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부관계를 위한 우리의 원칙

결혼한지 3년이 조금 넘었으니까 신혼은 아니렸다. 남편이 이젠 정말 뼛속까지 가족같은 느낌. 아마 하나를 낳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하나가 우리와 함께한 지 출생후 이제 20개월 되었는데 마치 우리와 평생을 한 느낌이 드니까 그 전에 결혼한 우리의 삶이 항상 그래왔던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거다.

우리 딴에야 조금 다툰 일은 있지만 어디 명함을 내밀기에도 민망한 작은 다툼이 전부인 것 같다. 결혼 전 둘이 다짐한 몇가지가 있는데, 서로 사랑하더라도 짜증나는 일들은 있게 마련이니 1) 절대 서운한 감정을 쌓아두고 냉전하지 않기, 2) 서로에게 항상 좋은 의도로 대하기와 상대가 그러하리라고 믿기, 3) 서로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하기, 등이 있다. 아마 이를 지켜오기 위해 노력하고 지켜온 덕에 작은 다툼이 큰 다툼으로 번지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출산 후 1년 동안은 나의 여유가 없어지면서 내가 짜증내는 일이 제법 있었지만, 육아 및 가사일에 옌스가 익숙해지고, 하나가 커가면서 일들이 조금씩 줄어들자 과거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미움의 감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흘릴 수 있었다.

사실 가까운 사람에게 가깝다는 이유로 내 힘든 순간 날을 새우고 의도치 않게 또는 죄책감을 심어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의도적으로 상처를 줄 수 있고 또 주는 일이 흔하다. 가족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지만 관계는 정태적인 게 아니라 가까운 관계도 언제고 멀어질 수 있다. 그래서 소중하고 가까운 관계는 그 모습이 헤어져 변해버리기 전에 항상 잘 가꿔야 한다. 그리고 양쪽이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살면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서로 타협하고 조율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타협하고 조율한다 함은 매우 실용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 누가 옳고 그르냐, 어떤 것이 공평하냐와 같은 원칙이나 정의 중심의 접근이 아니다. 한 쪽의 상황이 어렵고 다른 한 쪽의 상황이 여유있으면 여유있는 쪽이 맞춰주고, 도움 받는 쪽은 고마워하고 도움을 잘 받아들이고 나중에 내가 여유있는 상황에 있을 때 또 도와주고 그런 거다. 어쩌다보면 항상 여유있는 쪽 또는 도움 받는 쪽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삶은 원래 그런 거 같다. 꼭 공평하지 않은 것. 서로 양보하려고 노력하고 그걸 각자가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고마워할 때 관계가 부드럽게 흐른다. 그러니 남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상관없이 두 사람만의 원칙을 갖고 문제를 풀어간다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문제가 없는 관계라고 해서 좋은 관계라는 건 아니다. 평생을 같이 하려고 만난 사이이니 만큼 남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런게 있어서 결혼을 한 것일테니 그걸 가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다. 옌스는 로맨틱함이라고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나와 달리 조금의 로맨틱함을 갖고 있다. 물론 이는 상대적인 거고 우리 둘다 별로 로맨틱한 유형은 아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로맨스는 아직까지 잘 갖고 있는데 그건 어쩌면 매일 사랑을 표현해서가 아닐까 싶다. 사랑을 표현하려다보면 칭찬도 해야하고 칭찬이 칭찬다우려면 구체적이어야 하다보니 서로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잊고 있던 장점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또 모르던 부분도 보이기도 하고 괜히 가슴 설레는 순간도 다시금 생긴다. 그리고 상대의 그런 칭찬을 듣다보면 내가 아직 상대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마음에 나를 다시금 가꾸고 싶게되고 내 마음에도 달짝지근한 사랑의 기운이 번진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 옌스하고의 관계에서는 그냥 그렇게 되었다. 그게 바로 인연이라서 그런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유지하고 가꾸는 건 노력없이는 안된다는 측면에서 그냥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닐게다.

사랑한다는 건 사랑에 빠진다는 것처럼 감정의 회오리에 휩쓸리는 피동적인 게 아니다. 능동적인 행동이다. 어려울 때건, 내가 지치고 힘들때 건, 아끼고 가꿔나가는 게 관계이고 그 행동이 사랑한다는 행위이다. 결혼을 하고 같이 살다보면 처음과 같은 두근거림이나 열정은 서서히 사그라들지언정 내 마음에 큰 자리를 내어 같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다른 종류의 감정이 싹트고 서로를 위해 나를 내어줄 수 있게 되는데 나는 그게 사랑이라 생각한다. 먼저 결혼한 친구가 오래전에 나에게 결혼에 대한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해인아. 조급해 하지마. 대충 거슬리는 게 없다고 결혼하는 게 아니라 꼭 네가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해. 그래야 나중에 힘든 일이 있고 서로에게 지치는 순간이 와도 그 존경하는 점 때문에 그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어.” 라고 말이다. 그게 참 와닿았고, 그 말에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나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이제 만난지 거의 5년이 다 되어가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남편이나 시댁이나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잘 지내오고 있는 건 행운일 지 모르겠지만, 과거의 나였다면 이 관계를 현재와 같이 가꿔오지 못하고 아마 진작에 망쳐버렸을 거다. 결혼하기 전에 서로 합의한 이 원칙을 앞으로도 잘 지키고 서로를 귀하게 여긴다면 계속 행복한 가족을 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5 thoughts on “좋은 부부관계를 위한 우리의 원칙

  1. 안녕하세요 저는 우연히 덴마크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다 이 블로그를 알게되었어요! 저는 덴마크 남자친구와 한국에서 우연히 만나게되어 지금 일년정도 사귀고 있는데 이제는 관계가 조금 진지해져서 같이 살 집도 구하고 이러는 와중에 덴마크에서 사는게 과연 옳은 결정인지 계속 의문을 가지고있었어요. 다른 블로그를 찾아보면 온통 덴마크 사람들이나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글만 있거나 아니면 단편적인 여행에 대해 기록만 해놓아서 많이 걱정이 됐었는데 이블로그는 제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덴마크에서 외국인으로서 잘 정착하며 살아갈수있는지, 더 크게는 남녀관계에서도 어떻게해야 서로에게 더 좋은 관계가 될수있는지 방향을 제시해주시는것같아 큰 힘이되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블로그 주인분은 어느나라를 가시던, 어떤사람주변에 있던 정말 잘 지내실수있는 그런 멋있는 존경할만한 삶의 자세를 가지신것같아요. 좋은글들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반가워요 혜민님. 누가 읽어주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제 글에 대해 피드백을 받게 되면 기쁘네요. 제가 여기서 살면서 생각하거나 경험하는 것들을 적다보니 여러가지 부침에 대한 이야기 또 그걸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도 간접적으로 경험하실 있겠죠. 내 나라가 아닌 이곳에서 정착하게 된다면 비슷한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덴마크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많이 기록한 분들은 또 그분들의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같은 경험을 갖고도 다르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각자의 기존의 경험이 다르고 인생이 어때야 한다는 기대가 다르기 때문일 수 있겠지요. 전 아마 인도에서 살았떤 경험이 큰 자산이 된 거 같아요. 인도와는 참으로 다른 이곳에서 사소한 많은 것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간간히 그 고마운 마음을 잊기도 하지만, 과거의 추억들을 곱씹다보면 새삼 덴마크에서의 삶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사는 일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나 남편은 인생이란 게 원래 좀 험난하다는 주의라서 힘든 일을 맞닥뜨릴 때 힘들긴 한데 그게 원래 그렇다 하면서 서로를 토닥여요. 어떻게 보면 좀 차갑다 할 수도 있지만 주저앉을 수록 힘든게 저이기에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하는 남편의 마음을 오히려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블로그에서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는데, 혹여나 덴마크에 오시게 된다면 인사도 하고 지낼수 있길 바래요. 좋은 글로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2. 네! 제가 12월달 한달간 코펜하겐에 머물 예정인데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편하신 시간에 꼭 뵙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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