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나는 수학을 안좋아하고 영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오빠는 반대로 수학을 좋아하고 영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수학을 잘하고 싶었지만 이해가 느렸고 아주 쉽게 풀어 설명해줘서 하나하나 이해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제일 싫어하는 말이 그냥 받아들이고 외우라는 거였는데, 그 이유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면 머리에 들어가지를 않아서였다. 그래서 나는 수학은 선행학습이 절대 안된다는 것을 이해했다. 다행히 쉽게 설명해주는 과외선생님을 만나서 내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들어가며 뒤늦게 수학을 따라잡았다.
대학에 가서도 경제수학과 통계학은 정말 괴로웠다. 고등학교때 배우던 것에서 갑작스레 너무 점프해버렸다고나 할까. 학부때 재수강을 해서 그냥 최소한의 성적을 받고 넘겨버린 두 과목 모두 대학원에 가서야나 이해가 되었다. 참 오래걸렸다. 경제수학은 같은 교수님이었고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그냥 결국 여러번 반복하고 부딪히면서 이해안되는 건 교수님을 엄청 귀찮게 해서 이해하고 넘어갔다. 통계학은 질문을 엄청 하고 무안도 엄청 주시던 재미있는 교수님이었는데, 이미 무안을 당한 바 무식한 질문도 많이 해가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 때 이해한 게 없었으면 지금의 공부도 엄청 힘들었을 듯하다.
이제는 여러 방법론을 리뷰한 저널 아티클 한개를 읽기 위해 다른 레퍼런스 아티클을 읽고 이것저것 뒤적뒤적 거리며 읽어야 한다. 살면서 평활함수를 이해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뒤적거리라고는 “나는 수학을 못해. 좋아하지 않아.” 라고 읊고 다니던 시절의 나는 상상못할 일이었는데.
인생은 정말 예상하지 못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