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이중언어로 키우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아예 옌스와 한국어로도 대화를 하지만 그게 주가 아니고 우리간에 주언어가 덴마크어이다 보니 하나에게 따로 떼어서 한국어로 바꿔 말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우리 말에는 한 단어로 표현되는 게 덴마크어로는 두 단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 차이를 구분해야 할 때 우리말을 쓰기가 어렵다. 그런 덴마크 단어를 한국어 문장에 섞어서 쓰다보면 내 뇌도 혼란스러워서 아예 덴마크어 문장을 말할 때가 있다. 때로는 하나에게 급히 상황을 설명하고 정확히 이해시켜야 하는 때가 있는데 – 예를 들어 위험한 상황 – 하나의 덴마크어 어휘가 한국어의 그것보다 압도적이어서 덴마크어로 설명하는 게 더 나은 경우가 있다. 이러다 저러다 보면 간혹 덴마크어로 아이와 대화하는 순간이 생긴다.
한국어를 꾸준히 가르치겠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주변의 인풋이 없이 순수히 나에게서 나오는 인풋만으로 덴마크어환경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게 아이의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주변에서 심어주는 맥락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도 다 힘들다.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엔 밀린 집안일과 함께 부족했던 가족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른 사람과 만날 시간이 많지 않다. 또 시댁식구와 각자의 친구와 하나의 보육원 친구와 관련된 사람 등과의 일정을 잡으면 한국어 환경에 하나를 노출시킬 시간도 극히 적다. 한국사람이 많은 환경도 아니고, 또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친구가 된다는 것도 아니고. 2세가 한국말을 못하는 일이 많은 걸 이제 잘 이해하겠다.
애 한국어 교육을 노력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현실적 제약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을 갖고 죄의식 같은 것도 갖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사는 거지.
나도 여기서 살기 위해 한국어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살려고 하다보니 더욱 그런거 같다…
가끔 페이스북 통해서 해외살이 이야기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저도 한국어-영어로 아이 키우고 있는데, 오디오북이 요즘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서 잘 활용하고 있어요. 한국어 오디오북은 굳이 유료 사지 않아도 네이버 오디오클립 같은데 보면 무료 동화책이 많답니다.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참고되시라고 댓글 답니다.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이중언어로 애 키우시다보면서 느끼시는 애로가 있으시려나요?
오디오북도 있군요. 책 외에는 아직 다른 컨텐츠를 별로 보질 않았다보니 오디오북은 생각 못해봤어요. 한국 동요책에서 나오는 노래도 좋아하던데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