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직장 출근 첫날 기록

새로운 회사를 다니는 건 정말 오랫만이지만 새로운 업무를 맡아보는 건 처음이 아닌지라 쏟아지는 정보 속에 압도되는 기분 자체는 아주 낯설진 않았다. 물론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압도되는 기분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엄청나게 두꺼운 파일에는 환영파일이라는 라벨이 컴퓨터에 내 이름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천장이 눈에 띄게 높은 사무실 공간에는 여유롭게 큰 책상들이 파티션 없이 두 개, 네 개씩 붙어있다. 오픈된 공간이지만 각자 엄청 큰 모니터 두개를 앞에 두고 있어서 앞에 앉은 직원과는 혹여나 나나 상대방이 책상을 높여두고 있으면 얼굴 보고 말하기 어렵다. 사무실 공간은 조용해서 서로 이야기는 낮은 목소리로 나누고 대화할 거리는 회의공간을 항상 따로 예약해서 별도로 이야기한다. 개인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 따로 들어가서 서서 전화할 수 있는 작은 방이 있다. 옌스네 사무실에도 그런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그런 걸 보니 그게 특별한 게 아닌가보다 싶다.

아침은 컴퓨터 비밀번호 세팅과 자리에 놓인 서류에 대한 멘토 (나보나 1년정도 먼저 일을 시작한 동료로 대학원에서 같은 수업을 많이 들었었다. 이미 한 컨퍼런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눠서 같이 일할 걸 알고 있었다.) 의 설명으로 시작해서 전체 팀원의 환영 커피타임, 내 아이디카드 사진 촬영과 수령 (Danish government official 이라 쓰인 신분증을 받아드니 다소 생경했다), 핸드폰 수령 (뭔가 세팅이 다 안되서 다시 반납하긴 했지만…), 환영 파일에 포함된 문서 읽기로 오전을 시작했다. 업무 파악엔 KPI 읽는 게 제일인지라 그것부터 시작했는데 업무에 쓰이는 어휘 익히기에 좋더라. 중요한 건 앞으로 사전을 사무실에 비치해야겠다는 점. 내가 쓰는 온라인 사전이 이상하게 로그인이 안되더라.

점심은 30분동안 후다닥 동료들과 캔틴에서 함께 하는데 전 부서원이 함께 점심을 하더라. 이는 점심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서 그러는데 그 조건으로 30분 이내에 먹어야함이 있다.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확실히 점심시간엔 나에게 직접 내 얼굴보고 이야기하는 거 아니고 크게 이야기하지 않고 빨리 이야기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다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덕분에 중간중간 뭔 이야기인지 다시 물어봐야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와 새해 시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1월 1일이면 시무식으로 다 같이 모여 조회를 하던 문화와 참 다르다는 걸 느꼈다. 사실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안났는데 옛날 국민은행 입행동기들이 카톡으로 시무식에서 상을 탄 동료의 사진을 공유하는 데서 역문화충격을 느꼈다고나 할까. 덴마크식 캐주얼한 문화에 너무 젖어있었나보다. 우린 시무식이 다음주에 잡혀있던 것 같던데… 그것도 오후 시간에. 흠…

오후엔 내 보스와 함께 면담을 통해 조직 전략과 목표, 중요시 하는 가치관과 조직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내가 할 일 중 가장 먼저 시작할 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나도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보고. 달에 한번 꼴로 상황미팅이 있어서 업무 및 개인 조직적응 등에 대해서 평가와 피드백, 건의사항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한다. 물론 상시 상사와 업무 협의야 할 수 있지만, 이건 조금 더 내 개인에 맞춰진 구체적 미팅. 업무 결과가 중요한 것이므로 출퇴근 시간은 상당부분 내 재량에 맞춰진다는 것도 참 신선하다 못해 상큼했다. 바로 내일부터 출근은 7시 반에 하는 걸로 했다. 그러면 3시 반에 퇴근해서 하나를 픽업할 수 있으니까.

내가 할 일들을 읽어보면서 참 앞으로 1년 동안 상당히 챌린징한 시간을 겪겠구나 싶으면서도 기대도 되고 아주 즐거운 한 해가 될 거란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강제로 덴마크어 몰입환경에 내몰리니 덴마크어도 빠르게 늘 것이고.

어제 밤에 잠이 어찌나 안오는지… 낮에 친구를 만나 두잔이나 마신 커피 탓인지 아니면 다음날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 때문인지 밤에 잠을 엄청 설쳤다. 거의 안잔 듯 얄팍하게 자면서 아주 여러번 깼으니 말이다. 대신 태어나 두번째로 (첫번째도 덴마크였지만) 유성도 보고 (소원은 못빌을 만큼 순식간이었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덕분에 지금 너무 피곤하다. 신문만 보고 자야지… 잊기 전에 오늘을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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