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기본 원칙은, 하나가 열여덟살이 되면 독립을 시킨다는 것이다. 돈도 모아서 자기가 살 집 보증금을 마련하고 다달이 월세를 내고 살림을 챙겨가며 혼자 살아가는 진짜 독립. 그러니 그 전부터 아르바이트도 하고 집안 수리하고 페인트칠하는 법도 배우고, 살림도 배워야 할 게다. 여기선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 할 일이 많으니까.

나는 독립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대학교 등록금을 대주신 이후부터 학비는 학자금 융자로, 용돈은 과외로 충당은 했다지만, 부모님이 마련하신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내 방정리도 잘 안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미루다보면 보다 못참은 엄마가 정리와 청소를 해주실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게다. 그 당시 핑계는 내가 할 건데 엄마가 너무 미리 해버리셨다는 거였지만 마음속 깊은 곳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청소야 주말에 간혹 청소기를 돌리거나 걸레질을 조금은 했어도 상시 엄마가 해두신 것에 주말에 간혹 한번 돕는 정도였으니 그냥 시늉이라고 해둬야겠다.

조금씩 독립의 연습을 하게된 것은 대학교 다닐 때 사촌인 민정이와 잠깐 같이 살았던 때와 직장생활 시작하면서 나 혼자 이모네 집 근처에서 원룸을 구해 살면서였다. 그렇지만 집 구하는 것도 엄마가 도와주셨고, 자주 엄마의 방문으로 반찬도 얻고 청소의 도움도 받았으며 그냥 사는 장소만 옮겼다 뿐이었지 정신적으로는 진짜 독립의 경험은 아니었다.

만 스물여덟이 되던 해였나? 2008년 해외 발령을 시작으로 해 인도에 나가 살면서 조금 더 독립에 가까워졌던 것 같다. 회사의 주택임차보조로 얻은 집이지만, 그 집은 내가 얻었다는 생각이 있었고 부모님이 이사를 오시기 전에 미리 내가 정착을 준비해두었고, 비자와 생활의 기반을 내가 마련한다는 점에서 독립에 많이 가까워졌던 것 같다.

아마 2010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인도에서 사귀던 호주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남자친구와 만나 데이트하고 집에 열두시 다되어 왔는데 늦게 왔다는 걸로 엄마에게 혼이 났다. 만 서른의 나이에 외박도 아니고 늦게 오는 문제로 엄마에게 혼을 나야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엄마가 걱정하시는 남자와 자는 문제는 굳이 밤이 아니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늦는 것을 막는다고 막아지는 일은 전혀 아니며, 내 주변 친구들 중 이 나이가 되도록 처녀인 애들은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우니 시대와 맞지 않는 걱정을 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앞으로 외박문제는 터치하시지 말고, 앞으로는 외박을 하고 오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말씀드렸다.

엄마와 큰 갈등과 같은 부딪힘이었지만, 그런 큰 갈등을 서른이 되도록 빚어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아마 부모님도 그러려니 받아들여주셨던 것 같다.

막상 외박을 한 일은 손에 꼽고, 그 다음날 미묘하게 차갑고 다운된 기류를 느낀 것 이외에는 엄마도 나의 입장을 받아들여주셨고, 아빠는 엄마보다 항상 좀 더 느긋하게 받아들여주셨던 것 같다. 아빠 속이야 내가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어쩌면 엄마보다 아빠가 더 걱정하셨고, 그걸 엄마에게 표현하셔서 엄마가 더 나서서 걱정을 표현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냥 표면 그대로 아빠가 더 잘 받아들여주신 것일 수도 있고. 누가 알테냐.

내가 옌스와의 미래를 그릴 때 가장 걱정이 된 건 부모님이었다. 과연 부모님과 떨어져 먼 이역땅에서 사는 게 괜찮은 일일까? 남겨진 엄마, 아빠의 마음은 어떨까? 나는 죄를 짓는 걸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생기실 수 있는데 나는 그 도움을 드리는 역할을 할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용돈이라고 드리던 작은 돈도 내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동안은 드리지 못할텐데 그건 괜찮을까? 많은 것들이 걱정되었다.

엄마, 아빠에게 그런 이유로 옌스와 미래를 그리는 게 걱정이 된다고 했을 때, 엄마 아빠는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씀해주셨다. 다 해쳐나가게 되어있다고. 너의 희생으로 우리가 살려는 거 아니라고.

이기적인 마음이기도 했지만 너무나 감사했고 안도했다. 아마 나는 엄마, 아빠에게서 반쯤 독립만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새로운 가정의 한축이 되어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하는 데에는 기존 가족이라는 둥지를 완전히 떠나는 게 필요했는데 그걸 못하고 있었던 거였다. 이 말씀으로 나는 둥지를 완전히 떠났다. 훨훨 날아서.

나는 하나를 열여덟에 독립시킬 것이다. 하나에게 언제고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어는 주겠지만 때가 되면 둥지에서 밀어내서 날아가게끔 하련다. 그게 가혹한 게 아니라 문화인 이곳에선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아마 나에겐 큰 훈련이 필요한 일일 거다. 앞으로 십육년도 채 남지 않은 일이다. 그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모르겠지만 그때도 뭔가 열심히 배우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그 때 생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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