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 생각의 흐름대로 쓰는 일기

한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10월 가을방학 일주일을 포함해 그 전주 약간으로 해서 한국 순수체류일정을 10박 10일로 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이번주에 홍천으로 이사하시면서 나의 주민등록도 홍천으로 같이 옮겨지게 되었고 이번 한국방문 일정의 대부분은 홍천을 중심으로 해 강원도 방문이 주를 이루게 될 것 같다. 공항에서부터 차를 렌트해 바로 홍천으로 갈 예정이다. 그때면 하나도 엄청 많이 커있을 거고, 비행도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다. 비행기에서 한번도 걷도록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비행기에선 자리를 뜨지 않고 잘 앉아있어서 한국 방문 두번 모두가 쉬웠는데 앞으로는 더 쉬울테니 다행이다. 서울 일정은 출국 전 삼일로 잡았는데, 조금 더 길면 좋겠지만서도 아직은 하나가 어려서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조금 제한되어 있고 돌아다니기 힘드니까 서울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건 하나가 더 큰 뒤로 미뤄두려한다. 한국가면 블루보틀 커피가 성수동에 문을 열었을테니 거기 한번 가보는 게 계획에 들어있고, 그 외엔 호텔 잡은 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번엔 한국의 자연을 하나에게 많이 보여줄 생각이다.

상사에게 부활절 휴가와 가을 휴가를 메일로 승인 받았다. 이 기간 중 휴가를 쓰고 싶은데 괜찮은가? 라고 메일을 보내니, 물론이지! 캘린더에만 마킹해둬! 라고 답이 왔다. 음…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쌈빡하게 승인을 받다니. 참 구질구질하게 설명해가며 휴가를 쓰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며 왜 꼭 그렇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엔 행사가 많다. 토요일엔 발레 첫수업이 기다리고 있고 일요일엔 자동차를 사고 회사에서 열리는 fastelavnfest에 갈 예정이다. 오늘 드디어 차고 열쇠를 받았는데, 월 400크로나 내고 빌리는 차고라 그런지 안에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전기자동차이니 매연 걱정도 없고, 앞으로도 안에는 깔끔하게 잘 관리해야겠다. 현대 자동차에서 나온 KONA 전기 자동차가 대형배터리 버전으로 2019년 3대 전기자동차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그 버전은 너무 인기가 좋고 배터리 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1년은 기다려야 한다 해서 패스. 옌스나 나나 내연기관차는 더이상 구입하지 않고 싶기도 하고 해서 전기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었는데, 가급적이면 한국차를 구입해야하지 않겠냐는 옌스 의견에 따라 현대로 당첨. 사실 KONA 자동차 디자인이 마음에 든게 큰 몫을 한 것 같다. 다만 우리는 빨리 자동차를 사고 싶은 관계로 소형배터리 버전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그건 색상 및 옵션에 따른 재고 현황에 따라 짧게는 14일, 길게는 한달이면 구할 수 있을 거란다. 자동차 보험은 보험회사마다 가격 차이가 꽤나 큰 것 같다. 우리는 현대차와 손을 잡고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르웨이 자동차보험사를 선택할 거 같은데, 덴마크 보험회사의 반값이다. 자동차회사와 서비스센터를 같이 끼고 보험을 제공함으로서 본인-대리인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한 걸까? 차 사고 났을 때 차량 렌트를 제공하는 비용 등에서 자동차회사를 끼고 있으면 싸진 걸까? 자세한 보장내역을 봐야 알겠지만 큰 차이가 없을 걸로 예상되는데… 음…

하나는 유아원으로 옮긴 이후 엄청 조잘조잘 하루 있었던 일과를 설명해준다. 한국어는 매우 제한되어있다. 대부분 덴마크어다. 이걸 못알아듣는다고 해야하는 건지 그냥 듣고 한국말로 번역해 내용을 반복해주면서 그냥 듣고 넘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우선 후자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한글학교 다닐 나이가 되어 또래 한국친구들을 조금 더 만나게 되면 달라지려나? 유아원은 마음에 든다. 기존에 보육원에 보육지원을 와서 알던 선생님들도 있고, 반대로 보육원에서 유아원으로 자리를 옮긴 선생님도 있어서 하나에게도 연속성이 느껴져서 좋다. 한 지붕아래 보육원, 유아원, 유치원 등으로 삼단계 구분되어 있는 시스템이라 애들이 서로 잘 알며 클 수 있어서 부모도 안심이 된다. 어느새 옮긴지 2주가 넘었다. 친한 친구들도 생겨서 누구누구랑 뭐하고 놀았다고 이야기도 해주고 참… 세월 참 빠르다. 여긴 이렇게 애들이 어려서부터 같이 쭉 크는 경우가 많아서 깊게 사귀는 오랜 친구들이 많은데 이게 외국인 입장이나 타지에서 이주해온 덴마크인 입장에서 친구를 새로 사귀기 어렵게 만드는 진입장벽 역할도 한다. 다 장단점이 있겠지… 발레학원 시작하면 거기서 또 다른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될테니 그것도 좋다. 지금은 이미 발레복에 빠져서 이번 토요일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벌써 수요일이 다 지나갔다. 또 일하고 퇴근해서 애 픽업하고 조금 놀다가 밥 해서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치우면 저녁이 다 가겠지. 그러면 또 하루가 가고 하루가 가고… 벌써 3월의 첫주가 다 가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차곡차곡 일이 진척이 되고 있으니 문제야 없지만 너무 시간이 정신없이 간다는 생각이다. 워킹맘이 된 이래로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즈인가 어디에 hygge가 가고 pyt이 뜬다는 기사가 나온 모양이다. 애들이 뭔가 잘 해보려했는데 안되서 속상해 하거나 원하는데로 안풀려서, 아니면 남이 기분 상하게 해서 마음 상해 있으면 어른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가 Pyt med det! 다. 작년인가 언제 한번 요즘 애들에게 특히 이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굳이 한국식으로 번역하자면, 다 털어버려. 신경쓰지마. 정도될 거 같다. 교수가 애들 키우다 보면 애들이 자기가 꼭 하고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엄청 좌절하고 분노하는 시기가 온다고 하면서 그때마다 자기가 해주는 이야기가 Pyt med det라고 했는데, 그 때 읽었던 기사를 떠올렸었다. 그런데 그게 또 새로운 단어로 뜨고 있다니 참 덴마크의 행복에 대해 관심을 갖는구나 싶었다. 실패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툭 털어버리라는 건데, 어찌보면 크게 야심차지 않고 그래서 작은데서 행복을 찾는 평균적인 덴마크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말인 것 같다. 얼마전에 유아원에서 하나를 픽업하는데, 간식을 먹고 있던 아이들 중 하나가 자기 빵 안먹겠다니까 선생님이 그래도 괜찮아. 라고 하고, 그러다가 빵 다시 먹겠다니까 그래도 괜찮아 라고 하는 걸 봤다. 그러다가 과일을 먹겠다고 하다가 또 안먹겠다고 변덕을 부리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참 느긋하게 말을 해주는데,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문제 없다는 그 느긋함에서 Pyt med det의 저변에 흐르는 덴마크인의 여유있는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회사에서 잘 안풀리는 일 있을 때 초조해하지 말고 Pyt med det!를 외치며 감정을 리셋하고 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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