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월의 하나

아이가 요즘 부쩍 컸다. 이제 세돌 반을 지난지도 거의 두 달이 다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큰다는 말을 하기엔 이제 조금 큰 게 아닌가 생각을 하던 요즘, 또 갑작스럽게 크는 바뀌는 일들에 다시금 깜짝 놀라게 된다.

오늘은 혼자서 잔다고 하는 거다. 그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책 읽는 시간을 가진 후, 우리를 방 밖으로 밀어내는 일들. 그러다가 잠에 들지 못해 우리를 다시금 불러들이던 일들이 그 전에도 수 차례 있었기에 크게 놀랍진 않았다. 다만 놀라웠던 건, 자기가 혼자 책을 읽고 자겠다고 하며 아예 처음부터 나를 밀어낸 것이었다.

에이, 뭐 그래봐야 곧 나를 부르겠지… 라는 내 어림짐작이 무색하게도 하나는 결국 혼자 잠이 들었다. 한번 나를 불러서 잠깐 들어갔는데, 잠깐 꿈을 꿔서 무서웠다는거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잠깐 배를 만져주고 났더니 이제 괜찮다면서 나를 다시 밀어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다시 나왔다. 혹시 잠이 들긴 했나, 뒤척거리고 잠이 들지 못했을 거 같아 들어갔더니, 잠은 아직 자고 있지 않았지만 혼자 자고 싶단다. 그러다가 정말 혼자 잠이 들었다.

최근에 몇번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자기 혼자서 잘 잔다고. 다 커서 밤에 깨서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도 그냥 다시 혼자 잘 잔다고. 대견하다고 말하면서도 언제고 무서우면 엄마, 아빠한테 와달라고 해도 된다고 했는데 오늘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구나.

하나가 이렇게 부쩍 크는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는 매일 매일, 아이가 커서 독립하기까지의 시간동안 우리도 아이를 품안에서 놓아주는 연습을 매일 하는거구나. 저녁에 해야할 일이 많을 때, 애를 재우는 시간에 조급한 마음을 품었던 기억이, 뭘 그렇게 조급해 했나 하는 생각으로 바뀐다. 이렇게 금방, 혼자 잔다고 할 것인 줄 알았다면 더 많이 품어주고, 더 길게 그 시간을 쓸 걸.

우리가 불안해서 놓지 못하던 밤기저귀도 그냥 하지 말자 하니 그냥 떼버린 것도 그렇고, 변화는 그냥 순식간에 오는 것 같다.

아직 엄마를 많이 찾고 안아달라고 조르는 이 순간을 정말 흠뻑 느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안아주겠다고 자주 먼저 이야기하기도 하고.

우리 엄마는 다 커서 아이를 낳은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아빠는 또 어떤 생각을? 옌스는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려나.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건 내 인생을 부모의 입장으로 다시 살아보는 것과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때 부모님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그런 생각. 하나도 나중에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 아이를 낳아서 길러보는 행복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너무나 먼 상상을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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