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참 잘 했다고 느낄 때

8월 3일부터 아흐레동안 한국에 있을 계획이다. 지난 부활절 같은 불상사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반짝 없어졌거나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던 입덧이 돌아와서 과연 원하는 것들을 잘 먹을 수 있을지에는 적신호가 들어왔지만, 그래도 가족과 친구도 보고 싶기에 한국에 부쩍 가고 싶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딱히 옌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건 괜히 섭섭해할 수도 있을까봐서다. 나의 집은 자기와 함께 있는 이곳인데, 다른 곳을 그리워하고 그곳에 빨리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면 괜히 섭섭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생각은 자유고 표현도 물론 자유지만 표현엔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일은 거르는 편이다.

오늘 시내에 산책을 나갔다. 뉘하운과 크리스찬스하운을 연결하는 자전거/보행자 다리가 개통을 했다고 해서 어제 가보려고 했는데, 속이 안좋아 그냥 집으로 향했기에 오늘 다시 한번 시도해봤다. 먼저 커피 한잔과 케이크 등을 먹자고 카페에 가 앉아있는데, 한국 언제 가냐고 그가 물어봤다. 8월 2일 출국이라고 하니까, 나를 대신해 (on behalf of me) 내가 한국가게 되어 참 좋다고 한다. 지난번 너무 짧게 다녀와서 마음이 안되었다며… 으흑. 이 감동. 난 서운해할까 싶어 이야기를 안했는데, 오히려 내가 제대로 못다녀온게 못내 아쉬웠다며 잘 즐기고 오란다. 자기가 있으면 제대로 못즐기는 것도 있지 않냐며. 틀린 말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을 해주니 참 고맙기 짝이 없다.

요즘은 예전보다 좀 더 먹을 수 있긴 한데, 걸어다니면 엄청 미식거리고 자꾸만 토한다. 여기선 먹고 싶은게 너무 제한되어있다고 궁시렁거린 것 때문인지, 한국가서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는 만큼 잘 먹고 오란다. 이미 리스트는 쫙 뽑아놨는데, 과연 가서 실제로 이것들을 먹고 싶을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자체는 감사하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을 맞닥뜨릴때면 내가 참 결혼 잘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요즘 참 잠이 많아지고 게을러져서 조금 먹고 내내 자는 거 외엔 별로 하는게 없는데, 나 방학해서 참 다행이라고, 일하면 어쩔뻔 했냐고, 두명분 잘 자고 잘 쉬라는데 정말 고맙다. 옌스가 이렇게 나처럼 퍼져있었으면 그렇게 이해해줬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기회를 통해 배운대로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나도 옌스처럼 이야기해줄 수도 있겠지. (물론 이제 옌스가 슬슬 조여들어오고 있다. 계량경제 한번 다시 들여다보기로 하지 않았냐고, 덴마크어 좀 더 보기로 하지 않았냐고. 흠흠. 옌스를 이런 것으로 조일 기회는 내게 없을 듯.)

만난지 이제 한 이년 반 지났구나. 딱 이년 반 되었다. 아직도 날 만나서 행운이라고,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내가 귀엽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이 콩깍지 씌인 남자를 만난 건 나에게야 말로 행운이고 행복이다.

(막 이걸 쓰면서 실실 웃음을 흘리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웃는 걸 보면 정말 행복하다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하면 정말 기쁘단다. 단서로, 내년 2월 애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그렇겠다면서. 시아버지가 시어머니께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기도 “나는?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줘!”하면서 시위할 거란다. 옌스가 이런 사람인 건 회사 동료들은 모르겠지.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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