리 안쪽 근육, 다리를 들어올리는 근육, 엉덩이 근육 등 정말 많은 근육들이 달라졌다. 상체 44, 하체 66과 같은 불균형이 많이 사라져서 상하의 사이즈도 중간에서 만나게 되었다.

몸이 좋아지니 동작도 좋아진다. 상하체가 연결되어 손부터 발끝까지 긴장감으로 팽팽히 연결시키는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빠른 템포로 움직이는 동작에서는 이를 다 세세히 신경쓰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이 생기지만, 느린 템포로 움직이는 동작에서는 최대한 온 몸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느끼며 동작을 한다. 그런 유기적인 움직임이 느껴질 때면 거울에 비친 내 움직임도 썩 마음에 든다. 나아질 부분이야 좀 많겠냐마는, 또 그 와중에 좋은 것을 찾아낼 수 있어야 더 나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코로나 락다운을 계기로 집에서 파쎄 균형 잡기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춤이란 게 넓은 공간을 필요하고, 같이 상호작용을 할 사람이 있는 사회적인 운동이라서 그런지 혼자서 좁은 공간에서 하기엔 동기부여가 잘 안되더라. 그래서 좁은 공간에서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균형잡기와 턴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아하!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고나 할까. 아직도 끊임없이 교정하고 수정하지만, 근본적인 원리는 조금 알게 되면서 파세에 그전보다 큰 안정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턴도 좋아지기 시작하고.

출산 이후 2년 정도의 공백이후 다시 시작했던 게 이제 대충 1년 반이 조금 넘는데, 그때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 헤매던 나였는데, 이제 틴 학생을 제외하고는 제일 잘하는 학생이 되었으니 그 성장이 크다 하겠다. 작년 10월 하순부터 시작된 포인트슈즈클래스에서 처음 포인트슈즈를 신었던 내가 피케 턴부터 시작해 지금은 5 번 포지션에서의 앙디올 피루엣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발레 선생님도 코로나 락다운이 풀린 6월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내 실력에 큰 변화가 있음을 느끼는 걸 내가 알 수 있었다. 그 전보다 세세한 부분에서 조언을 해주고 내가 바를 하고 있는 곳에 와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주는 데에서.

오늘은 더블 피루엣을 연습하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럴 탈렌트가 느껴져서 하는 이야기라며, 일부러 너무 컨트롤하며 박자에 맞춰 한번만 돌 필요 없다고. 덕분에 한바퀴 반이긴 하지만 더블을 시작했다. 아직 시선 처리가 안좋아서 모멘텀을 상실하는 탓에 두바퀴를 다 돌지 못하는 거다. 이제 그걸 좀 신경써서 연습해야 하겠다.

오늘 수업 이후 이 끓어오르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해서 이렇게 블로그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밤이 늦었으니 이제는 이 흥분을 내려가라앉히며 잠에 들도록 노력을 해봐야겠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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