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단조로운 일상

엄마가 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일상이 매우 규칙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일찌감치 일어나는 아이의 리듬에 맞춰서 어른들도 움직여야 하고 주중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틀에 박힌 일상을 보내게 된다.

아침에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한 후 보육원에 들려보낼 과일도시락을 싸야 한다. 이 시간 동안엔 라디오로 아침 뉴스 토론 프로그램을 들으며 전날 무슨 날이 일어났는지를 업데이트한다. 도시락을 다 싸고 아침에 옌스와 하나가 먹을 과일을 준비하고 나면 애를 깨워서 아직까지 떼지 않은 젖을 조금 먹이며 오붓하게 정을 나눈다. 하나를 깨우고 내가 하나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옌스는 씻고 출근 준비를 한다. 대충 옌스가 준비가 끝나 아침식사 상을 차리는 동안 나는 아이의 머리를 빗어주는 것으로 집에서의 오전시간을 마무리한다. 엄마도 아침밥을 같이 먹냐고 빈번히 물어보는 하나를 보면, 아빠랑 단둘이 하는 주중의 아침식사가 아쉬운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지만, 우리에겐 현재의 루틴이 가장 최적의 형태라 그러려니 하고 집 문을 나선다.

회사에서도 항상 바쁘다. 주로 오전 7시 반부터 15시 반까지 8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점심시간 30분을 하는 걸 제외하면 동료들과도 이야기할 시간도 별로 없고 쉬는 시간이라고는 화장실 다녀오는 거, 커피 한잔 뽑아 자리로 돌아오는 거 밖에 없이 거의 자리에 앉아 일하니까. 바쁜 날은 16시까지 일하기도 하지만 그런 날은 마음이 정말 바쁘다. 보육원 문이 닫기 전에 도착해야하니까.

정해진 시간안에 서둘러 일을 마치고 집에 서둘러와서 애를 픽업해 장을 봐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애와 같이 조금 놀다가 몸을 씻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힌 후 재워야 한다. 서로 번갈아가며 옌스와 애 재우는 당번을 맡는데, 내가 재우는 날에는 종종 애 방에서 골아떨어져서 한두시간 자다가 나오기도 하고 그냥 그 방에서 계속 자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날은 인터넷으로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책이나 신문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한다.

저녁시간에 앉아서 잔업을 하거나 하는 건 아직 어렵다. 아마 하나가 조금 더 커서 재우는 게 더 수월해지고, 낮잠을 없애서 다시금 일찍 잠에 드는 시기가 오면 우리 저녁도 조금 더 풍요로워질 것 같지만, 하루가 챗바퀴 돌 듯 뻔하게 도는 건 아마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얼핏 보면 지리멸렬할 것 같은 이 일상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 건 내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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