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긴 하지만 여기도 이상향의 천국은 아니다.

내일은 임원진 회의에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실제 데이터를 갖고 모델을 테스트해 본 결과를 보고하는 거라 내용면에서는 긴장할 것이 없긴 하지만 인사해본 적 없는 비담당 임원들도 동석하는 자리에서 발표를 하는 건 어떨런지 모르겠다.

아직도 상사와 임원을 이름으로 부르는 게 익숙하지 않다. 상사나 선임과 이야기하다가 부청장과 청장 (둘다 공교롭게 야콥이다.) 을 칭할 때 야콥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야콥이 이렇게 지시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참 불편하다. 뭐랄까… 미스터 할, 미스터 샴부엌 이런식으로 이야기하면 편할 것 같은데 말이다.

대화 중간중간 사람의 이름을 불러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지난 주 전화로 다른 청 사람과 오랜 시간 통화했을 때 그 사람은 중간중간 내 이름을 불러가며 대화를 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좋은 생각이다, 해인.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인. 나도 네 생각해 동의한다, 해인. 그래서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 해인. 이처럼 중간중간 이름을 부르니까 나도 애써 마티아스라는 이름을 애써 껴 봤다. 그렇게 하다보면 좀 더 친밀해지는 거 같긴 한데 (앞으로 협업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라 그래서 나쁠 건 없다.) 그러기까지는 입에 붙이려고 노력 많이 해야할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이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여기도 직장에 이상한 사람 있고, 그래서 갈등도 다 있게 마련이다. 커리어 컬럼에 “상사가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일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직장에 가기 힘들 때 어떻게 해야하나?” 이런 것들이 실리는 게 흔한 일이니 말이다. 물론 그럴 경우 직장에서 문제시 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보다 그런 사람을 마주할 확률은 낮지만, 없지는 않다. 옌스는 우리 회사 분위기가 특별하다고 한다. 공공부문인데다가 정치적으로 독립성이 커서 장관이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기관에 전문성이 큰 기관이라 그런 거 같다고 한다. 그 점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사람 사는 곳 다를 것 없다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났는데, 덴마크의 평등에 대해 과하게 왜곡된 정보가 한국에 떠돌고 있는 것 같다. 급여 부분에서 청소부를 하든 의사를 하든 급여가 별 차이가 없다든가 하는 정보 말이다. 그럴리가. 여기가 사회주의라는 건 공산주의라는 게 아니다. 나라에서 많은 부분의 복지를 민간에 맡기지 않고 공공에서 책임지고 떠맡는다는 것이고 그를 위해 세금을 많이 걷는다는 것 뿐이지, 경제가 돌아가는 기본 방식은 자본주의다. 신체노동을 수반하는 직업이나 사무직이나 기본적으로 최저 세전 임금수준이 높고, 직업이 없는 사람을 받쳐주는 사회안전망 덕에 빈곤선에 있는 사람이 적다는 거지 그 사람들이 어떤 조직의 위에 앉아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장기간의 교육이 필요한 전문직만큼 월소득이 높다는 게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의 경우 직업전선에 일찍 뛰어들어서 생애 소득 기간이 길어지니까 생애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고연봉자와 소득 차이가 더 줄어들 것이다.

시청청소부가 의사와 결혼을 한다던데 청소부 세후 소득이 월 기준 35000크로나(원화 600만원) 쯤 되고 의사는 별로 안번다 이런 글이 돈다고 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글이 한인회에 올라왔다. 나도 블로그 여기저기에서 본 글이었다. 개인의 세율은 개개인별로 차이가 많이 나서 별로 안내는 사람도 있지만, 세후 소득이 35000크로나쯤 되려면 노동시장분담금, 개인소득세 해서 거의 50%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한다. 주변에 물어보니 가족들을 포함에 직원들도 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한다. 우리 청도 예산 절감에 대한 압박을 상시 받고 있고 그건 시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예산 문제로 여러가지 서비스를 외주로 돌리는 건 덴마크 공공부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거라 우리 청의 경우 외주로 돌아가 있다. 그리고 청소부문은 난민이나 비서구국가에서 이주온 이민자가 거의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 스포츠센터, 호텔, 기차역, 백화점 등 할 것 없이 청소하는 사람은 다 피부색이 어두운 이민자들이다. 간혹 한국의 단점을 강조하려 복지가 강하다고 이야기되는 덴마크를 예로 들어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한국을 못살 나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 곳이라고 완전한 천국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무슨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직업에 상관없이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얼굴에 불쾌함을 드러내는 일 없이 (네 따위가 감히? 이런 류의 불쾌함) 말을 섞는다는 점에서 직업에 대한 차별이나 귀천 의식이 드러나지 않는 건 분명하다. 어쩌면 아주 부자가 아닌 한 18세 독립을 하면서 수퍼마켓에서 일하거나 신문을 돌리고, 청소를 하는 등의 아르바이트를 다 해본 경험이 있어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서로가 서로를 아껴야 상대가 나를 아껴준다는 의식이 발로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도 성공하고 싶어하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싶어하고 내 배우자가 비슷한 백그라운드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보다 그런 사람이 적고, 그걸 표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니까 그게 표면에 드러나는 일이 없을 지는 몰라도 그런게 아예 없는 게 아니다. (그런 걸 표현하는 경우 교양이 없는 사람이 경우나 교육을 잘 못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나가 클 이나라가 앞으로도 살기 좋은 나라였으면 좋겠지만, 여기도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고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잘 사는 부모들이 자식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부모 세대의 불평등아 자식세대로 고착되는 경향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런 사회의 역동성이 사람들의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 주고 사회의 안전성과 시민간의 신뢰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큰 틀이 바뀌지는 않지만 곧 있을 선거가 (나는 투표권이 없지만) 조금이나마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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