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다른 나라보다 이민자가 살기 어려운 곳인가?

스포티파이의 덴마크 음악 플레이리스트 중 Det’ hyggeligt.을 듣다보니 Rasmus Seebach의 노래가 나온다. 옌스가 옆에 있었으면 애들 듣는 음악 듣는다고 지나가며 한마디 했을텐데 옌스는 스케이트를 타러 나간 관계로 편안히 즐길 수 있다. 옌스가 무슨 뜻으로 하는 이야기인 줄은 아는데, 이 플레이리스트는 나에겐 나쁘지 않다. 옌스가 좋아하는 음악도 좋지만 그냥 난 두루두루 좋다.

난 덴마크에서 특별히 나쁘거나 여기라 더 힘든 경험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살기 참 좋은 나라라 생각하지만, 그건 역시나 내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극히 개인적인 판단인 것 같다. 덴마크에서의 삶은 그간의 내 삶이 대충 그러했듯이 약간의 난관과 한두번의 큰 부침은 있어도 극복하지 못할 정도가 아닌 정도의 어려움만 있었고, 운도 따라줘서 꽤나 순탄했던 것 같다. 어쩌면 힘든 상황에 끊임없이 노출이 돼서 아주 강도높은 난관에 부딪히지 않으면 그걸 큰 난관이라 못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덴마크에서의 첫 1년 반은 진짜 힘들었는데, 일 때문이었다. 같이 일하다 잘렸던 부하직원과의 끊임없는 갈등, 본사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일을 처리하기엔 나와 같이 일하는 비중이 가장 컸던 그 직원과의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자르기에는 인사상의 갈등을 피하고 싶었던 상사의 바램과 얽혀 참 힘들었다. 직장생활 첫 3년을 은행에서 업무양으로도 인간관계면에서도 너무 힘들게 시작했던 덕에 KOTRA 생활이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작은 무역관에서의 업무부하와 관리 중심의 업무 내용에 대한 권태, 인사상 부하직원과의 갈등,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사의 마음에 대한 인간적 이해와 동시에 내 결단을 내려주지 않음에 대한 원망, 본사파견직원과 현지직원 및 상사와의 복잡한 포지셔닝 등이 버무려져서 너무 힘들었다. 그 1년 반은 사실 사생활이 많이 없고 업무로 많이 채워졌던 시기였던 탓에 덴마크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적응은 그때 이미 많이 이뤄졌고. 하여간 새로 발령받아 일하게 되었던 무역관 생활이 나에겐 덴마크 생활 중 가장 큰 고비였고, 이건 관두지 않고는 끝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해 관두면서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물론 그 와중에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그건 덴마크 사람들도 사는 도시를 옮기면 비슷하게 겪는 일이라 외국인이라 생기는 일이라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고 나머지는 인도 근무시 겪던 생활 여건을 생각하면 다 너무 감사하고 소중했기 때문에 불만을 가질 수가 없었다. 처음 1년을 생각해보면 도시가 너무 작다는 점, 한식 재료가 부족한 점, 발레 학원이나 이런 걸 근무시간 이후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상점들이 너무 일찍 닫는다는 것, 병원 예약이 한국보다 힘든 점, 외식이 비싼 점 등에서 불평할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게 단점이 뒤집어보면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이 되는 경우가 있듯이 그때 불평했던 점들이 지금엔 그게 크게 느껴지지 않거나 오히려 장점처럼 느끼게 된 경우도 있고 왜 우리와 다른 시스템이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불평거리가 사라진 것 같다.

비자 받는 과정이 그 다음 최대의 난관이었던 거 같다. 준외교관 비자를 그린카드 비자로 바꾸려다가 그게 너무 특이 케이스라 꼬였는데 8개월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원 입학허가가 나고 비자 신청을 하라는 안내를 학교로부터 받았는데, 비자 당국이 그럼 그건 그거대로 신청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가 양쪽 비자가 다른 비자가 진행되기를 기다리면서 아무 것도 진행이 안되서 비자 변경 신청한지 11개월이 되도록 무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린카드 비자 신청을 취소하고 학생비자 신청만 남겼는데, 이미 석사 학위가 있어서 비자를 못내줄 거 같은데 소명하라는 우편을 받고 뒤집어졌던 적이 있다. 그 덕에 우리가 11월에 예정되어 있던 결혼식을 8월말로 옮겨 가족 없이 우리끼리만 치르고 11월엔 피로연만 하게 되었고. 결혼식을 옮긴 건 또 그 나름의 재미와 에피소드들이 있었기에 다 상관없고 좋았지만, 학생비자가 안나와서 결혼 전에 출국명령을 받으면 어쩌나 초조하고 긴장을 했던 게 엄청 스트레스였다. 물론 그 과정중에 비자당국과 메일과 전화로 얼마나 씨름을 했던지… 그건 그거대로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다 지나고 보면 에피소드로 남는 기억일 뿐이다.

이런 저런 과거의 기억을 들춰보면 나도 꽤나 어려운 일들이 많았던 거 같지만 또 결국 보면 나도 남들만큼, 남들도 나만큼 어려운 일들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겪었던 거 같다. 다만 난 그 모든 일들이 인도에서 겪었던 꿈같은 일상들에 비하면 다 너무 평탄하고 완만했다 느껴지니 지나고 생각하면 그냥 그렇구나 싶게 넘기는 거 같다. 물론 그걸 붙들고 계속 원망하고 미워하면 나만 힘드니까 그런 것도 있고.

그렇지만 어쨌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은 맞는 것 같다. 파울로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마침 묘사된 것처럼 어떤 순간 계기가 있을 때 신속하게 큰 결정들을 내렸고 그 결정이 큰 틀에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가까워지도록 나를 이끌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해외생활을 하고 싶었던 나는 MBA를 보내준다던 KB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불투명한 유학을 관두고 해외 직장생활이 보장된 KOTRA 이직을 시작으로 해서 인도와 덴마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뿌리없이 떠도는 생활을 그만하고 싶다고 느끼던 시점엔 덴마크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회사가 아닌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도 덴마크에서 이룰 수 있게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떤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게 아니라 사회에 작든 크든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나를 그런 방향에 가깝게 보내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덴마크는 나하고 궁합이 맞는 곳인가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곳에서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얕고 깊게 맺는 인연이 늘어가면서 그런 인연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감사하다. 가깝게는 남편과 남편의 가족, 내 딸부터 해서 가까운 한국 친구들, 따뜻하고 친절한 보육원 선생님들, 살가운 이웃들, 직장 동료들이 소중하다. 멀게는 물건을 사며 작은 담소를 나누는 수퍼마켓이나 카페의 점원과 나와 나의 건강을 일차로 책임지는 주치의, 직장내에서나 출퇴근길 열차에서 자주 마주치며 인사를 주고 받는 사실은 낯모르는 사람들까지 다 내 하루하루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라 기쁘고 감사하다. 심지어 막대한 세금을 낼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여기 월급 수준도 그에 사실 맞춰져 있으니 세금을 많이 내는 자체가 크게 부담이 되는게 아니고, 그게 내 배우자와 내 배우자의 가족에게 다 돌아왔고, 내게도, 내 딸에게도 올 거니까.

비교는 우리를 참 힘들게 하는 거 같다. 물론 비교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냥 한국보다 좋은 점, 나쁜 점, 다른 나라보다 좋은 점, 나쁜 점을 알게 모르게 비교하다보면 힘든 순간이 온다. 그게 내가 인도에서 힘들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냥 인도를 좋아하고 그 나라의 장점에 초점을 맞춘 사람들은 또 행복하게 인도생활도 하고 지내던데 나에겐 너무 힘들었던 건 그 끊임없는 비교 때문이었다. 차이가 느껴지는 거야 자연스러운 거긴 하지만 그걸 의식적으로 놓고 비교하다보면 그 차이가 항상 느껴질 거니까 그냥 내가 이곳에 녹아들기까지 좋은 점을 배우고 나쁜 점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면 받아들이면 삶이 조금 편해지는 거 같다. 물론 바꿀 수 있는 건 바꾸고 받아들일 수 없으면 내가 떠나는 게 정답이다. 더이상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과 어려움의 수준은 개인만이 알겠지만.

그리고 부모님과 옌스가 항상 이야기하듯 작은 것을 당연시 여기지 말고 감사하게 살고 좋은 일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또 이곳도 꼭 그리 살기 어려운 곳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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