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크게 싸우는 일은 없어도 간간히 짧게 투닥거릴 일은 생긴다. 주로 내가 팩 하고 성질을 내는 경우이다.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왜 성질을 내나. 이는 자격지심과 동서양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차이의 버무림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내가 부족하다 스스로 느끼는 부분에 대한 주제를 (내가 느끼기에) 내포하고 있을 때, 그리고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뭔가 시사점이나 의도를 (역시 내가 느끼기에) 내포하고 있을 때 나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며 팩 성질을 부리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이기적인 마음. 옌스라고 이기적인 생각이 없겠느냐만 이는 대체로 이타와 중립을 선택함에 있어서 중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음에서 이기적인 거고, 나는 중립과 이기의 선택에서 이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음에서 이기적인 것이기에 둘 간에는 차이가 있다. 이 이기적인 마음을 나라고 좋아하는 건 아닌데, 상황에 따라 자기합리화도 해가며 이기적인 선택을 하곤 하니 이는 내 숨기고 싶은 성격이다.
오늘 좋은 날씨, 시주모님과 함께 아파트 정원의 테이블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테이블이 딱 두개가 있는데 혹여나 이 좋은 날씨에 자리가 채일까봐 약간 부족한 찬거리를 장보러 가기전에 자리를 맡고자 했다. 삼십분 후면 상을 차릴 거라 크게 무리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고. 옌스가 하나랑 잠시 화장실에 들르러 집에 돌아온 김에 테이블보와 살라미를 썰어먹을 도마릉 미리 갖고 내려가라고 했더니 그렇게 미리 갖고 가기 그렇다는 거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미리 테이블을 맡으연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짜증이 확 치밀어올랐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걸 갖고 한 몇분 투닥거려도 결국 매번 그렇듯 옌스의 화해의 제스쳐로 별 일 아닌 듯 일은 마무리 되었다. 옌스는 바람도 많이불고 그 남은 삼십분동안 자기와 하나, 시부모님은 놀이터가러 자리를 비울텐데 그것만 거기에 덩그러니 두기 그래서 그랬다 말하는데, 그것까지 듣고 났더라면 그렇게 팩 하지 않았을 것을 나혼자의 자격지심에 갈등을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다.
이래저래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관계에서 내가 갈등을 초래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조심하고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야겠다 느낀다. 넘고짚고 오해하고 불필요하게 상처받고 주는 일은 줄여야겠다. 가까운 사람일 수록 부대끼는 시간도 많고 서로 잘 안다하는 생각에 더 넘겨짚고 오해하게 되는 것 같다. 더 조심하고 아껴야지.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