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말의 힘을 깨달은 적이 있다. 짜증이 나던 어느 날이었다. 시작은 작은 짜증이었는데, 그걸 입 밖으로 반복해서 내뱉었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하고. 그렇게 말하고 나니 정말 짜증이 폭발할 것처럼 넘쳐흘렀다. 그 근래에 그렇게 짜증난다는 말을 내뱉으며 짜증나는 상황을 다루고 있었는데, 그렇게 감정이 오히려 증폭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짜증을 되려 불러일으키고 있다니…
서른이 되었던 해, 지금은 뉴욕에 가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고 김혜남 박사가 쓴 책을 추천해주었다. 인도에서 힘겹게 지내며 삶의 하루하루를 불평으로 채워가던 나에게 그 나이의 사람들이 고민하는 내용과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쓴 책이었다.
그 책을 필두로 해서 많은 심리학 책과 글들을 읽었는데, 하나같이 언급하는 것은 마음 또한 단련을 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신체에 근육이 있어서 우리가 이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훈련을 해야 하듯이 마음 또한 그렇게 단련을 해야한다는 것.
연애에 있어서 자신감이 없고 자기애가 부족했던 나를 과연 정말 사랑하게 되고 자신을 갖게될 수 있을까 라는 불신도 있었고, 정말 마음이 훈련할 수 있는 대상일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해보지 않고는 확인조차 할 수 없었기에 책들이 시키는 일들을 해봤다.
이러한 마음 수련은 사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실제 책 몇권 읽고 몇 달 한다고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좀 나아졌나 싶다가 어떤 일이 있고나면 다 소용없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나서 되돌아보니 30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여러면에서 달라졌다.
예전보다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나에 대해 보다 믿게 되었다. 두려움이 간혹 몰려와 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과연 내가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 두려움이 느껴지고 피하고 싶어진다. 힘든 순간이 올 때, 다 짚어치우고 숨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고, 중간에 포기해버리고자하는 생각도 든다. 자기 연민에 빠지며 내가 가장 힘든 사람인 척 하며 비련의 주인공으로 마냥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관계 속에서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해야만 내 존재의 의미를 찾던 약한 과거의 내가 나를 조종하려 하는 시험에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렇지 않다고 이러한 유혹과 의심을 물리칠 힘도 생겼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 때, 이에 관심을 두고 왜 그럴까 생각하는 것이 이러한 생각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이런 생각이 먹고 살 먹이거리를 던져주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아… 이런 생각이 또 찾아왔구나. 그냥 내가 하던 거 포기하지 않고 하면 돼. 약간의 슬럼프가 왔다가 갈거야. 그냥 감기같은 거야.’ 라는 식으로 마음을 다지고 더이상 이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내 주변의 작은 것에 감사함을 갖고,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고, 이를 표현하고 내가 할 일을 조금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면 이런 것들은 서서히 자리를 잃고 떠나가더라.
그래서 긍정의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긍정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주변인도 중요하다. 그런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나도 쓸데없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없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시선에 나도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으니까.
자기를 비하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드러내 연민을 얻고 거기에서 힘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은 오래 교제하기가 힘들다. 누구나 삶에 힘든 순간이 있고,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남과 짐을 나눠지고 싶을 수 있다. 가까운 이들을 위해 내 어깨 내어주는 거 힘든 일 아니다. 그러나 가깝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거라며 가까움의 증표로 자신의 힘든 일만을 공유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기 힘들다. 내가 그 부정적 에너지의 덤핑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기쁜 일을 두고도 자기의 어려움과 대비해 자기의 힘든 처지만을 부각하면 정말 기쁜 일을 축하받아야 할 주인공이 마냥 기쁨을 표할 수도 없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러한 인간관계는 멀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녀의 사진찍는 뒷모습. 쪼그리고 앉았을 때 찍으려했는데.
요즘 새로이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다들 긍정적인 사람들이고 만나면 여러가지 배울 수 있는게 많다. 각자 처한 여건도 다르고 관심있는 분야도 달라 화제가 다양한 게 좋다. 그 중 특히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생겼는데, 가까운 곳에 살기도 하고 생각도 잘 맞아서 만나면 참 즐겁다. 그리고 긍정의 에너지가 나에게도 힘이 된다. 사실 이 친구와는 새로이 알게 되었다고 하기에 알고 지낸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데,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가까워지다가 요즘 부쩍 가까워졌다. 이 친구도 이 나라에서 정착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마음이 확 더 가까워졌다고나 할까. 대학원 친구들과도 시간이 지나며 이것저것 생각을 좀 더 공유하고 가까워져서 이 또한 좋다.
멀리 떨어져서 자주 연락하지 못하는 나의 오래된 친구들과 동료들이 그립고, 그들을 자주 못보는 게 참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한켠에 그대로 두고 다른 한켠을 또 새로운 사람을 향해 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삶의 터전과 순간이 하나의 기회가 되기도 해 또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덴마크 여행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온 블로그인데..
이런 저런 포스트들을 읽으면서
좋은 생각도 많이 얻게 되고,
글쓴 분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엿보면서
덴마크에서의 행복한 삶이 보이는것 같아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게 되었네요 ㅎㅎ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지만 예쁘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신것 축하드려요!
그리고 좋은 글들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덴마크는 여름이 좋은 곳이죠. 전형적인 관광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개개인마다 경험은 다를 수 있으니 여행에 대해서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