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으로도 마흔이 될 새해를 앞두고

해외에서 살면서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피할 수 없다. 한국에 있었어도 피할 수 없었겠지만 고민의 차원이 추가된다고 할까. 이 고민이란 게 덩어리가 큰 고민은 아니지만 언뜻언뜻 스치듯이 마음에 자잘한 갈등을 일으키곤 한다.

아마 이 자잘한 고민 자체가 사실은 내가 덜 여물어서인 것 같다. 이제 좀 인간관계 뿐 아니라 인생을 한차례 정리해야 하는 모양이다.

12월 마무리를 보름도 남기지 않은 이 시점. 내년이면 만으로도 마흔이 된다. 나이에 얽메이는 것도 우습지만 옛 성현인 공자님 말씀에 따르면 이제 나는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을 불혹의 나이에 달한 것이니 한번쯤 지금의 내 모습을 뒤돌아보는 것도 중요할 듯 하다. 안그래도 얼마전 거울을 보면서 이제 내 얼굴에 나이의 흔적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재미가 없는 인간관계는 이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싶다. 어쩌면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다. 만나서 즐거운 사람들만 곁에 둬도 아까울 시간이다. 특정 그룹에 가까운 사람과 가깝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경우 그룹으로 만나는 건 정리하고, 관계의 즐거움이 사그라들었지만 습관처럼 남아있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정리해야겠다. 가까움의 정의라는 것도 상대적이긴 하지만 과거 가까웠던 사람을 정리하는 것은 왠지 마음 속 부채감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사실 이미 시들어가고 있었기에 나 혼자 잡고 있던 마음속 끈을 놓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부채감, 죄책감 이 또한 나 스스로 혼자 갖고 있는 허상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걸 그래서 느낀다. 그리고 그런 가정을 꾸릴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란 게 한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이 가꿔나가고 키우도록 노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느낀다.

옌스와 하나, 내 가족, 결혼으로 연결된 가족, 그리고 가까운 내 친구. 그 외엔 천천히 정리를 해야겠다. 내 마음속의 정리. 그리고 중요한 건 더 가꿔가야지.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다시 찾아야될 것 같다. 나를 성장시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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