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전까지 할 일

올 겨울 참 추울 거란다. 지구 온난화는 계절의 양극화와 예측불가능성을 심화시킨다. 그래도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겨울보다는 춥고 건조한 겨울이 좋다. 따뜻한 겨울은 거센 바람을 의미한다. 작년에 평균 풍속이 초속 15미터인 날이 20일 가까이 지속된 적이 있었는데, 그건 초속 10~20미터의 바람이 계속 분다는 뜻이다. 우산을 쓰는게 큰 의미가 없도록 비가 직각으로 오는 기분이고, 우산도 뒤집어지니 그냥 우비 입고 다녀야 한다. 그래도 얼굴이 젖는 건 어쩔 수 없으니 그 젖은 얼굴이 영상 1도 정도 되는 기온에서 거센 바람에 노출된다고 하면 상상이 되나. 그런 겨울은 정말 최악이다. 그래서 올 겨울 추울 거라는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이제 석사 프로그램의 마지막 수업 한과목만 남겨두고 있다. 그게 끝나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마치고 논문 쓰는 것만 남았다. 물론 1년을 쉴거라 진짜 다 마치려면 1년 반정도 더 있어야 하지만, 정말 끝을 향해 가는 기분이다. 덴마크 사회의 편입을 위해 언어를 배울 시간도 벌면서 내가 조금 더 하고 싶었던 공부를 국가 교육 보조금 받아가며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교육제도가 어떻다는 것을 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지난달, 이번달 생활비가 확 줄만큼 대외 생활도 줄이고 거의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는데, 시험도 다 끝났겠다, 리딩리스트도 아직 없겠다, 정말 제로스트레스로 집을 나서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9시경부터 시작된 모닝커피가 점심으로 이어져 책방투어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니 2시 반이 되었다. 빌 브라이슨의 모국어라는 책을 사왔는데, 영어에 대한 책이란다. 요즘 내 마음의 양식을 위해 학업 비관련으로 읽은 책이 너무 없어 마음이 빈곤해진 기분이었는데, 이 책은 정말 학업에 관련이 없는 책이라 사왔다. 이 책 말고 사고 싶은 책들도 있었지만, 이젠 가급적이면 책도 도서관을 이용하려고 해서 딱 한권만 하면서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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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안쪽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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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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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브라이슨의 모국어

출산 전까지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아기 침대, 유모차 커버, 유모차 안에 들어갈 리프트 등을 사야 하고, 나머지는 애가 나오면 사던가 하려한다. 미리 사놨다가 안쓰는 것 만큼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짓을 너무 많이 해와서 이젠 그런 거 안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기에. 편리함과 약간의 할인을 버리면 정말 필요한 소비를 중심으로만 하게 되서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옌스가 한국어 책 한권을 거의 끝마쳤다. 이제 그 안에 써있는 표현들만 갖고 이야기를 하나 써달란다. 출산전까지. 그러면 그걸 싹 다 외워가며 공부하겠다고. 나의 기괴한 유머를 반영한 스토리를 써줘야겠다. 멀쩡한 문장도 이상한 순서와 맥락으로 배열하면 웃기게 되니까. 그러면 외우기 더 쉽겠지. 흠흠…

할머니께 쓰다가 7월말을 기해 중단했던 편지도 다시 써야겠다. 학기가 시작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니 쓸 힘이 안나더라. 사실 편지 쓰는 건 내가 좋아해서 쓰는 일인데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고 나니 내용이 건조해지더라. 머리가 온통 학업에만 쏠려있어서 그런가보다.

피아노도 다시 치려한다. 남들 다 한다는 태교, 난 그냥 경제학 공부로 하련다 하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는데, 피아노도 좀 치고, 비생산적인 일들도 많이 하면서 정신적인 여유를 찾아보련다.

원래는 6개월 쓰려다가 한국 방문 계획으로 육아휴직을 1년 쓰기로 결정했는데, 아마 복귀하고 나서도 애 보육원 다니면 감기나 이것저것 질병을 옮아와 온전히 논문 쓰는데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 미리부터 준비를 하려한다. 우선 미리 지도교수에게 주제를 받아서 Contract 없이 천천히 자료 수집 및 문헌연구부터 시작하다가 나중에 육아휴직 막판에 애를 보육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슬슬 시작하면 6개월안에 써낼 수 있을 것 같다. 내 희망 지도교수에겐 미리 언질을 해두었고 구두 허락은 받았으니, 이번 블록부터 슬슬 시동을 걸어야지.

이렇게 하고 나면 어느새 1월말이 되서 애를 낳아야 할 시기가 될 거다. 제일 추운 겨울의 정점을 찍었을 때쯤 하나가 태어나면 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삶을 받아들여야 하겠지. 옌스는 아직은 설레고 좋은 것보다는 두렵고 긴장된다고 하는데, 막상 애가 태어나면 정신이 없어서 그런 저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을 것 같다.

시험이나 데드라인 등은 다 좋아하진 않지만, 한템포 끊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니…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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