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의 날 단상

옌스와 함께 산 날도 어느새 일년이 넘게 지났다. 우리도 곧 아이를 가질 계획인데, 이제는 정말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아이를 갖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재미를 빙자하여 이름을 논하기도 한다. 원칙은 많지만 간단하다. 덴마크에만 있는 알파벳인 ø, å, æ를 배제하고, 덴마크어 발음과 영어발음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r과 y를 배제한 다음, 한국어나 영어로 발음했을 때 이상하지 않은 이름이어야 한다. 또 Kristian처럼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름은 배제하는 것으로. 그 다음엔 가급적 이름의 유래가 좋은 것, 들어서 이쁜 것, 현재 과하게 유행하고 있지 않을 것, 너무 구식의 이름은 배제할 것. 그런데 간단하지만 이 많은 원칙들을 다 조합하고 나면 이름 찾는게 만만치 않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생활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정하고, 삶의 패턴을 많이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만큼은 세상 대부분의 부모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문화마다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너도 겪어보면 다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짧다면 짧을 36년의 삶을 통해 보니, “다 그렇다”고 들은 게 꼭 옳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요소들이 삶을 휘몰아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소용돌이 안에서 개개인마다 다른 선택을 하고 방향을 잡는 것은 결국 개인의 원칙이 어떤 방향을 향하느냐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옌스와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전에도 지나가듯이 이야기한 적이 있는 것들이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2세 계획을 실행하기 전 다시한번 명확히 하고 싶은 것들 말이다. 난 최대한 이 사회가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해서 애를 키울 것이고, 애를 위해 내가 “희생”했다고 느끼는 수준으로 나를 헌신하지는 않을 것이며, 둘간에 육아에 있어서 안맞는 방식은 대화를 하겠지만 최대한 상대의 방식을 존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사회가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해서 애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를 보육원에서 받아주는 생후 6개월부터 애를 보육시설에 보내고 난 내 학업과 향후 이어질 커리어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많은 엄마들이 지향하는 애착육아는 내 육아방식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옌스는 애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안된다는 것과 애가 가족에서 중요한 일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둘이 모두 중요한 당사자인 점, 아이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또한 그에 동의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키워보라거나, 애를 생각해보면 그런 방식은 이기적이라는 반응을 얻게된다. 그리고 실제 나도 애를 갖게 되고 키우다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내가 선택한 방법이 맞는 것인지 무수한 고민을 하고 방식에 수정을 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정말 많은 방식의 양육이 있는 것처럼 그 무엇에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내 나라를 떠나 이민을 오고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남편과 결혼하며 생긴 가정의 문화는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어느게 옳고 그른 게 없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이 정답이라 믿고 가는 것, 그게 정답이 아니면 중간중간 수정해 가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해나갈 일이다.

내년 이맘때면 나도 과연 어버이의 대열에 속해있을 지가 궁금하다. 카네이션은 못받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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