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적은 삶을 지향하며

우리집의 가사분담은 대충 정해져있다. 옌스는 청소기를 돌리고, 다림질을 하고, 나는 부엌살림 및 나머지다. 노동 총량으로 놓고 보면 대충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옌스의 다림질은 99%가 자기 옷이니까 당연히 자기가 할 일이긴 하지만, 내 것이 껴 있을 경우 내 것도 해준다. (난 다림질 하는 옷은 거의 안산다.)

월요일 오전 7시 비행기로 떠나 일요일인 오늘 10시 15분에 랜딩하는 출장을 떠난 옌스는 이번 주 집에 없었으므로 내가 다림질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해야한다. 그가 청소기를 돌리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꼼꼼하지는 않기에 간혹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옌스가 다른 일을 할 때가 있다. 이번처럼 이러나 저러나 내가 다 해야하는 경우를 포함해, 내가 청소기를 돌릴 때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힘도 더 들지만, 그래도 다 하고서 집이 깨끗해 진 것을 보면 속이 어찌나 후련한지.

치우고 사는 걸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깔끔하게 하고 사신 엄마 덕분에 청결에 대한 기준은 높다. 따라서 내가 어지르고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이렇게 모든 것이 한번에 깔끔하게 정리되고 나면 속에 쌓인 묵은 짐을 다 비워낸 느낌이다.

이런 때면 소소하게 찬장 안도 정리하고 버릴 것들을 버리는데, 살면서 쓸 데 없는 것들을 왜이리 많이 사 모으는지. 예전보다 물건을 잘 사지 않고, 최대한 써서 없애는 편이라 정리할 게 없을 거 같은데도 막상 치우다보면 버릴 것들이 많이 나온다.

덴마크에 살면서 크게 변한 것 중 하나가 있다면 쇼핑이다. 지름신과의 작별. 물건을 사모으는 일을 크게 지양하고 있고, 세일이나 1+1에 현혹되지 않도록 필요할 때 물건을 사는 것으로 정했다. 과일이나 채소 등 기타 먹는 것도 다 하나씩 사고, 이미 산 것을 다 먹을 때까진 유사 품목은 사지 않는다. 1+1이나 세일 등으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샀을 때, 결국 버리는 일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 괜히 묵혀두다 버리게 되기도 해서 그렇다. 어느게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삶인가를 장기간에 걸쳐 관찰해보니, 이게 더 남는 장사인 것 같다.

이 뿐만 아니라 집에 여백이 남는 것을 좋아하는데, 짐이 늘어나면 다 채워넣어야 하고, 그 부족한 공간을 마련해내느라 스트레스도 받는다. 크지도 않은 집, 그리고 벽에 그림이 많아 수납 공간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물건을 새로 장만하면 자리 마련하는게 참 힘들다. 그리고 새 물건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은 그 유효기간이 극히 짧아 줄어든 잔고가 주는 스트레스에 비해 너무 적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미니멀리스틱한 삶을 사는 것까진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 많아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유가 적은 삶을 살고 싶다. 소유한게 적으면 관리할 것도 적으니까. 그리고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자연을 가까이 하면 그게 행복임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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