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월 하나

자기는 대놓고 한국어 잘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하나. 덴마크어만 아주 잘 하고 발음도 이 또래 애 같지 않게 또박또박 잘한다. 한국어와 덴마크어 간에 격차가 엄청 크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주어진 범위 안에서 노력하는 수밖에.

요즘은 역할놀이에 꽂혔다. 역할에 따라 이름이 바뀌고 나도 그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부여가 된다. 나는 잘 기억하는데, 옌스는 너무 역할이 다양해서 자긴 기억 못하겠다고 한다. 사람과 하는 역할놀이도 있지만 인형들에게 역할을 나눠준 뒤 혼자 다인역할을 하며 놀기도 한다.

프로즌과 라이온킹을 본 후 부모의 죽음이나 자녀의 독립 등에 대해 처음으로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나가 태어나기 전에 옌스와 같이 간 곳에 하나와 처음으로 같이가다가 내가 길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더니 자기는 어디에 있었냐 묻는거다. 아직 너는 세상에 없었다 하니 자기를 혼자 어디에 두고 둘만 다녀왔는가 싶었는지 자기 두고 떠나면 안된다고 서럽게 울더라. 그러고 나서 덧붙이길 자기는 그러면 할머니 할아버지네로 비행기 타고 갈거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기를 잘 보살펴 주셔서 다시 행복해 질 거라고. 여기서 빵 터졌다.

사회성이 엄청 좋다. 동네에서 덕분에 아는 사람이 늘었다. 어찌나 인사성이 좋은지. 코로나 때문에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해야하는지라 목청 높여 대화를 시도한다. 간혹 그냥 무시하고 가는 어른들도 있는데, 그럴 땐 자기랑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하기도 하고.

우리 집에 반절이 옷걸이로 사용되는 발레바가 있는데 나머지 반절은 하나의 철봉으로 사용된다 나는 옷걸이가 걸린 쪽을 발레바로 쓰고. 어찌나 힘이 좋은지. 매일 엄청 자주, 또 오래 매달린다. 복근이 덕분에 장난이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표정이 엄청 풍부하다. 또렷하고. 이녀석 나중에 뭘 할런지.

떼를 쓸 때는 또 엄청나다. 음… 시부모님도 하나 보시더니 보통이 아니라며 첫째 조카랑 비슷한 것 같다 하시는데… 평소에는 참 수월한 아이지만 한번 성깔을 부릴 땐 정말 대단하다. 흠…

모두가 자기 새끼 다 이뻐하듯이 우리 눈에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사랑스러운 하나. 계속 이렇게만 자라주면 정말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2 thoughts on “38개월 하나

  1. 듣기만 해도 예뻐 죽겠어요 언니!!!
    실제로 보면 얼마나 귀여울까~
    언니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 때 표정이 다양하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항상 웃는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가씀 무심결에 거울에서 제 표정을 발견하고 너무 안좋아서 소스라치게 놀라곤 해요~ 조카들이 무서워 해요~ ㅋㅋㅋㅋㅋ표정은 사라온 자취라던데…
    하나느 그 풍부한 표정 평생 유지했으면 좋겠네요!!

    • ㅎㅎ 실제로 보면 더 이쁘지. ㅎㅎㅎㅎㅎㅎㅎㅎ 음. 진짜 그런 풍부한 표정을 평생 유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른이 되면 표정이 좀 확실히 단조로워지지않나? 대부분. ㅎㅎㅎ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면 좀 더 웃어볼 필요는 있겠구나! 크로나가 얼른 지나가서 웃을 일이 좀 먾아져야 할텐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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