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엘니뇨 현상으로 올 겨울은 온화한 계절이 예상된다고 한 것을 들은 지 오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북풍한파가 닥쳤다. 거센 바람과 함께 눈폭풍이 들이치기 전에 부모님이 타신 비행기는 한국을 향해 떴다. 아슬아슬하게 한파를 피해가신 탓에 늦가을의 끝자락을 겨울이 오기 직전까지 함께하고서야 돌아가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무서운 눈폭풍이 가라앉고 난 뒤 통상 찾아드는 고요함과 함께 밝은 햇살이 겨울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부모님의 빈자리가 갑자기 느껴진다. 계신 동안 학교 수업이 시작되며 바빠져 제대로 마지막 한 주를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일상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엄마가 떠나기직전 남기고 가신 편지 한 장이 내 마음을 크게 울린다. 이를 쓴 엄마의 마음이 한 글자, 한 글자 온전히 마음에 다가오기에 이를 읽을때마다 눈물이 난다. 내 진짜 독립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닌가한다. 이미 독립했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또 다른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이 순간을 맞이해 나를 떠나보내는 마음과 인생을 살아가다 지칠 때 나를 다시 추스를 수 있도록 하는 그 글에서 더이상 내가 부모님 품 안의 자식이 아님을 느낀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날기 싫은 마음마저 갑자기 들지만, 그간 무수히 연습만 해왔던 비행은 앞으로 떠날 긴 진짜 여정의 시작이 되었다.

이 편지는 깊고도 소중한 곳에 묻어둔다. 언젠가 타국의 삶이 힘들고 나를 지치게, 주저앉게 할 땐 이를 꺼내 마음의 위안을 얻으리라. 지금은 그 마음에 울며 읽지만, 지금 알 수 없는 미래의 힘든 그 순간엔 이 종이 한 장이 참으로 따뜻한 마음의 울림을 주리라. 그리고 난 다시금 용기와 힘을 내어 그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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