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오페라 극장 Opera Hedeland

2013년 7월 21일 덴마크에 도착했다. 늦여름부터 시작한 덴마크 생활을 시작부터 재미있게 열어주었던 것이 바로 이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본 나비부인이었다. 매년 8월에 한편을 세번에 걸쳐 상연하는 이 오페라 극장은 Hedehusene라는 곳에 위치한 Opera Hedeland이다. (홈페이지: http://www.operahedeland.dk/)

2013년 나비부인, 2014년 일 트로바토레, 2015년 코시 판 투티, 2016년 라 소남불라까지. 총 네편의 오페라를 봐왔는데, 이제 이는 옌스와 나의 연례가족행사가 되었다. 시작은 Expat 모임의 문화행사였는데, 야외오페라라고 해서 찾아보니 무대의 스케일이나 그 지형이 참 마음에 들어서 냉큼 참석하겠다고 했다. 피크닉을 준비해오라고 해서 이런 저런 먹을 것을 싸갖고 갔는데 맑은 여름 날 저녁 와인과 함께 많은 사람과 간단한 요기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게 어찌나 좋던지. 바로 그 다음 해부터 옌스를 만나 세번의 오페라를 함께 했다.

시부모님이 오페라를 좋아하셔서 따로 오페라 투어도 다니고 하시는 터라, 작년에는 시부모님을 초대해서 함께 관람했다. 역시나 좋아하시며 그 다음해엔 두분이 우리를 초대하시겠다 하여 서로 초대를 돌아가며 하는 시부모님과 함께 하는 연례행사로 확대가 되었다. 거긴 차 없이 가기 어려운 곳인데,회사를 관두고 작년에 차를 팔아 안그래도 차를 렌트해야하나 어째야 하나 했었다. 시부모님이 함께 가시게 되면서 그런 문제도 해결되고, 이런 건 사람이 많을 수록 더 좋으니 말이다.

예전엔 자막이 덴마크어로 나오니 미리 오페라 스크립트를 읽어가는 준비를 좀 꼼꼼히 해가야 했는데, 이제는 대충의 줄거리만 훑어보고 가서 자막을 보면 되니 외국어 오페라라 해서 부담느낄 것도 없다. 또한 해가 갈 수록 피크닉 준비 요령과 함께 해가 지고 난 시간의 추위를 해결하는 방법도 요령이 늘어 관람의 편의성도 크게 늘었다.

호수 및 인근 초원, 무대 이외의 원형극장 시설 (관람석)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야외라는 것을 이용해 헬리콥터나 말, 자동차 등 실내 무대에서는 동원할 수 없는 것들을 신선한 형태로 이용하는게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올해는 과거의 농촌 환경을 진흙과 물웅덩이를 활용해 조성하고, 오페라 오케스트라 룸 지붕 또한 무대로 활용해서 이렇게도 무대를 확장할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또 자아냈다. 여름이라도 꽤 쌀쌀한 날이었는데 배우들이 춥지 않나 했는데, 나중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니 그 안에 wet-suit을 입어 추위에 대비를 했었다.

내년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중의 하나인 라보헴을 상연한다는데, 그땐 애가 너무 어릴 타이밍이라 한 해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쉬워라. 혹시 가능하다면 시부모님께는 애를 맡기고 나와 옌스만이라도 다녀오든가 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다.

상연 기간에 덴마크에 있고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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