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가 된지 한달이 거의 다 되었다. 지지난주 말 교수가 연락을 해서 무슨 프로젝트가 있는데 취직 안했으면 본인 지도 하에 프로젝트를 맡아볼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얼마나 기간이 되는지도 확실하지 않긴 했지만 경력이 아쉬운 마당에 무조건 예스부터 외쳤다. 회사가 나를 직접 계약직 형태로 고용할 거 같다고, 자기는 나를 추천했으니까 연락을 아마 그쪽에서 해올 거라고 했다. 자리만 나면 지원하고 싶은 회사였다. 일주일이 지나 주말이 되기까지 연락이 없길래, 그냥 다른 사람에게 연락했나보다 하고 마음을 접었다. 마침 이번주 초에 연락이 와서 아직도 할 의향이 있냐고 하길래 오케이하고 이게 급진전이 되더니 2주짜리 프로젝트고 프로젝트 과제는 뭐며 내 급여는 얼마큼이고, 근무 형태는 자택근무에 필요할 때만 미팅하는 걸로 되었다.
사실 근무 조건은 2주동안 일하고 세전 2백만원 받는 거니까 짜긴 많이 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서 새로 배운 분야에서 쌓는 경력이 아쉬워서 오케이를 했는데, 거기에 CC되어 있던 교수가 너무 조건이 짜다면서 이메일을 보내는게 아닌가. 그 이메일을 마지막으로 어제의 커뮤니케이션이 끝났고, 나는 옌스와 이 메일까지의 대화를 근거로 앞으로 내가 확인할 사항이 뭘지 등등 이야리를 나눴다.
오늘 이 이메일에 이어 추가 대화가 오고가고 교수와 전화통화도 한 후에 내일 얼굴 보고 프로젝트를 좀 자세히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계약서엔 사인해서 내일 들고가기로 하고.
통화 도중 교수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 해서 이래저래 이력서 조금 내고 있다고 했더니 자기한테 추천해달라는 곳이 있어서 여기 저기 추천은 했는데 연락이 왔냐고 묻더라. 그런 건 받지 못했지만 너무 고맙다 하니, 자기도 좋은 사람이 같이 일할만한 네트워크 안에 있어야 좋은 거라면서 누이좋고 매부좋다 하는데 얼마나 고맙던지. 워낙 스마트하면서도 일처리가 꼼꼼하고 약간 너디한 사람이라 그런 사람 눈엔 내가 얼마나 부족해보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나를 좋게 봤다는 게 빈말은 아니었구나, 같이 프로젝트 하자고 이야기할만큼은 되었구나 해서 뭔가 뿌듯했다.
2주짜리 프로젝트라 경력에 아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취직에 네트워크가 중요한 덴마크니 조금이나마 인맥을 넓히는 경험이 생길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며 열심히 해보려한다. 덴마크어 학원에도 아마 못나오는 날들이 있을 거 같다고는 이야기를 해두었다. 애 픽업 등으로 인해 주 37시간 근무를 데이타임안에 확보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갑자기 바로 일을 하려니까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지금 이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바로 지난주까지도 실업자 상태가 영 적응이 안되서 덴마크어 숙제와 이력서 작성으로 꽉꽉 채웠는데.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하나 생긴 자신감은 덴마크어로 일할 수 있겠다는 거였다. 물론 약간 문법적인 실수는 있긴 하고,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해도 못할 일은 아니라는 자신감? 나도 빨리 이 사회에 세금 내고 기여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 처음으로 크게 세금 낼 일 생긴게 얼마나 기쁜지. 🙂
와 축하드려요. 같이 일을 해 본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는 것만큼 다행스럽고 좋은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고 이런 게 선순환이죠~~ 힘이 나실 것 같아요!!
감사해요 아침새님~~ 그러게 말이에요. 교수님에게 인정받는 게 참 기분이 좋네요. 이게 또 좋은 기회로 연결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도 아침새님처럼 얼른 취직이 되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