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았으면 지금처럼 새로운 친구를 열심히 만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미 오랜 시간 쌓아온 친구들만으로 새로운 사람을 채워넣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겠지.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에는, 그들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만 생각하면 동의하진 않는다. 그러나 거리와 시간이 멀어지는 만큼 공유하는 순간이 줄어들고 감정을 공유할 기회가 줄어들기에 내 상활속에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로운 생활의 터전이 생긴만큼 사람도 새로 만들어가야 한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주재원이라는 위치에 나 스스로 얽매여있었다. 업무를 하는 과정에 내 상식과 업무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교민 한명과 부딪힐 일이 생기며, 주재원으로 있는 동안은 교민과는 거리를 두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인도에 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여기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직장을 관두고 일반 교민이 되면서 그렇게 따로 거리를 둘 이유도 없어졌기에 입장도 바뀌었다. 대학원과 어학원을 통해 비한국인 친구들은 충분히 생겼는데 한국인 친구는 없었기에 교민 친구들도 생겼으면 했다.
마침 회사를 관두기 전 알게 된 한-덴 커플로 이주를 온 한명과 우연찮게 교류를 하며 친구가 되었고, 그게 연이 되어 친구 한명이 두명이 되었다. 또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이웃이 덴마크로 이주를 오며 또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알게 된 오후스의 지인과 어찌어찌해 또 얼굴을 보고 만나게 되었고 휴가 때는 내가 가서 만나기로 했다. 페북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도 친해지게 되었고, 대학원에 1년 차이로 인접 프로그램에서 공부하는 사람과도 알고 지내게 되었다.
한국을 떠야겠다고 결심해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 결혼 상대자가 여기 사람이라서 온 사람들과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기에 빨리 친해지고 공감할 일이 늘어난다. 또 꼭 그렇게 온 사람이 아니라도 이래저래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면 쉽게 친해지게 되더라. 나이들면 친구 사귀기 어렵다더니,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아마 그전에 그렇게 느꼈던 것은 내가 굳이 친구를 더 사귈 필요도 없고 여유도 없어서 내 마음을 충분히 열지 않았기에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을 헐뜯거나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좋다. 만나서 가십을 나누는 것만큼 소모적이고 피곤한 일도 없는데, 그런 사람들과는 알게 되었다가도 거리를 두게 되서 멀어지니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그런게 없어서 좋다. 각자 자기가 관심있는게 뚜렷하고 자기 삶 잘 사는 사람들이라 만남이 편안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게 나도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자극이 되서 그렇다. 각자 자기만의 강점이 있고 그게 환히 빛나니, 굳이 내가 그걸 배우거나 가질 수는 없어도 다른 나의 장점을 더 갈고 닦고싶어진다고 해야할까?
작은 교민사회지만 그렇게 좋은 사람들 알고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다. 여름 휴가엔 좀 더 여유있게 교류하고 지낼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