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가까워지는 R

젖듯 이라는 단어가 막상 쓰고보니 매우 어색하다. 맞춤법이 틀린 건 아닐터인데 왜 이리 어색한지. 이 단어를 지면에서 막상 볼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보다.

대학원 시작부터 함께한 R. 그래도 정말 가까워지긴 어려웠다. 계량경제를 공부할 땐 개념에 익숙해지기도 정신없었기에 매뉴얼에 크게 의존해서 코딩을 하느라 크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실제 결과를 해석하는 일이 더 중요했기에.

Economic Valuation & Cost Benefit Analysis 코스를 들을 때도 사실 이론이 더 중요했기에 R을 돌리는 건 주어진 코딩을 사용하고, 안되는 건 조교님이나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이 수업에서 Hedonic Model을 가르쳤던 교수님이 여름학기에 개설되는 Big and Spatial Data Management 코스를 가르친다면서, 나중에 논문 쓸 때나 사회 나가서 도움 많이 될거라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3주 여정으로 끊은 한국행 비행기 티켓(끊은지 이틀되었던 따끈따끈한 티켓)을 거의 20만원 줘가며 열흘로 단축해 변경하고, 냉큼 해당 과정을 신청했었다.

여름 3주간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4시까지 진행되는 타이트한 과정. 엄청 긴장했고 실제 demanding하기는 하지만 거의 2주가 끝나가는 지금 신청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Econometrics와 Research strategy/question/hypothesis building 등에 대한 이론적 논의 및 토론을 포함해 extensive한 R 코딩 실습을 하고 있다. Quantum GIS에 대해서도 맛을 보고, 해당 spatial data를 R로 불러들여 이를 어떻게 econometric analysis에 활용하게 되는지도 배우는데 어찌나 세상에 nerdy하며 대단한 사람이 많은지도 새삼 느낄 뿐 아니라 참 재미가 있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모여 코딩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서로 도와주며 성장하는 경험도 역시나 즐겁고. 다음주엔 교수님들의 supervision을 받으며 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텐데 그를 통해 코딩실습만으로는 깊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보강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실습하는 것만이 많이 배울 수 있는 지름길이니까.

새학기 시작하기 전에 썸머로 7.5 ECTS를 이렇게 따두는 건 뭐랄까… 방학동안 늘어져 자고 있던 뇌를 깨우기에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같이 수업을 듣고 있는 동료들도 정말 잘 들었다며, 이걸 논문 쓰면서 익숙해지려하면 이거 하다 시간 다 가겠다고 했다. 물론 Econometrician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고 교수님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겠지만, 도움은 도움일 뿐. 결국 내가 해야하는 일 아닌가.

첫째주는 정말 힘들어 머리에 쥐가날 것 같고, 이렇게 힘들어하며 삼 주를 보내면 과연 머리에 남는게 있을까 했는데, 둘째주가 되고 나니 코딩도 조금씩 늘고 재미가 느껴진 거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사람의 언어와 비슷해 처음이 참 어려운 모양이다. 익숙해지고 나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이해도 조금이나마 더 쉽게 되고.

학부땐 통계와 계량경제학이 얼마나 어렵던지. 난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었는데, 그냥 난 좀 이런 쪽으로 남들보다 늦었던 거 같다. R도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가까워지는 것 같이 다른 지식과 학업도 그런거겠지 하며 힘들어도 조금씩 조금씩 더 다가가련다. R. 우리 좀 더 가까워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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